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신전이 제작된다고 알려졌을 때에 그 주인공(전지현 분)의 이름이기도 한 이 '아신'이 만주족 황성인 '애신'에서 비롯됐을 거라 하는 추측이 인터넷 공간에 있었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추측으로, '아신'은 만주족 황성이자 만주어로 金(gold)을 뜻하는 말인 '아이신'에 모티프를 두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회자되면서 최근에 인터넷 공간에서 만주 건주여진, 즉 청나라 황실의 성씨인 '애신각라(愛新覺羅)'와 '신라(愛羅)'를 연결시키는, 참으로 철 지난 떡밥이 다시 핫하더군요. 즉 수십 년 전, 또는 그 기원도 출처도 모를 곳에서 "신라를 사랑하고, 신라를 기억한다(깨우쳐 잊지 않는다)는 뜻으로 일부러 이렇게 한자를 가져다 붙인 것이다" 하는 개썰을 누군가 퍼트린 후에 그 똥냄새가 수십 년 동안 가시질 않다가 어느 사이에 잠잠하다 싶었는데, 그 가라앉아 있던 똥덩이가 드라마 <킹덤 : 아신전> 제작 발표에 따른 대중의 관심에 편승하여 다시 떠오른 것입니다.

애신각라(愛新覺羅)에서 '애신(愛新)'은 金을, '각라(覺羅)'는 族, 또는 氏를 뜻하는 말로서, 즉 애신각라(愛新覺羅)는 金氏, 또는 金氏族이라는 뜻입니다. 후금(後金)과 대청(大淸)을 세운 건주여진의 황성(皇姓)이죠. 각라의 경우 기오로, 즉 우리말 '겨레'와 그 음가(소리값)이 유사할뿐만 아니라 어근이 동질하여서 우리말의 '겨레'와 동원어일 가능성이 충분한 말입니다.

《흠정만주원류고》에는 이 '애신'이 세 가지 버전의 한자로 적혀 있습니다. 

▶ 愛新(애신)

▶ 愛紳(애신)

▶ 愛申(애신)

이 중에서 가장 오래된 표기는 愛申(애신)입니다.

만주원류고는 청나라 황족이 '애신'을 성(姓)으로 삼은 까닭을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째, 비록 금나라를 세운 완안씨와 같은 부족은 아니지만 같은 지역을 발흥지(청)와 중심지(금)로 삼았고, 옛 완안씨의 후손들이 모두 복속돼 일가를 이루었으므로 (청나라의 첫 국호는 後金이었죠)

ㅡ 만주원류고 찬자들은 금나라 상경회령부의 위치를 지금의 하벌빈 아청구 지역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지금 사학계 통설에서 발해 상경성으로 비정한 영안시 동경성 유적을 금나라 상경성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세기 초에 러시아 학자들이 하얼빈 아청구에서 금나라 상경성 유적을 발굴하면서 비로소 그 위치가 제대로 알려지게 되었죠

ㅡ 금나라 해릉왕이 수도를 현 북경으로 옮기면서 상경을 파괴하였고, 그 후대 세종이 다소 복구하였으나 여전히 변방으로 남아있다가 몽골이 침입하면서 다시 파괴되었던 까닭에, 또한 비교적 기후가 온난했던 5대-금나라 때와 달리 그 후대에는 급격히 냉랭해지면서 동류(東流) 송화강과 하얼빈 일대가 거주환경에 부적합하게 변하였던 까닭에 명·청 시대에 와서는 현 목단강과 영안시 일대를 금나라 상경회령부가 있던 곳으로 판단하였고, 이렇게 믿었습니다. 

ㅡ 명나라 대의 여진족들은 원나라가 망하고 풀려나 명과 조선에 붙거나 독자세력으로 성장했는데 가장 큰 세력은 송화강 서쪽에서 현 압록강 일대에 걸쳐 활동한 해서여진이었습니다. 훗날 후금과 대청을 세운 건주여진은 오국성과 두만강 사이에서 활동하면서 서쪽으로 현 흥경 지역으로 영역을 넓힌 집단인데, 처음에 목단강 영안시 일대에서 점차 규합되었고 그 일대를 중심지로 삼았습니다. 영안시(寧安市)는 여진족의 중심지였던 영고탑(寧古塔)이 있던 것에서 유래한 지명입니다.

ㅡ 즉 후금과 대청의 건국주체이자 만주원류고의 편찬주체인 청나라 황실에서 당시에 보기에 금나라를 세운 완안여진의 중심지와 청나라 황실(건주여진)의 본적지가 목단강과 영안시 일대로 동일하고, 그 지역의 본래 명칭이 '금원(金原)'이므로 자연스럽게 족성(族姓), 즉 성씨(姓氏)를 金(gold)을 뜻하는 '아이신'으로 삼았던 것이죠.

둘째, 포고리옹순 설화

ㅡ 이 설화는 만주족의 시조 설화인데, 장백산(長白山) 동쪽에 있는 포고리산(布庫哩山) 아래의 연못에 내려와 놀던 선녀(天女) 중 한 사람이 새가 물어다 준 붉은 열매를 삼키고 임신을 하여 배가 부르자 몸이 무거워져 하늘로 올라가지 못 하고 그 산기슭에서 사내 아이를 낳아 기르며 살았는데, 그 선녀가 이 사내아이에게 내려준 성이 애신각라(愛新覺羅), 이름이 포고리옹순(布庫哩雍順)이라는 것이 그 줄거리입니다. 성(姓)을 내려준 이가 선녀라는 것이죠.

만주원류고 찬자들은 금나라가 金을 국호로 삼은 까닭을 그 조상이 신라에서 왔고, 신라의 왕성이 金이었던 까닭이라고 비교적 굳게 믿고, 세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주원류고 전체에서 뭔가 신라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것 또한 사실이긴 합니다. 

그러나 비록 그렇다 하여도 이 '애신각라(愛新覺羅)'와 '신라(愛羅)'를 연결시켜서 "신라를 사랑하고, 신라를 기억한다(깨우쳐 잊지 않는다)는 뜻으로 일부러 이렇게 한자를 가져다 붙인 것이다" 하는 개썰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말그대로 개썰에 불과합니다. 

※ 3줄 요약

① 애신각라의 애신은 金(gold)을 뜻하고, 각라는 겨레를 뜻하는 말이다. 즉 김씨족(금씨족)이라는 뜻이다.

② 건주여진이 우두머리 성을 金으로 삼은 까닭은 그들이 본거지였던 목단강과 영안시 일대를 금나라 상경성이 있던 금원(金原)으로 오인한 데에서 비롯하였다. 

③ '애신각라'가 "신라를 사랑하고 기억하자"는 뜻이라는 개썰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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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아래에 링크한 위치에 쓴 본인의 글을 백업한 것으로, 백업하는 과정에서 다소 수정·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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