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본문
어제도 한 잔 했는디..오늘도 ㅎㅎ
한 잔 한 김에 썰(실화) 한 번 사브작 풀어봅니다.
(절대로 GOLD를 벌기 위함이 아니라는거... 아시죠?)
아무튼,
한 잔 하면서 유튭에서 발사체, 위성 관련 영상을 보는데
갑자기 문득 누군가 떠오르더군요.
옛날 대학 시절 저에게
'GPS 위성'이라는 게 있고
그걸 통해 지구 표면을 관측해 지리정보를 얻어
여러 방면에 활용할 수 있다며
당시 저에게는 마치 UFO처럼 뜬구름 잡는 얘기마냥 느껴지던
그런 얘기를 해 준 친구가요.
그 친구랑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도무지 안 나는데
어쨋든 그 친구는 저의 대학후배이자
항상 웃고 상냥하고 착한 제 여자친구였습니다.
사귄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그녀는 저보다 먼저 졸업을 하게 됐어요.
그 즈음 어느 날
자기 집으로 초대를 해서 가게 되었는데
집에 아무도 없더군요.
이상하게도 사람이 사는 느낌이 안 나는 썰렁한 느낌.
그렇게 아무도 없는 집에 둘이 덩그러니 앉았는데
두 분 부모님이 몇 달 전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리고 자기는 며칠 있다 미국으로 떠난다는
얘길 저에게 하더군요.
그 동안 몇 번이고 얘기하려 했으나
차마 하지 못했다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그리곤 저를 밖으로 데려가
비싼 모자와 옷을 사주더군요.
그리고 자기는 이제 한국 돈은 필요 없다며
제 양 손에 뭉칫돈을 꼬옥 쥐어주며
"오빠~ 나 없더라도 잘 지내야 해. 알았지?"
두 눈에서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말하더군요.
그게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어요.
하숙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박사학위를 목표로 한다는 그녀의 말이 떠오르더군요.
이제 한국에는 반겨줄 가족도 없는 그녀.
아...다시는 못 보겠구나.
그렇게 우리 두 청춘은 이별을 하게 됐어요.
짧은 만남이었고,
항상 웃는 얼굴만 내게 보여줬다해도
속으로 많이 힘들었을텐데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내가 너무 눈치가 없었던걸까?
미안한 마음과 자책감이 한없이 밀려드는데
버스 창 밖을 보니
그 날 따라 날씨는 왜 그리도 화창하고 좋은지...
아주 오랫동안 잊고 살았는데
막상 글을 쓰다보니
그 때 그녀랑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거리 풍경,
버스 안에서 봤던 창 밖의 날씨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그녀의 두 눈에서 흘러내리던 눈물마저도.
구글에서 그녀의 이름을 한글로 검색해보니 아무 것도 안나오더군요.
아...영어로 해봐야겠군.
영어로 검색해 보니 뜨네요.
페이스북도, 인맥사이트인 Linkedin도, 대학교수 평가 사이트인 RMP도.
일단 검색결과 화면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단어는 'Professor'
아...해냈구나!
Linkedin에 들어가서 보니
목표로 했던 박사학위도 받고,
미국에서 대학교수가 된지도 16년이 넘었네요.
RMP에 들어가 학생들이 그녀에 대해 남긴 코멘트를 보니
상냥하고 나이스하며 학생들을 잘 케어해준다는
오래 전 내가 알던 그녀의 성품이 그대로 보이더군요.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니
오래 전 상냥한 얼굴 그대로 그녀가 활짝 웃고 있네요.
남편, 그리고 두 아이와 함께.
홀로 떠났지만 이제 외롭지 않겠구나.
홀로 눈물 흘릴 일도 없겠지?
이젠 가족이 있으니까.
정말 정말 다행이야.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그 때 그 시절,
우린 어떤 사람들이었고,
어떤 인연이었을까?
갑자기 목이 말라서 맥주 가지러
이만 총총총
ㅎㅎ
댓글목록 19
MoonRiver님의 댓글
축하합니다. 첫댓글 포인트 1GOLD를 획득하였습니다.
귀요미지훈님의 댓글의 댓글
함 찾아볼께유~
IbelieveinU님의 댓글
귀요미지훈님의 댓글의 댓글
짧은 인연이었지만 참 고맙고 아련하고 미안한 인연이었어유.
IbelieveinU님의 댓글의 댓글
고마운 줄 모르고 매몰차게 해서...
아직도 매달 꿈에 나옵니다.
대학교수 남편에 아가랑 한의사로서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지금 제 상황에 비추면 정말 잘 됐다고 생각합니다.
귀요미지훈님의 댓글의 댓글
제 경우,
평생을 두고 후회되는 일이 이렇게 오랫동안 꿈으로 나타나는거 같더라구유.
하늘나무님의 댓글
(와~~이런 글은 엄청난 골드를 받아야지요....ㅎㅎ)
귀요미지훈님의 댓글의 댓글
엄청난 골드 입금 기다릴께유 ㅎㅎㅎ
진빠1더1핵1펀치님의 댓글
수채화같은 감성의 썰이였네요.
이런 감정의 폭풍이면.. 잠은 다 잤다는...
귀요미지훈님의 댓글의 댓글
진짜 비오는 날의 수채화 노래가 생각나삼 ㅎㅎ
진짜 몇 십년(?) 만에 버드와이저 묵고 잤삼 ㅎㅎㅎ
심심해님의 댓글
귀요미지훈님의 댓글의 댓글
younglee님의 댓글
저의 인연들은 어리석은 사람과 보통사람의 중간쯤이었나 봅니다.
귀요미지훈님의 댓글의 댓글
돌이켜보믄 저는 어리석은 사람이었던 적이 참 많은거 같아유 ㅎㅎ
집팔아개샀다님의 댓글
그 친구는 프랑스 전 일본으로 유학가는 바람에......
부산 아샨겜때 혹시나 자원봉사자로 만날 뻔 한 기회도 있었더라구여
귀요미지훈님의 댓글의 댓글
다시 만나는게 좋지 않다...라는 얘기들이 있던데 그게 사실인지
그냥 추억 속에 묻어 두는 것이 더 좋은 것인지...참 궁금하긴 해유 ㅎㅎ
집팔아개샀다님의 댓글의 댓글
그냥 추억으로 묻어두는게 좋을 것 같더라구영.
Noir님의 댓글
공대출신으로 그저 감탄만
귀요미지훈님의 댓글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