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차시건업인야(造此是建業人也·이것을 만든 사람은 건업인이다)

무령왕릉을 비롯한 왕릉급 고분이 많아 '왕가의 무덤'으로 불리는 충남 공주 송산리에서 백제 왕조 무덤 축조양식과 당시 백제의 대외교류를 가늠할 수 있는 명문이 새겨진 벽돌이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부터 추진한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29호분에 대한 발굴조사 중 무덤 입구를 폐쇄하는데 사용한 벽돌을 전량 수습해 정리한 결과 '조차시건업인야(造此是建業人也)'라는 명문이 새겨진 벽돌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29호분에서 확인된 명문은 반으로 잘려진 연꽃무늬 벽돌의 옆면에 새겨져 있다. 글자는 조차시건업인야로 판독되는데, 이는 '이것을 만든 사람은 건업인이다'로 해석할 수 있다.

건업은 중국 난징(남경)의 옛 이름으로, 건업인은 중국 남조의 남경 출신을 일컫는다는 점에서 벽돌의 학술적 가치가 상당한 것으로 여겨진다. 제작자가 외부인임을 증명하고, 당시 벽돌과 무덤의 축조가 중국 남조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대사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백제 웅진기의 대외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앞서 공주 무령왕릉과 6호분에서도 글자가 새겨진 명문 벽돌이 출토된 바 있다. 6호분 명문의 경우 '양관와위사의(梁官瓦爲師矣)' 또는 '양선이위사의(梁宣以爲師矣)' 등으로 판독되는데, 여기서 양(梁)은 남조 국가인 중국 양나라(502~557년)를 가리킨다. 해당 벽돌과 이번에 발견한 명문의 연관성을 볼 때 백제 왕릉의 제작에서 중국 남조의 기술자들이 참여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명문에 대한 3차원 입체 정밀 분석 등을 통해 글자를 명확히 판독해 기록으로 남기고 이를 토대로 백제시대 서체 복원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29호분 발굴조사를 시작으로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에서 잊혀진 고분들을 하나씩 찾아내 백제 웅진기 왕릉원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hm&sid1=103&oid=008&aid=0004701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