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92년 여름.

LA 폭동의 영향으로 흑인들과 한인들의 텐션이 극에 달해있었음.

친구랑 학교 갔다가 버스에서 내려 집에오는 길.

저어쪽에서 흑인중고딩들 한열댓명이 걸어오고 있는데

걸어오고 있는 꼴을 보니

"아 조때따"라는 생각이 딱 드는 모양새임.

그렇다고 길을 건너 딴쪽 인도로 갔다가는

완전히 날 잡아듭쇼 하는 꼴이 됨.

살던 죽던 이 동네에선 쫄면 끝나는 거임.

그래서 우린 속으론 떨면서도 겉으론 힙찔이들처럼 걸으며

절대 가생이로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시도함.

하지만 결국 둘러싸이고

바로 묻지마 다구리.

열심히 팔 다리를 휘둘러보지만

쪽수는 못 당함.

조낸 얻어터진 후 피투성이가 되어서

친구집으로 가 우선 상처를 닦고 반창고를 붙히고 하고 있는데

고등학교 졸업반인 친구형이 그걸 봄.

스토리를 들은 형이 전화로 삐삐 때리기 시작함.

그리곤 바로 형친구들 대여섯명이 왔는데

그 당시 이런일에 맞서 싸우기 위해 만든 한인 갱의 멤버들이였음

(이라고 쓰고 그냥 날라리 양아치들 이라고 읽음)

그 형들은 그래도 다 태권도 유도 아니면 합기도 유단자들이였고

또 그 당시 태권도는 지금 같은 발펜싱은 아니였음.

"가자"

그 형들은 그 흑인애들을 찾으러 나가고

우린 그 뒤를 졸졸 따라감.

"형 갸들 졸라 크고 쪽수도 많아"

"괜찮아 헬가야. 갸들은 쌘놈 몇놈만 죽여놓으면 다 도망간다.

그러니까 무조건 목만 쳐.

딴데는 때리지 말고 목만 노려"

그렇게 드디어 길 거리에서 노름 하고 있던 그 흑인애들과 마주치고.

형들은 싸움을 시작하더니

젤 큰 놈들만 하나씩 조지기 시작함.

아주 잔인하게.

쓰러지니 계속 밟음.

아픈 곳만.

급소만.

피터질때까지.

한 서너명이 바닥에서 덜덜 떨면서 거품 무니까.

딴 놈들은 다 도망감.

그 때 배운 게 생존을 위한 싸움에선 목젖을 노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