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문재인 대통령과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인 김정숙 여사는 30일(현지 시각) “알파벳 가운데 제가 좋아하는 글자가 있다. ‘K’라는 글자”라며 “K-팝, K-무비, K-푸드, K-게임, 전 세계인이 K를 즐기고 있다”고 했다.

김정숙 여사가 30일(현지 시각) 국립로마미술대학에서 열린 이탈리아 한지 관련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여사는 이날 국립로마미술대학에서 열린 한지 관련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해 “K를 앞에 둔 다양한 콘텐츠들이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열정과 희망을 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여사는 “이탈리아의 한지 전문가들에게 귀한 이야기를 듣는 이 자리에서 꼭 하고 싶은 말을 한지에 적어왔다”며 인사말을 시작했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본인 한국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1300년 전에 인쇄된 한지 유산”이라며 “한지를 ‘천년지’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교황 요한 23세의 지구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등 이탈리아 문화유산들이 한지를 이용해 복원됐다. 김 여사는 “세계문화유산의 보고인 이탈리아에서는 문화재 복원에도 한류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이 같은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지의 미덕을 일찍이 알아보신 전문가 여러분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밖에 한지로 복원된 이탈리아 문화재로는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이 적힌 종이(카르툴라), 세기 비잔틴 시대 로사노 복음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 등이 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김정숙 여사가 30일(현지 시각) 국립로마미술대학에서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보유자 안치용 장인의 도움으로 한지를 뜨는 물질 기법을 배우고 있다. /연합뉴스

키아라 포르나챠리 바티칸박물관 종이복원실장은 “2015년부터 저희는 복원을 위해서 한지를 굉장히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바티칸 박물관에는 역사적 작품들 외에 근현대 종이작품들도 많이 보관돼 있다. 오히려 이런 현대 작품들이 복원 및 관리하기가 더 까다롭고 어렵다”면서 “한지를 사용하는 것이 굉장히 좋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포르나챠리 실장은 “한지 섬유의 특성으로 복원에 굉장히 유용해 이미 대체 불가능한 종이가 됐다”며 “저희는 거의 한지로만 근현대 작품들을 복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형 종이작품, 건축도면, 1600년대 지구본, 천구본 등의 작품들의 복원 작업에 한지를 계속 활용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

루이지 쿠포네 국립로마산업미술대 에코디자인 교수는 “한지의 독보적인 특성은 닥나무의 태양열 전도율”이라며 “이로 인해 한지가 다른 종이에 비해 더 빛나는 종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한지의 특성 중 하나가 섬유의 방향성과 밀도”라며 “저희 학교의 학생들이 한지를 활용해 산업디자인 작품들을 만들었다”고 했다. 리카르도 아요싸 국립로마미술대학교 종이연구실 실장은 “저희 학생들이 한지를 만드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발언을 들은 김 여사는 “한국인들은 일상에서 한지를 사용해 왔다”며 “방문에도 벽에도 방바닥에도 한지를 바른 한지의 방은 뜨거운 여름 햇살과 매서운 겨울 바람을 막아 주었다”고 했다. 이어 “유연하면서도 강한 한지의 특성은 한국인의 특성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정숙 여사가 30일(현지 시각) 국립로마미술대학에서 열린 이탈리아 한지 관련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여사는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韓紙匠) 보유자인 안치용 장인의 한지 제작 시연 및 실습 특강에도 참여했다. 김 여사는 특강에서 로마미술대 학생과 함께 안치용 장인으로부터 한지를 뜨는 물질 기법 등을 배웠다. 김 여사는 이탈리아 학생에게 “해보세요”라고 한국말로 제안하기도 했다.

안치용 한지장은 “한지는 닥나무와 물, 장인의 손, 이렇게 해서 1000년, 2000년 가는 한지가 탄생한다. 새로운 과학으로 측정하니 한지가 6000년, 7000년 간다고 한다”며 “닥섬유가 얼기면서 중간에 기포가 생기면서 숨을 쉬어서 자발적으로 공기를 통하게 해서 오래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는 로마미술대 학생들에게 한지를 활용한 앞치마와 한지 노트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측은 학생들이 만든 한지 수묵화 작품을 선물했다. 김 여사는 “너무 너무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정숙 여사가 30일(현지 시각) 국립로마미술대학에서 열린 이탈리아 한지 관련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리카르도 아요싸 국립로마미술대학교 종이연구실 실장으로부터 학생들이 만든 한지를 선물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현지 시각) 국립로마미술대학에서 열린 이탈리아 한지 관련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김정숙 여사가 학생들에게 선물한 주머니가 한지로 만들어진 앞치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