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비트코인 법정통화’ 1년…남은 건 ‘리스크’뿐

2022.09.08 19:36 입력 2022.09.08 19:37 수정

투자 수익률 ‘-57%’, 시민들도 외면…재정 위험성만 상승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도입한 엘살바도르에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담벼락에 “비트코인 그만”이라고 쓴 그라피티가 그려져 있다. EPA연합뉴스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도입한 엘살바도르에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담벼락에 “비트코인 그만”이라고 쓴 그라피티가 그려져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해엔 좋았지만 지난 5개월 동안은 오로지 떨어지기만 했다.” 엘살바도르에서 리조트 내 상점을 운영하는 마리아 아기레(52)는 지난 1년을 돌아보며 AFP통신에 이같이 말했다.

중남미 국가 엘살바도르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지 지난 7일(현지시간)로 1년이 지났다. 엘살바도르는 그사이 경제 부진의 늪에 빠져들었다.

비트코인이 폭등하던 지난해 9~11월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비트코인 시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콘차구아 화산 일대에 지열로 에너지를 공급받는 가상통화 조세회피처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요동치며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9월7일 5만2660달러로 출발한 비트코인은 그 이후 6만8000달러 이상으로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이달 2만달러 밑으로 내려앉았다. 비트코인 시티를 위해 부켈레 대통령은 10억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채권을 발행하려 했으나, 타격을 입는 바람에 연기됐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 총 2381개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지난해부터 사들인 것이라고 AFP통신은 설명했다.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투자 손익을 추적하는 사설 웹사이트 나이브트래커에 따르면 최근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투자 수익률은 약 -57%로 손실액이 6200만달러에 이르렀다.

매수는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비트코인이 폭락했던 지난 7월 부켈레 대통령은 1만9000달러에 비트코인 80개를 사들였다. 그는 지난 6월 “그래프 그만 쳐다보라”며 비트코인은 안전한 투자이므로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내가 핵심”이라고도 했다.

당초 부켈레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활용하려던 논리는 정부가 직접 ‘치보’라는 전자지갑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 거래소에 떼이는 가상통화 거래 수수료를 국가 수입으로 가져오겠다는 것이었다. 이 수익이 엘살바도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8%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밝힌 바 있다. 이 앱은 400만번 이상 다운로드됐다.

그러나 엘살바도르의 전 중앙은행장은 “(자체 자료를 보면) 전자지갑에서 오는 송금은 2% 미만에 불과하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놓고 보면 실패한 시도였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카르멘 마자(22) 또한 “처음엔 비트코인을 썼으나 상황이 돌아가는 걸 보고 이제는 비트코인을 믿지 않는다. 앱도 지웠다”고 했다.

전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치보’ 앱을 다운로드한 엘살바도르 국민 중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했던 30달러를 소진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앱을 사용한 비율은 20%에 불과했다. 연구소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은 널리 사용되지 않고 있다. 사용자들이 비트코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신뢰하지 않고, 가게에서 사용할 수 없고, 휘발성도 강한 데다 수수료가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엘살바도르 법이 모든 기업체에 가상통화를 받도록 요구했음에도 실제 적용 비율은 20%였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비트코인은 재정 안정성, 소비자 보호 등에서 큰 리스크가 있다”며 엘살바도르에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을 취소하라고 경고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비트코인 하락으로 엘살바도르가 2023년과 2025년에 만료하는 16억달러 상당의 채권을 갚기가 어려워지며 재정 위험성이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민 호세 플로레스는 “비트코인은 우리 같은 가난한 사람들을 전혀 이롭게 하지 못한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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