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은 국제경제 조사기관을 인용해 전 세계가 불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올해 조지아의 경제성장률이 10%를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난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지아의 TBC은행 최고경영자(CEO)인 바흐탕 부츠크리키제는 로이터에 "조지아는 경제 호황기를 맞았다. 전 산업이 호조를 보인다"고 말했다.
10% 경제성장률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다. 올 초 세계은행은 조지아의 경제성장률을 5.5%로 전망했고, 전쟁 이후인 지난 4월 2.5%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3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지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EBRD의 동유럽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디미타르 보고프는 "당초 우려됐던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경제적 타격은 현실화하지 않았다"며 "반대로 올해 조지아 경제는 오히려 두 자릿수 성장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강제 징병과 정치적 탄압 등을 피해온 러시아인들이 조지아로 대거 유입되면서 소비 주도의 성장으로 경제 상황을 반전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조지아로 이주한 러시아인은 11만20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전쟁 초기 약 4만3000명이 조지아로 들어왔으며, 지난 9월 푸틴 대통령이 군 동원령을 발표하자 급격히 늘었다.
조지아 현지 언론은 러시아인 입국자의 절반가량이 IT 업종과 기술직 등 고급 인력이라고 전했다. 부츠크리키제 CEO는 "우수 인재가 유입된 것은 조지아 기업들이 기술격차를 좁힐 수 있는 매우 유용한 기회"라고 봤다.
또 러시아인의 이주와 함께 대규모 현금이 조지아로 흘러 들어오면서 경제 성장을 촉진했다. 트빌리시시립대 데이비트 케셀라바 국제경제학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상류층이 조지아로 넘어와 소비를 대폭 늘렸다"고 말했다.
조지아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4~9월에 러시아인들은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을 조지아로 송금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많은 규모다. 덩달아 조지아 화폐 라리(GEL)는 3년 만에 최고 강세를 보이는 중이다.
주택임대 시장도 활황 분위기다. TBC은행에 따르면 밀려드는 러시아인에 수도 트빌리시 임대료는 올해 들어서만 75% 상승했다.
인구 370만명의 조지아는 러시아 남서부 지역과 국경을 맞댄 작은 나라다. 옛소련연방 국가였다가 1991년 소련 해체 후 독립했다. 2008년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자국 영토를 일부 빼앗긴 이후에도 강대국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경제·사회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실제로 조지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1년 동안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는 점이 다수 러시아인을 불러들인 유인책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종전 후 러시아인들이 귀국하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BRD는 "올해 조지아의 경제 성장을 견인한 모든 요소는 일시적인 것"이라며 "향후 수년간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