‘글로벌 사우스’ 리더 자처하며 힘 키우는 인도

조성호 기자 2023. 1.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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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화상 정상회의 소집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2일(현지 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화상으로 열린 '보이스 오브 글로벌 사우스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트위터

“올해 주요 20국(G20) 의장국을 맡은 인도의 목표는 인류의 4분의 3이 사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것입니다.”

탄탄한 경제 발전 성과를 발판으로 국제 외교 무대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는 인도가 개발도상국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며 제3세계 국가의 리더를 자처하고 나섰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12일 ‘보이스 오브 글로벌 사우스 정상회의’ 개막 화상 연설에서 “우리(글로벌 사우스)가 개발에서 배제되지 않고 불평등을 제거할 수 있도록 글로벌 정치·금융 거버넌스를 다시 설계하기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로 남반구에 몰려 있는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을 통칭하는 글로벌 사우스란 개념은 선진국 위주의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에 맞서 개발도상국이 한데 뭉쳐 협력하자는 주장을 펼 때 자주 사용된다.

모디 총리가 주도한 이 회의는 외교, 금융, 에너지, 무역, 보건, 교육, 환경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글로벌 사우스 120여 나라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선진국에 전하고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후 변화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노스가 촉발한 위기로 인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피해 보는 현 상황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번 회의는 ‘목소리의 통일, 목적의 통일’을 주제로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세네갈, 우즈베키스탄 등 20여 국 정상이 화상으로 참석한다고 인도 외교부는 밝혔다.

글로벌 사우스

모디 총리가 개발도상국의 리더를 자처할 수 있는 배경에는 최근 급부상한 인도의 외교적 성과가 있다. 인도는 올해 G20과 상하이협력기구(SCO) 의장국을 맡으면서 서방 국가 중심의 G20과 더불어 중국·러시아를 주축으로 하는 SCO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이 강한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회원국인 인도는 지난해 5월 미국이 주도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선언했다. 아울러 인도는 중국과 러시아가 영향력 확대의 발판으로 삼는 브릭스(BRICs)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국익과 실용주의를 앞세워 과거 비동맹 노선에서 벗어나 다양한 진영과 손을 잡는 ‘다자(多者)동맹’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인도가 자국 이익만을 앞세워 ‘마이 웨이’ 전술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전술을 펼칠 수 있는 배경에는 자국의 든든한 경제력이 있다는 현실론도 만만찮다. 인도는 14억명의 인구를 중심으로 고속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다. 특히 코로나로 상하이·선전 등 중국 주요 제조업 도시가 봉쇄돼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그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2021~2022 회계연도에 인도의 해외직접투자(FDI)는 213억4000만달러(약 26조5900억원)로 1년 전(120억9000만달러)에 비해 76%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정보기관인 S&P글로벌은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2021년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인도 경제는 연평균 6.3%씩 성장해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 대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의 외교적 성과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모디 총리에게 상당한 정치적 자산이 되고 있다. 그가 속한 힌두민족주의 바라티야 자나타당(BJP)은 포퓰리즘 정치로 나라를 분열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모디 지지 세력은 그가 국제 질서 형성에 큰 역할을 하는 인물이라고 강조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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