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마크
톡하고

역사게시판

까마귀의 한자음은 왜 烏(오)일까

본문

(세상 급하신 분들은 맨 아래에 있는 3줄 요약을 보세요)


까마귀 오(烏)의 글꼴(形)은 새 조(鳥)에서 눈을 뜻하는 가로 획 하나를 지운 것으로, 까마귀의 온몸이 검고, 눈까지 검은 까닭에 눈이 분별되지 않음에 착안한 것이다. 


eae0ea1b6f4c0c2fa0cccfb47b88fa6a_1635554806_0178.png

(좌) 설문해자의 烏, (우) 설문해자의 鳥 
 


서기 100년, 후한(後漢)의 허신(許愼)이 편찬한, 중국의 가장 오래된 자전(字典)인 《설문해자(說文解字)》 烏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烏:孝鳥也。象形。孔子曰:「烏,○呼也。」取其助气,故以為烏呼。 《說文解字卷五烏部》 

풀이하면, 

 

 까마귀(烏). 효성스러운 새(孝鳥)이다. (이 글자는) 상형자이다. 공자가 말하길, "라고 운다." 하였으니 그 울음소리를 취하여 이름을 烏라고 불렀다.

까마귀 烏의 그 글자 형(形)은 까마귀의 모습을 상형한 것이고, 그 음(音)은 까마귀 울음소리에서 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설문해자는 공자의 말을 인용하여 그 울음소리를 라고 하였는데 는 우리 대한민국의 현대 한자음으로 [우]이다. 또한 그 뜻은 '쳐다보다'인데 를 간소화 하여 옛부터 盱(쳐다볼 우)를 널리 썼다. 


盱의 현대 중국어 발음은 시[xū]이고, 烏의 발음은 우[wū]이다. 우리 한자음으로는 盱는 우, 烏는 오이다. '시'든 '우'든 까마귀의 울음소리와 거리가 멀어서 전혀 같지 않다. 사실 세상 어느 곳이고 '시', 또는 '우'라고 우는 까마귀는 없다. 현대 중국어에서 까마귀 소리를 나타내는 음성상징어(의성어)는 嘎嘎 [gāgā]와 呱呱 [guāguā]이다.


이는 어찌된 일일까? 한자음이 변한 데에 그 까닭이 있다.


한자의 음(音)은 여느 언어와 마찬가지로 시대에 따라 변하였는데 크게 상고한자음과 중고한자음으로 구분하고 있다. 상고한자음, 즉 상고음은 서기 3세기부터 그 이전의 상주시대까지, 중고음은 4세기부터 당송시대까지 통용된 한자음을 가리킨다.


盱의 상고한자음은 [qʰʷa]로 재구되어 있으며, 烏는 [qaː]로 재구돼 있는데 우리말로 하면 盱[과/가], 烏[가:]가 되어서 까마귀의 울음소리와 유사하거나 같음을 알 수 있다.


<한자음 비교표>

한자

현대 한국 한자음

현대 중국 한자음

상고 한자음

[xū]

/[qʰʷa]

[wū]

: [qaː]

# 烏의 음(音)은 당송 시대에 [ʔo]로 바뀌는데, [ʔo]는 [고]에 가까운 [오]이다. 


까마귀를 뜻하는 영어 crow도 까마귀의 울음소리에서 온 이름으로 고려된다.


crow (n.)

general common name of birds of the genus Corvus (the larger sort being sometimes called ravens), Old English crawe, which is held to be imitative of the bird's cry. Compare Old Saxon kraia, Dutch kraai, Old High German chraja, German Kräke. <Online Etymology Dictionary>

한자어 烏의 본래의 소리값(音價)이 까마귀의 울음소리에 온 [가:]였다는 사실 확인 이후의 흥미로운 사실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째,

烏는 까마귀라는 뜻 외에 '검다'라는 뜻으로 쓰였는데 서기 4세기 이후, 주로 당송 시대에 와서 오[ʔo]라고 발음 되기 이전까지는, 말하자면 우리말의 검다/까맣다/가뭏하다 등과 같은 소리값을 지니고 일천 수백 년 쓰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둘째,

우리말에서 까마귀는 그 울음소리가 아니라 빛깔이 검은 것에서 그 이름이 비롯되었으며, 울음소리에서 그 이름이 비롯된 것은 그 같은 과(참새목 까마귀과)인 까치이다.



__________________



※ 3줄 요약

① 烏의 한자음은 본래 [오]가 아니라 [가:]였고, 이는 까마귀 울음소리를 본 뜬 것이다.

② 烏는 까마귀라는 뜻 외에 검다라는 뜻을 지니고 쓰였는데 그 소리값 [qaː]는 우리말 '검다'의 어근과 공교롭게도 동일하다.

③ 우리말 까마귀는 그 색깔에서 온 이름이고, 울음에서 온 이름은 까마귀 사촌인 까치이다.




ⓒ 무쿠리




5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추천한 회원 보기

댓글목록 4

무쿠리님의 댓글

이 글은 다음 위치에 있는 본인의 글을 백업한 것입니다

임시대피소 역사게시판
2021년 10월 19일
https://cafe.naver.com/imsigasengi/36144

가마솥님의 댓글

무쿠리님의 댓글의 댓글

방어자님의 댓글

전체 252 건 - 1 페이지
제목
레벨 무쿠리 508 14 0 2021.11.21
레벨 보미왔니 153 9 0 2021.10.27
레벨 흥무대왕 165 9 0 2021.10.31
레벨 무쿠리 205 9 0 2021.11.01
레벨 흥무대왕 152 8 0 2021.10.30
레벨 룹버 203 8 0 2021.11.04
레벨 진빠1더1핵1펀치 178 7 1 2021.10.25
레벨 흥무대왕 142 7 0 2021.10.28
레벨 애기강뭉 148 7 0 2021.10.28
레벨 흥무대왕 222 7 0 2021.10.30
레벨 무쿠리 189 7 0 2021.11.01
레벨 무쿠리 175 7 0 2021.11.04
레벨 무쿠리 164 7 0 2021.11.04
레벨 애기강뭉 180 6 0 2021.10.28
레벨 무쿠리 334 6 0 2021.10.28
레벨 무쿠리 166 6 0 2021.11.16
레벨 무쿠리 133 6 0 2021.10.29
레벨 룹버 164 6 0 2021.11.03
레벨 룹버 200 6 0 2021.11.03
레벨 황웅 239 6 0 2021.11.11
레벨 황웅 165 6 0 2021.11.11
레벨 흥무대왕 205 5 0 2021.11.14
레벨 애기강뭉 161 5 0 2021.10.28
레벨 애기강뭉 140 5 0 2021.10.28
레벨 무쿠리 199 5 0 2021.10.30
레벨 황웅 190 5 0 2021.11.19
레벨 룹버 271 5 0 2021.11.05
레벨 애기강뭉 168 5 0 2021.11.06
레벨 무쿠리 238 5 0 2021.11.11
레벨 룹버 181 4 0 2021.10.25
레벨 러키가이 196 4 0 2021.11.13
레벨 무쿠리 155 4 0 2021.10.26
레벨 무쿠리 432 4 0 2021.10.26
레벨 무쿠리 145 4 0 2021.11.14
레벨 스포메니아 145 4 0 2021.10.29
레벨 범고래 197 4 0 2021.10.31
레벨 목풍 164 4 0 2021.11.04
레벨 무쿠리 335 3 0 2021.10.27
레벨 애기강뭉 143 3 0 2021.10.27
레벨 황웅 140 3 0 2021.11.14
레벨 스포메니아 151 3 0 2021.11.15
레벨 흥무대왕 139 3 0 2021.11.15
레벨 목풍 137 3 0 2021.10.28
레벨 황웅 159 3 0 2021.11.16
레벨 무쿠리 138 3 0 2021.10.29
레벨 무쿠리 181 3 0 2021.11.16
레벨 황웅 158 3 0 2021.11.23
레벨 목풍 117 3 0 2021.11.04
레벨 룹버 242 3 0 2021.11.05
레벨 룹버 161 2 0 20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