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54)은 요즈음 전화기에 그야말로 불이 났다. 오는 6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 선수를 차출하는 작업이 쉽게 풀리지 않아서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가 아니라 각 구단과 지도자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 일을 그가 직접 떠맡았다.

황 감독은 지난 9일 기자와 만나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는데 (선수 선발 등 준비 과정이)쉽지가 않다”며 “언제 출국할지 모르니 계획을 짜는 것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저 감독들에게 부지런히 연락해 도움을 청할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도자인 황 감독이 행정까지 손을 대는 것은 역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멈춘 영향이 크다. 김판곤 전 위원장이 지난 1월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떠난 이래 4개월 넘게 공석이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하루 빨리 새로운 분을 모셔야 하는 게 옳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협회의 입장도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문제는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멈춘 여파가 현장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9월 U-23 대표팀에 부임한 황 감독은 그해 10월 U-23 아시안컵 예선 이래 한 번도 공식전을 치르지 못한 채 두 차례 훈련만 소화했다. 올해 3월에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입·출국 절차가 간소화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해 두바이컵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U-23 아시안컵 본선은 조별리그 일정(6월 2일 말레이시아·6월 5일 베트남·6월 8일 태국)이 뻔히 나온 상황에서 출국 날짜도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

당초 황 감독은 23일 선수들을 소집해 현지로 넘어간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일부 구단의 반대로 30일로 늦춰야 할 가능성이 높다. 30일로 연기될 경우 선수들은 현지에서 하루 이틀의 호흡을 맞춘 뒤 대회에 들어가는 빠듯한 일정을 각오해야 한다. 황 감독은 “감독들은 내가 어떻게 잘 설득할 수 있지만 구단은 사실 협회 아니면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이야기해야 한다. 그런데 이 자리가 공석이라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축구계 현장에선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멈춘 상황에선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연기된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과 9월 A매치 기간에 아시안게임도 개최돼 23세 이하 선수 차출을 놓고 마찰이 일어날 여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사실 이 부분에선 어느 정도 벤투 감독과 공감대가 있었다”면서도 “대회를 잘 준비하다 연기돼 아쉽지만, 일단은 아시안컵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각 구단들도 이 부분을 잘 도와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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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이 나가고 아직도 그자리가 공석였다니...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