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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를 가다] 이정표 뗀 고속도로 곳곳엔 무장군인 검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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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를 뗀 우크라이나 고속도로


우크라이나 서쪽의 폴란드 국경을 통과해 수도 키이우까지는 국도와 고속도로를 타고 636㎞를 가야 한다.

서부 거점도시 르비우를 거쳐 중북부에 있는 키이우로 향하는 E40번 고속도로는 우크라이나엔 동맥과 같다. 이 길을 타고 수백만의 우크라이나 국민이 전쟁을 피해 생명을 구할 수 있었고 이제는 외부에서 오는 지원품이 이 도로를 타고 키이우를 비롯해 여러 도시로 공급된다.

길이가 수백㎞에 달하고 폭이 왕복 6∼8차선 정도로 꽤 넓은 도로지만 9일(현지시간) 키이우로 가는 동안 지명이나 랜드마크를 알리는 이정표를 볼 수 없었다. 어느 곳을 가리키는지 모를 화살표 표지판만 종종 보일 뿐이었다.

이정표가 없다 보니 차를 운전하는 고려인 에브게니 김씨에게 여러 번 "지금 통과하는 지역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어야 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이 고속도로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 지 알지 못하도록 하려고 전쟁 뒤 이정표나 도로 표지판을 모두 뗐다"며 "키이우로 가는 길을 잘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맑은 날씨와 탁 트인 도로에 잠시 잊었던 '전쟁'이라는 단어는 고속도로 곳곳에 세워진 검문소를 지날 때마다 되살아났다.

검문소엔 어김없이 무장한 군인들이 지나가는 차를 날카롭게 주시했다.

차에서 내려 도로 풍경을 촬영하는 모습을 본 우크라이나 군인은 이내 달려오더니 "사진을 지워야 한다. 이곳은 군사 지역이다"라고 경고했다.

이곳이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또 일깨운 곳은 E40 고속도로변의 주유소였다.

상당히 많은 주유소를 지나쳤는데 영업하는 곳은 흔치 않았다.

러시아가 침공하자 전시 체제가 된 우크라이나 정부가 주유 제한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휘발유, 경유와 같은 연료 공급이 부족해지자 주유소 대부분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동 중에 지나쳤던 우크라이나 서부 리우네 인근 주유소 앞에는 소형차부터 대형 화물차까지 긴 줄을 지어 주유구를 열 차례만을 기다렸다.

주유소 브랜드마다 정책에 차이가 있었으나 이날 찾아간 오코(OKKO)는 회원으로 가입한 차는 한 대에 1530L만 주유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한 번 주유하면 다음 3시간 동안은 오코에서 다시 연료를 채울 수 없고, 하루에 주유할 수 있는 횟수는 3번으로 제한된다.

주유소가 보이기 훨씬 전부터 수십 대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몇 시간씩 기다려야 차례가 올 것 같았다.

운전사 김씨는 "전쟁이 난 뒤부터 이 정도는 이제 일상이 됐다"며 "키이우에 가까워질수록 주유소 대기 줄은 더 길어지는 데 운이 좋은 날엔 2시간 정도 기다린다"라고 했다.

이날 연료 가격은 경유 기준 58우크라이나 흐리우냐로, 한화로 계산하면 2천470원이었다. 전쟁 전보다 연료 가격이 배 이상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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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향하는 고속도로 곳곳에 설치된 검문소


우크라이나 서부 거점 도시인 르비우에 사는 김씨는 출발 전 차에 연료를 가득 채웠기 때문에 키이우까지 도착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면서도 연료계 바늘을 힐끗힐끗 쳐다봤다.

자신의 소형차에 연료를 가득 채우려고 이틀전부터 주유소 세 군데를 전전하면서 총 20시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와 같은 농업국가에서는 농기계에 경유를 대량으로 사용하다 보니 휘발유보다 경유를 구하는 게 더욱 힘든 상황이다.

영업하는 주유소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이 있기는 하지만 올라오는 정보가 정확하지 않은 편이라 보통 텔레그램에 기름이 있는 주유소를 수소문 해야 하는 처지다.

김씨는 "이것이야말로 받아들여야 하는 새로운 현실 아니겠느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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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넣기 위해 몇 시간 이나 대기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3237165?rc=N&ntype=RA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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