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강원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춘천소방서 소속 김용원(52) 소방위는 지난달 31일 오후 4시 30분∼5시께 춘천시 신동면 팔미교차로 인근 밭에서 노모와 함께 일을 하던 중 날벼락을 맞았다.

팔순이 넘은 노모가 화들짝 놀라 내지르는 소리에 등 뒤로 시선을 돌리자 굴착기를 실은 대형 트레일러가 밭으로 날아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겨우 두세 걸음을 움직여 가까스로 트레일러를 피한 김 소방위는 노모가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하자마자 사고가 난 트럭으로 달려갔다.

트레일러에서 날아든 파편에 부딪힌 팔에서 통증이 느껴졌고, 겨우 큰 화를 면한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구조대원으로서 30년간 현장을 누빈 그의 몸은 본능적으로 사고 차량으로 움직였다.

심하게 찌그러진 운전석에서 발견한 운전자는 다행히 의식은 잃지 않았으나 섣불리 꺼냈다가는 되레 허리 등을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김 소방위는 화재 등 위급 상황 시 운전자를 바로 빼낼 수 있을 공간을 확보해둔 채 여동생에게 119에 신고하라고 했다.

운전자가 의식을 잃지 않도록 계속해서 말을 걸고, 다리와 허리 등에 골절상을 입었는지를 확인한 그는 곧이어 도착한 119구급대와 함께 운전자를 안전하게 차량 밖으로 빼냈다.

자신의 오른 팔뚝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지도 모른 채 집으로 돌아온 그는 샤워하려고 옷을 벗으면서 뒤늦게 팔뚝에 난 상처를 발견했다.

다행히 신경은 다치지 않았으나 살점이 깊게 팬 탓에 20바늘이나 꿰매야 했다.

김 소방위는 "샤워하려고 옷을 벗으려는데 팔이 올라가지 않아 여동생에게 도와달라고 했는데 그제야 다친 걸 알았다"며 "사고 당시에는 운전자를 빨리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김 소방위는 전날 24시간 당번 근무를 서고도 이튿날 농사일을 돕던 중 이 같은 일을 겪었다.

하마터면 끔찍한 교통사고의 가해자가 될 뻔한 운전자는 김 소방위 덕에 생명에 지장 없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아내는 "팔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운전자를 구조해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더라"라며 "보통 사람 같았으면 엄두도 못 냈을 텐데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얘기하는 남편이 대단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