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 기자들이 체험한 IT 기기를 각자의 시각으로 솔직하게 해석해봅니다.

갤럭시S의 탈을 쓴 갤럭시 노트가 돌아왔다. 삼성전자가 10일 공개한 갤럭시S22 울트라 이야기다. 기존 노트 시리즈의 특징은 살리되 갤럭시S 울트라 시리즈 특유의 강력한 카메라 기능을 더해 쓰고, 찍고 그리는 재미를 하나의 제품에 담았다. 삼성의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 하반기는 갤럭시Z 폴더블폰 시리즈에 집중하고, 상반기는 S 시리즈에 바(Bar)형 스마트폰 역량의 전부를 '올인'하겠단 것. 

갤럭시S22 시리즈에서 갤럭시 노트의 특징을 계승한 건 '울트라' 모델뿐이다. 디자인부터 기본형, 플러스 모델과 차이를 드러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에서 부드러운 디자인을 강조했다. 이는 전작부터 올해 갤럭시S22와 S22 플러스 모델에도 적용된 둥근 모서리와 프레임과 카메라 섬이 일체형으로 연결된 '컨투어컷' 디자인으로 설명된다. 울트라는 다르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향수를 재현하듯 홀로 '네모난' 모서리를 채용했다. 컨투어컷도 적용하지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인상과 달리 손에 쥐는 '그립감'은 갤럭시S22 플러스보다 울트라가 더 부드러웠다. 각진 모서리와 달리 측면부는 형제 모델들보다 좀 더 둥글게 처리된 까닭이다. 덕분에 손에 쥐었을 때 생각보다 얇고 부드러운 느낌인데, 알루미늄의 차갑고 단단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겠다. 

울트라 모델의 화면 크기는 6.8형으로 갤럭시S22 시리즈 중 가장 크고, 전작과 같다. 배터리 용량도 5000mAh로 전작과 동일하지만 이번 모델에선 화면 주사율(초당 깜빡임 횟수)이 최소 1Hz부터 최대 120Hz까지 자동으로 조절되는 기능이 탑재돼 배터리 효율은 전작을 앞선다.

또한 플러스 모델과 울트라 모델은 삼성 스마트폰 최초로 45W 고속충전이 지원된다(이전 최대 25W). 다만 근래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친환경' 기조에 따라 기본 패키지에는 충전기가 포함돼 있지 않다. 결국 삼성닷컴 정품 기준 3만8800원의 어댑터 구매 비용이 추가로 드는데, 일반 소비자들 입장에선 돈을 두 번 쓰는 느낌이라 좋지 않은 평가가 나온다. 대신 효과는 확실하다. 45W 충전기 이용 시 울트라 모델 완충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1시간 30분 남짓이다. 

갤럭시 노트의 DNA가 갤럭시S22 울트라에 이식되면서 '내장형 S펜'도 부활했다. 기존 노트 시리즈 사용자들이 가장 반길 요소다. 새로운 S펜은 개선된 하드웨어와 AI 필기 예측 알고리즘이 적용돼 필기감도 체감할 만큼 개선됐다는 평가다. 꺼진 화면에서도 펜을 꺼내면 바로 필기가 가능한 '빠른 메모'나 S펜을 이용한 캡처, 번역 등 기존의 편의 기능들도 여전하다. 아쉬운 건 1년 이상의 신제품 출시 공백기가 있었음에도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획기적인 신기능은 없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S펜은 여전히 타 스마트폰에선 볼 수 없는 '쓰고 그리기에 특화된' 정체성을 부여해주는 요소다. S펜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과 편의기능을 즐겨 쓰던 사용자라면 이번 모델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웹페이지 전체를 빠르게 스크랩하고 메모까지 가능한 기능도 있다 (사진=이건한 기자)

사실 이번 제품에서 S펜보다 눈에 띈 건 카메라다. 삼성전자는 역대 갤럭시S 울트라급 제품에서 차별화 요소로 최상위급 카메라 성능을 강조했으며, 이 같은 전략은 갤럭시 노트를 품은 이번 제품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 전작과 신제품의 차이를 가른 건 AI다. 표면적인 하드웨어 스펙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2배 이상 빨라진 AI 프로세서와 카메라의 결합도를 높여 전체적인 사진 품질은 전작보다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주간 인물사진 성능 비교. 왼쪽은 갤럭시S21 울트라, 오른쪽은 신형 갤럭시S22 울트라로 촬영했다 (사진=이건한 기자)

AI 카메라의 성능 차이가 가시적으로 확인되는 기능 중 하나는 인물사진 모드다. 피사체를 강조하고 배경은 흐릿하게 만들어주는 인물사진 모드는 사진에 고급스러운 느낌을 부여하기 쉬워 일반 사용자들도 널리 사용하는 기능이다.

위 사진을 보면 같은 조건에서 갤럭시S21 울트라로 찍은 사진은 가장자리에서 일부 영역이 배경과 분리되지 못해 뭉개진 모습이다. 반면 S22 울트라는 피사체 내외부 전반에서 뭉개짐 현상이 줄고 질감도 한층 정교하게 잡아낸 것이 확인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2 울트라에 'AI 스테레오 뎁스맵(Stereo Depth Map)' 기능과 딥러닝 기반의 소프트 포커스 효과가 더해짐으로써 전작보다 자연스럽고 또렷한 인물사진 촬영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야간 인물사진 성능 비교. 왼쪽이 갤럭시S21 울트라, 오른쪽은 갤럭시S22 울트라 촬영물 (사진=이건한 기자)

삼성전자는 이번 제품에서 특히 야간촬영 성능이 크게 개선됐음을 강조했는데, 실제 저조도 환경에서 촬영을 진행해본 결과 확실히 전작보다 개선된 점들이 확인됐다. 먼저 위 사진에선 갤럭시S22 울트라로 촬영한 인물사진이 S21 울트라 촬영물 대비 더 밝고 색감도 사실과 가깝게 구현됐다. 

갤럭시S21 울트라로 찍은 저조도 일반·야간촬영 결과물 (사진=이건한 기자)

갤럭시S22 울트라로 찍은 저조도 일반·야간촬영 결과물 (사진=이건한 기자)

다음은 빛이 거의 없는 공간에서 야간모드 촬영 결과물을 비교한 것이다. 겉보기엔 갤럭시S21 울트라의 촬영물이 더 밝게 찍혔지만 조도가 과하게 보정된 탓인지 자글자글한 노이즈가 눈에 띈다. 반면 갤럭시S22 울트라는 일반 촬영에서 더 밝은 결과물을, 야간모드에서는 밝기보다 부자연스러운 노이즈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보정된 결과물이 확인됐다. 두 모델의 이 같은 차이는 동영상에서도 드러났다. 특히 영상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카메라 렌즈의 손떨림방지 보정 각도가 전작보다 58% 넓어진 S22 울트라에서 보다 안정적인 결과물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이 밖에 갤럭시S22 울트라에는 평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촬영·편집 기능들이 추가됐다. 그중 '오토 프레이밍'은 카메라 촬영 반경 5m 내에 접근한 사람들을 인식하고 자동으로 화면 중앙에 포커싱 시키는 기능이다. 사용자가 직접 이동하거나 수동으로 줌을 당길 때 발생하는 흔들림을 최소할 수 있으며 결과물도 자연스럽다. 아래 GIF 이미지를 보자. 움직임 없이 제자리에서 오토 프레이밍으로 촬영한 영상이다. 피사체의 진입과 움직임 변화를 AI가 인식해 줌이 자동 조정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토 프레이밍으로 촬영한 영상, 압축 과정에서 화질이 다소 저하됐다 (사진=이건한 기자) 

전작에서 호평받았던 'AI 지우개'는 놀랍게도 이제 사물뿐 아니라 그림자나 빛 반사까지 지워낼 수 있다. 주간에 그림자 제거 기능을 시험해본 결과 놀이기구를 덮고 있던 건물 그림자의 대부분이 걷혔다. 그러나 아직 초기 단계인지 사진별로 그림자를 인식하는 기준, 제거 수준은 모두 달랐다. 기존 AI 지우개 기능처럼 경우에 따라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재미 요소로 활용해볼 수 있겠다.

갤럭시S22 울트라에 새로 추가된 '그림자 지우기' 기능 (사진=이건한 기자)

끝으로, 전문 사진가들이 좋아할 기능도 추가됐다. 촬영자가 직접 카메라 설정을 조작해 원하는 구도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프로모드'는 갤럭시S22 울트라부터 각 렌즈별 설정도 가능해졌다. 설정 가능한 렌즈는 △울트라 와이드 렌즈 0.6x △와이드 렌즈 1.0x △망원 렌즈 3.0x △슈퍼 망원 렌즈 10.0x다. 나아가 갤럭시 스토어에서 'Expert RAW' 앱을 설치하면 다중 프레임 RAW 형식으로 HDR 사진을 찍고 어도비 라이트룸과 연계해 편집도 가능해진다.

전반적으로 갤럭시S와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장점이 잘 어우러진 '완전체'라 할 만했다. 성능, 편의, 카메라 다방면에서 크게 흠잡을 수 없는 수준의 경험을 제공했다. 대신 하나 아쉬운 점을 꼽자면 여전히 가장 비싼 모델에서만 사용 가능하게끔 설계된 S펜이다.

삼성이 폴더블폰 흥행에 성공하기 전까지 S펜은 S 시리즈와 노트 시리즈를 가르는 가장 큰 차별화 요소였다. 그러나 갤럭시S와 갤럭시 노트가 통합된 지금, S펜을 여전히 최상위 모델의 전유물로 두는 건 과도한 급 나누기란 평가가 따를 수 있다. 울트라 모델은 앞으로도 대화면, 카메라 성능 차별화로 충분히 가치를 드러낼 수 있다. 내년에도 삼성이 S·노트 통합 전략을 유지할지 미지수지만, 적어도 다음 시리즈에선 S펜을 S 시리즈 전 모델에 내장하는 시도로 타 브랜드와 차별성을 강조하는 한편, S펜에 대한 사용자 접근성도 높여 보는 건 어떨까?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hm&sid1=105&oid=293&aid=0000037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