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4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에스토니아 총리가 자국이 러시아의 침공을 받았다면 같은 기간이면 이미 지도에서 사라지고 없어졌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조만간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군 병력 증강이라는 결과를 얻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발트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 대한 나토의 방어 계획만으로는 러시아 침공 180일 이후에 모두 점령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트3국의 영토가 우크라이나보다 작다는 것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국가와 문화까지도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 다녀갔던 사람들이라면 우리의 오래된 마을이 가진 수세기 동안의 역사와 문화를 알텐데, 이런 것들이 우리 국민과 국가를 포함해 모두 지도 상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오는 29~30일 열릴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토 회원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가 원하는 결과를 내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된다. 에스토니아를 포함한 발트3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현 나토의 방위 전략이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토는 전쟁 시 인계철선(Trip wire) 병력 1000명 정도를 현재 발트 3국에 각각 배치하고 있다. 하지만 발트3국은 전쟁 첫날부터 적극적으로 적군을 방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계철선은 적의 침입을 바로 알게 하는 방어용 무기이나,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병력을 지칭하기도 한다.

칼라스 총리는 나토의 현 전략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80일 만에 민간인 수백명이 사망한 일명 ‘부차 대학살’을 언급하면서 “이제는 모두가 인계철선이라는 개념이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칼라스 총리는 나토 측이 최소 2만에서 2만5000명 규모의 병력을 발트3국의 각 국가별로 배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나토 관계자는 “우리는 다음주 회의에서 유럽의 동쪽 지역의 전투력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를 할 것”이라면서도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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