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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오의 연쇄 - 마한(馬韓)과 개마한(蓋馬韓), 그리고 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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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사편찬위원회의 고전 오역, 나무위키와 위키백과에서의 서술 오류 등을 지적하여 비판하는 글을 몇 차례 올린 바 있습니다. 지금 이 글도 그 동일 성격의 글입니다. 대개는 의도적인, 또는 나태와 무책임에 따른 이런 오역과 오류를 저는 비교적 자주 접하여서 우리 역사판에 산재하여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나무위키에서 개국(蓋國)을 검색하면 다음의 글이 나옵니다. 저는 「산해경의 왜(倭) 연구」에서 '개국'의 위치를 고증한 바 있습니다. 나무위키의 해당 페이지에서 제가 주목한 것은 아래에 파란색으로 표시한 문장, 그 중에서 '개마한(蓋馬韓)'입니다.


de2b98018528bc436b0590d370616034_1637051877_5694.png

https://namu.wiki/w/%EA%B0%9C%EA%B5%AD#s-3 


"한편, 주서와 북사에서는 마한의 다른 명칭으로 개마한(蓋馬韓)이라는 명칭이 제시되는데 이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개마한(蓋馬韓)이라니, 여러분, 처음 들어보시죠? 저도 처음 들어봅니다. 마한의 다른 명칭이 '개마한'이고, 그러한 기록이 《주서》와 《북사》에 있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마한의 이칭(異稱)이 있었는지는 일단 차치하고, '개마한(蓋馬韓)'이라는 국명, 또는 정치체가 있었다고 한 것은 익명의 나무위키 해당 항목 작성자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지역단위의 연구회이지만 버젓이 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서 이러한 주장을 한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_________


백제의 건국과정을 밝히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백제사 자체의 사료 검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연속선상에서 파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백제의 건국과정을 파악하는 방법은 중국사서와 『삼국사기』의 건국설화에서 합리적 해석을 도출하려는데에서 모순이 있었다. 『삼국사기』의 백제 건국설화가 중국사서와 기존의 百濟·高句麗紀를 조합하여서 찬자들의 사관에 의한 저술인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면 백제 건국세력의 유입과정은 재검토하여야 하는 당위가 설정된다. 먼저 백제의 영역에 先住集團으로 있었던 마한의 실체를 검증하므로써 고조선 유민의 南來가 백제건국에 어떠한 연관이 있었는지를 검토하였다. 목지국을 맹주국으로 하는 마한은 압록강유역의 蓋馬韓과 같은 개념의 濊族으로서 고조선에 함축되어 있는 蓋國에 근원을 두고 있음이 밝혀졌다. 따라서 목지국의 마한의 명칭은 기자조선의 末王 準이 고조선 중심세력인 蓋馬韓의 族名을 목지국에 添稱하므로써 시작된 것이다. 『주서』『북사』에 나타나는 「蓋馬韓之屬國(也)」의 馬韓은 목지국의 마한이 아니라 압록강유역의 蓋馬韓을 가리키고 있음을 전제로 하였다. 그러므로 蓋馬韓·蓋馬國·馬韓(또는 목지국의 馬韓)은 같은 개념의 濊族인 기자조선의 유민으로서 漢에 귀속을 거부한 주체적 집단으로 파악되었다. 


「백제 건국과정의 제문제(百濟 建國過程의 諸問題)」, 김문수, 1996년, 『경기향토사학』 창간호 


http://archive.baekje-heritage.or.kr/site/kr/html/sub2/020101.html?mode=V&card_id=3919 


_________


김문수는 《산해경》에 나오는 '蓋國(개국)'과 《북사》 및 《주서》 백제전에 나오는 '개마한(蓋馬韓)'이 같은 것으로서, 마한이라는 명칭은 준왕이 개마한의 족명을 목지국에 첨칭(붙여서, 첨가해서 부름)함으로써 나온 것으로 본래 마한이 아니라 개마한이 옳은 명칭이며 그 중심지는 압록강 중류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일단 서기전 2~1 세기에 압록강 중류 유역에서 적석총과 철기를 기반한 독자적 세력이 성장한 것은 사실이며, 학계에서는 이를 고구려, 또는 고구려의 전신(前身)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문수는 이들 세력을 '개마한'으로 보고 있으며, 나아가 개국, 개마국, 개마한, 마한이 모두 같은 집단으로서, 예족(濊族) 집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죠.


어떻게 이러한 주장이 가능했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자를 편의적으로 해석한, 오역(誤譯)하여 상상을 덧붙임으로써 만용(蠻勇)을 부린 매우 무책임한 망설(妄說)입니다.


'개마한(蓋馬韓)'이 있다 한《북사》와 《주서》 백제전의 해당 기술을 보겠습니다.


__________


백제는 그 선대가 대개(무릇) 마한의 속국이었으며, 부여의 별종이다.

百濟者,其先蓋馬韓之屬國,夫餘之別種。《周書·卷四十九·列傳第四十一·異域上·百濟傳》


백제는 대개(무릇) 마한의 속국이(었으)며, 색리국에서 나왔다.

百濟之國,蓋馬韓之屬也,出自索離國。《北史·卷九十四·列傳第八十二·百濟傳》


__________


蓋(개)는 위의 해당 기술에서 '대략', '대개', '아마도', '무릇'의 뜻을 지닌 부사어로 쓰였는데 김문수(와 나무위키 개국 항목 작성자)는 '蓋馬韓(개마한)'으로 합쳐서 국명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주서》는 북주(北周)의 역사를 다룬 사서로서 당나라 초기인 636년에 편찬되었습니다. 《북사》는 북위(北魏), 북주, 북제(北齊), 수(隋)의 역사를 다룬 사서로서, 역시 당나라 초기인 659년에 편찬되었습니다.


이 두 사서에서 "蓋馬韓之屬"이라 한 것은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서 마한에 속한 소국 가운데에 백제국(伯濟國)을 백제(百濟)의 전신으로 보고 있는 까닭입니다. 《삼국지》는 3세기 말에 서진(西晉)의 진수가 편찬한 사서입니다.  


위 백제전이 속한 《북사》와 《주서》의 외국열전에서 蓋(개)의 다른 용례를 보겠습니다. 


__________


요(獠)는 대개 남만의 별종이며 

獠者,蓋南蠻之別種,自漢中達于邛、笮,川洞之間,在所皆有之。


탕창강(宕昌羌)은 그 선대가 대개 삼묘의 자손이다. 

宕昌羌者,其先蓋三苗之胤。


계호(稽胡)는 보락계(步落稽)라고도 하는데, 대개 흉노의 별종이며 

稽胡一曰步落稽,蓋匈奴別種,劉元海五部之苗裔也。


이상《周書·卷四十九·列傳第四十一·異域上》


실위국(室韋國)은 (중략) 대개 거란의 무리(같은 족속)이며 

室韋國,在勿吉北千里,去洛陽六千里。「室」或為「失」,蓋契丹之類,其南者為契丹,在北者號為失韋。


이상 《北史·卷九十四·列傳第八十二·百濟傳》


___________


"蓋馬韓之屬"의 蓋馬韓(개마한)을 하나의 국명이나 집단명으로 보고자 한다면 개남만(蓋南蠻), 개삼묘(蓋三苗), 개흉노(蓋匈奴), 개거란(蓋契丹)이라는 국가나 종족이 있었다 하는 주장도 성립할 수 있겠죠. 물론 성립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실이 아니니까요. 


이런 까닭에 

아무리 제도권의 학자가 쓴 글이라 할지라도, 설사 그것이 논문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비판적 읽기를 해야 합니다. 만약에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 누군가, 또는 활동하는 역사커뮤니티에 문의를 해서 검증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나무위키의 해당 항목 작성자는 아무런 출처 표시 없이, 그것도 아무런 검증 없이 관련 주장을 마치 사실인냥 제시하여 역사를 탐문하는 뭇 독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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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3

Marauder님의 댓글

일일이 찾아보신건가요 ㄷㄷ무슨생각으로 글을 썼는지 모르겠군요.

축하합니다. 첫댓글 포인트 1GOLD를 획득하였습니다.

무쿠리님의 댓글의 댓글

보통 저런 경우는 뭔가 이상하면 진짜 그런 게 있는지 직접 찾아보면 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한자와 한문, 원서라는 진입장벽이 너무 높고, 게다가 학회지에 연구자가 쓴 논문에 나온다 하면 그 권위에 순응하는지라 저런 일이 생기는 것이죠

공칠공구님의 댓글의 댓글

역사를 배우는 사람은 쉽게 민족주의자가 될수 있소.
그런 측면에서 볼때 무쿠리님이 보시기에 저 글자를 <한자 한문> 라고 공식적으로 부른 시기는 언제부터 라고 보시오?

무쿠리님의 댓글의 댓글

한자와 한문이라는 표현(용어)은 비교적 근대이래로 보편적으로 쓰였다고 생각되는데 그 이전에도 그 말이 안 쓰였던 것은 아닙니다

우선 한자의 경우를 찾아보니 세종실록 세종 5년(1423년) 12월 25일(음) 기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군요

“국왕이 요구한바 대장경판(大藏經板)은 우리 나라에 오직 1본 밖에 없으므로 요청에 응하기 어렵고, 다만 밀교대장경판(密敎大藏經板)과 주화엄경판(註華嚴經板)과 한자대장경(漢字大藏經)의 전부를 보내려고 한다.”

일본국왕이 보낸 사신에게 한자대장경을 보낸다 하는 기사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漢字가 지금 우리가 아는 이른 바 '차이니즈 캐릭터'를 뜻하는지는 더 살펴볼 일입니다

무쿠리님의 댓글의 댓글

이밖에도 17세기~19세기 조선시대 문헌에서 '차이니즈 캐릭터'의 의미로서 漢字가 사용된 사례가 여럿 관찰되는군요

공칠공구님의 댓글의 댓글

저는 <설문해자>라는 명칭을 보고,고대에는 그냥 <자/문/문자/글?>이라고만 하지 안았을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소.몇년전에 우연히 네이버 뚜지다가 <원나라>때에 처음 <한자>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는 글을 보았지만 그 글에서 관련 사료근거를 내놓지 않아서 반신반의하는 상태를 몇년째 유지하고 있소.그래서 문의드렸소.
그리고 무쿠리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저는 개인적으로 <중문>이라는 표현을 추천드리오.

무쿠리님의 댓글의 댓글

한자/한문과 중문은 다릅니다

중문은 현 중국에서 쓰는 문자 및 그 체계이지
우리 대한민국에서 쓰는 그 문자 및 체계를 가리키지 않습니다

한자/한문이라는 용어는
한자가 서한-동한 때에 비로소 통일 및 정리 되었고,
또한 이 시기에 비로소 사서오경이 정리돼 편찬되었던 데에서
온 것입니다

오히려 한자를 차이니즈 캐릭터라고 하는 영어표현이 잘못된 것입니다

무쿠리님의 댓글의 댓글

대체로 文, 字, 文字로 불렸던 것은 사실이며
원나라 대부터 漢字라는 용어가 쓰였다 하는 것도 사실에 가까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원나라 파스파문자와 구분해야 했을테니까요
그렇다면 그 이전인 거란의 요나라 때에도 쓰였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거란 또한 한자를 바탕한 문자가 있었으니까요
또한 그렇다면 그 이전 시대인 수당 시기의 돌궐문자와 구분하는 표현으로서 漢字가 있었을 가능성 또한 고려할 수 있습니다

공칠공구님의 댓글의 댓글

[이건 두번째 댓글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작성한것임]

그래서 언제부터 <한자>라고 불렀는지,중요하다고 생각되오.
과연 서한/동한때부터 그리 불렀는지,아니면 수/당때에 그리 불렀는지,아니면 진짜 원나라때부터 그리 불렀는지,결과에 따라 성격/해석은 다르게 나올수 있기때문이오.

그리고 무쿠리님의 말씀에도 일리가 있지만,문제도 있소.현재 <중문>이라고 하는것이 바로 고대의 <한자 한문>이오.일부는 간편하게 변화했지만,다르다고 할수는 없소.

공칠공구님의 댓글의 댓글

[이건 두번째 댓글을 본 상태에서 작성한것임]
네 알겠습니다.

무쿠리님의 댓글의 댓글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그렇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대학 학부과정에서
중어중문과와 한문과는 엄연히 다릅니다

중국이 쓰는 간자를 중국 간체자, 또는 중문이라고 하고
대한민국(과 대만)이 써 온 고래의 것을 한자라고 구분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그렇게 모두 아울러 중문이라고 하는 것은 중국에서의 사정이고
대한민국에서는 이 둘을 구분해서 달리 칭하고 있습니다
이 점을 이해하시면 될 것입니다

공칠공구님의 댓글의 댓글

<
한자/한문이라는 용어는
한자가 서한-동한 때에 비로소 통일 및 정리 되었고,
또한 이 시기에 비로소 사서오경이 정리돼 편찬되었던 데에서
온 것입니다
>
잘 참고하겠소.

공칠공구님의 댓글의 댓글

<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그렇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대학 학부과정에서
중어중문과와 한문과는 엄연히 다릅니다
>

중국의 사정이나,한국의 구분이나...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소...
김치를 먹고 자란 사람으로써 순수하게 정신문화의 옳바른 방향으로의 발전을 위한 고민이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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