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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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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탕에 쐬주 한 잔이 땡겨서 어제 마트에 갔음.


마트 수산물 코너로 직행.


두리번~두리번 아무리 봐도 생태가 없음.


에이 젠장~


그 순간, 


옆에서 누군가 갈치를 들어 보이며


"싸게 줄께유~"


자세히 보니, 


방수 앞치마를 입은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수산물 코너 사장님.


"사장님, 생태는 없어유?"


그러자 사장님 왈


"요즘 생태 없슈~"


아...ㅆㅂ 짱깨들때문에 생태탕도 못 묵는구나.


돌아서려는 순간,


얼음 위에 누워 날 매섭게 꼬나 보는 대구와 눈이 딱 마주침.


아따 그 놈 크고 싱싱해 보임.


그래! 생태가 없음 대구지. 역시 죽으란 법은 없구나..ㅋㅋ



"사장님, 대구 한 마리 잘라 주세유~"


"대가리도 버리지 말고 주세유~"


"아이..그럼유. 당연히 다 드리쥬"


사장님의 노련한 칼질에 대구가 손질되는 동안


이것저것 둘러보는데


이쁘게 포장된 매운탕거리가 눈에 띔.


게다가 큼직한 매운탕 양념까지 함께 들어가 있음.


자세히 보니...헉!


'대구 매운탕거리 포장'


가격도 방금 내가 산 대구와 정확히 똑같음.


"아니..사장님! 매운탕 양념까지 들어 있는 대구가 가격도 똑같네유?"


사장님의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나.


이윽고 사장님 왈


"아...이게 나아유. 그거는 어제 들어온 놈이고 이건 오늘..."


"아하...그래유?"


아...어제 들어왔는데 안 팔려서 잘라서 매운탕거리로 포장해 놓았다는 소리구나.



마트를 나와 분식집을 지나고 편의점에서 좌측으로 꺾으려는 바로 그 순간


'잠깐...아니지..아니지. 어제 들어와서 안 팔린 놈이면 오늘 들어온 놈보다 더 싸야 하는거 아녀? 근디 왜 가격이 똑같지?"


양념장이 들어가 있어서인가?


집에 와서 백종원 레시피 찾아서 대구탕 만들기 시작.


양념은 마늘, 생강, 간장, 고춧가루, 고추장, 된장 등등 넣어야 하는게 꽤 많고 간 맞추기가 쉽지 않음.


대구탕을 만들며 생각해 보니,


만약 어제 안 팔렸다고 양념장까지 들어있는데 가격을 더 싸게 책정해 놓으면 


당연히 사람들이 신선도를 의심해서 포장된 놈이 잘 안 팔리거나,


아니면 반대로 양념장까지 들어있고 가격도 더 싸니 다들 포장된 놈으로만 쏠려서


얼음 위에 누워 있는 오늘 들어온 놈이 잘 안 팔리던가 둘 중 하나겄지?


그러니까 양념장 넣고 두 놈 가격을 똑같이 해버리자?!


싱싱함보다 편의성(양념장)을 더 추구하면 저 놈을, 


편의성보다 싱싱함을 추구하면 이 놈을 사겄지.


어차피 가격은 똑같으니 파는 사람도 만족, 사는 사람도 만족, 다들 만족?



마케팅에서 프라이싱(가격책정)과 수요예측이 굉장히 중요하고 어렵다 보니


마케팅 일을 오래한 후유증인지


마트에 가서 장을 볼 때면 뭐 하나 살 때마다 


다른 회사의 동종 상품 가격들 다 비교해 보고 얘네는 왜 이 가격일까?


지난 번이랑 이번에 가격이 변했으면 왜 변했을까? 


습관처럼 생각하다 보니 장 보는 시간도 무지 길고 가끔 머리도 아프네유.


이번엔 그러지 말고 빨리 사고 나와야지...하면서도 매번 ㅎㅎ


이것도 일종의 트라우마? 



여튼 백종원 레시피 고대로 따라 했더니


대구 매운탕 맛이 얼추 식당에서 파는 맛 비스무리하게 만족스럽게 나와서


수산물 코너 사장님의 의도를 생각하며 쐬주랑 맛나게 잘 묵었네유~ ㅎㅎ


다음에 가면 가격을 왜 이렇게 책정했는지 한 번 물어보려는데


"걍 내 맴이지...뭐 별거 있슈?" 이럴거 같은 느낌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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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9

진빠핵펀치님의 댓글

역쉬 직업정신이 나53...

물건 사면서, 가격 보면서 ㅋㅋ 엄지척...

근데 또 사진 첨부는 실패군요...

러샤 수입 금수 조치되면 명태 먹기 힘들겠다 했는데..

에휴... 북어 버터볶음 맥주 안주는 이제 끝인가 보5.....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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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요미지훈님의 댓글의 댓글

예전에 가격도 싸고 정말 흔하게 먹던 명태인디...

이젠 가격이 비싸 금태가 되었고,

울 엄니 말씀으로는 사려고 해도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하삼.

평소 폰이랑 안 친하다보니

맹글고 나서 사진 찍는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삼 ㅎㅎ

신의한수님의 댓글

생태탕은 증말 먹고 싶어도 먹기 힘들어 졌네요
생태탕과 동태탕은 같은 생선인데도 신기하게 맛이 다름.
동태탕이 맛없는건 아니고 동태탕은 동태탕만의 맛이 있쥬

귀요미지훈님의 댓글의 댓글

맞어유~ 저두 공감해유.

설명하긴 어려운데 생태탕이랑 동태탕 확실히 맛이 다르쥬~

생태탕 증말 좋아하는디...생태 구경하기도 힘드니 쫌 슬프네유. ㅎㅎ

이현이님의 댓글

무슨탕이든 소주와 함께라면 최고죠...츄릅...

귀요미지훈님의 댓글의 댓글

그쥬....쐬주엔 시원한 탕이 최고쥬~

아...갑자기 알탕이 땡기네유 ㅎㅎ

아이유짱님의 댓글

러시아산 생태가 가끔 있는데 갸는 우리가 먹던 생태탕 맛이 안나유 ㅠㅠ

귀요미지훈님의 댓글의 댓글

아...유짱삼촌도 생태탕 매니아시구낭~~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이젠 러시아산 생태마저도 구경하기 힘들어지겄네유 ㅡ.ㅡ

대구탕 끓여 보니 맛은 괜찮은디 그래도 역시 생태탕이랑 또 맛이 좀 다르네유 ㅎㅎ

아이유짱님의 댓글의 댓글

동태, 생태 다좋아유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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