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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민주당계열이 총선에서 200석을 얻지 못한 것에 대한 몇 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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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에 늦게까지 개표방송을 보고 아쉬움에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일과를 하면서, "왜 범민주당세력(민주당+위성정당+조국혁신당, 넓게 보면 새로운미래당까지)이 200석에 도달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서 적어봅니다.


1. 근본적 이유는, 대통령 지지율이 33% 이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 갤럽은 오래전부터 일관된 방식으로, 대통령 지지율을 조사해서 발표해 왔습니다. 따라서 한국갤럽의 이 조사결과를 보면 다른 정부 시절과 수평비교가 가능합니다. 언론기사를 보면 2주마다 1번씩 조사해서 발표하는 것 같은데, 이번 총선 전 가장 근접한 조사결과는 3월 24일에 발표되었슶니다. 아래에 링크를 남깁니다.


이 기사를 보면, 3월 24일 시점에 대통령 지지율은 34%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지지율 상황에서, 대통령 지지율만 유일한 선택기준으로 삼은 채, 유권자들이 여당/야당 2지선다로 선택해서 투표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요? 득표의 34%는 여당표가 되고, 득표의 66%는 야당표가 될 것입니다. 만약 모든 국회의원 선거구가 소선거구제이고, 유권자들이 모든 선거구에 균질하게 살고 있고, 여당과 야당이 1개 정당으로 결집되어 있다면, 선거 결과는 야당의 300석 전석 석권이 될 겁니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죠. 300석 중에서 46석은 비례대표라서 소선거구는 254개뿐이며, 강남 3개구와 영남 지역, 강원/충청의 비도시지역처럼 여당 지지자들이 편중된 곳이 있는 게 현실입니다. 게다가 대통령을 지지하는 당의 오래된 고정 지지자가 있기 때문에, 여당의 득표가 34% 보다는 좀 더 많아지게 마련입니다.

전체 유권자 100% 중에 34%라면, 국회 의석이 300석이므로 비율상 여당이 차지하는 의석은 34% X 3 = 102석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여당인 '국민의 힘' 정당은 (비례용 정당인 국민의 미래까지 포함하여) 108석을 차지하였습니다. 이건 그만큼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악재를 국민의 힘이라는 정당의 힘으로 완충한 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수정당의 뿌리깊은 지지세가 있다는 거죠. 그게 대략 108석 - 102석 = 6석 정도였던 겁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녹색정의당이나 새로운 미래당 등 여러 야당들로 흩어진 표심을 한 개로 모으지 못했다는 것도 있고, 갤럽같은 여론조사에 비해, 실제 투표에서는 기권자가 30여프로 정도 많이 발생하는데, 지지정당이 확실하게 있는 유권자의 경우 그 지지의사가 좀 더 선거결과로 반영된다는 것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이런 점들을 생각해보면...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200석을 달성하는 것은, 대통령 지지율 34%를 감안했을때, 원래부터 어려운 일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정말 200석을 달성하려면, 대통령 지지율이 33% 이하로 내려가 30%에 바싹 근접하거나 아예 20%대로 내려가고, 선거의 구도가 완전히 '정권심판' 하나로 단일하게 모아져야 가능합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180석대의 의석(열린민주당까지 합치면 183석)을 차지한 것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60%를 훨씬 상회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 경우도 200석을 넘기려면 지지율이 66%를 넘어 70% 가까이 올라가야 가능한 일이라고, 통계학적 추측은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유시민 작가가 미리 천기누설했기 때문에 실패한게 아니라요...

200석 돌파는 정말 어려운 일이고, 소선거구제의 이득 등 몇 가지 행운들이 여러개 겹치지 않는 이상, 현재 한국정치 시스템과 양당구조 하에서는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 여론조사 꽃의 진보 과표집은 존재하며, 극복하기 힘든 문제인 것 같습니다.

김어준씨가 잘못했다는 것도 아니고, '여론조사 꽃'이 부당하게 여론조사를 했다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공평하게 여론조사를 했다고 해도, 여론조사 대상인 유권자 집단에서 '여론조사 꽃'이라는 이름에 거부감을 가진다면, 여론조사 꽃의 여론조사는, '샘플의 무작위 선택'이라는 가장 첫 단계 과제부터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여론조사 전화를 받은 직후, "여론조사 꽃입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하오니 협조 부탁드립니다..."라는 멘트가 흘러나오자마자, 강경한 국민의 힘 지지자는 전화를 끊어버린다는 말입니다. 그런 유권자가 전체의 3%만 된다고 해도, 최종적인 샘플 집단(전화를 끊지 않고 여론조사에 응한 사람들의 집단)에는 진보가 그만큼 과표집되게 됩니다. 강남이나 그와 유사하게 부동산 세금에 민감한 분당같은 곳의 유권자 집단에서, 이런 진보과표집은 10%까지 올라갈 수 있는겁니다.

강남 을, 분당 갑/을 에서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가 크게 차이난 것은, 이러한 진보과표집 현상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선거 판세분석을 정확히 하려면, 이런 현상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런 진보과표집 현상(전화 응답 자체를 일부 집단이 거부하는 현상)을 어떻게 보정해야 하는 것인지 결정하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선거구마다 조금씩 과표집 정도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런 요인에 대한 보정이 정확해질 때까지는, (여론조사 꽃의 결과는 특히 주의하면서) 일반적인 선거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민주당 등 진보정당은 그 결과를 매우 신중하게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3. 범 보수층에는 민주당 등 범민주당 계열에서 국회 200석을 차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막판에 그걸 막기 위한 표 결집 현상을 일으킵니다.

범보수 유권자들이 보수를 지지하는 기본 심리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변화라는 것이 항상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진보 지지 유권자들과는 정 반대입니다. 그래서 코어 보수지지자가 아닌, 범 보수층의 유권자라서 민주당 집권에 큰 거부감이 없는 사람(탄핵정국때처럼, 가끔은 민주당에 투표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이라고 해도, 범 민주당 계열이 국회 200석을 상회하면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민주당이 200석을 넘게 의석을 얻는 건 너무 심하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요. 그래서 아무리 정권에 불만이 있어서 정권심판이라는 선거구도에 공감한다고 해도, 투표는 결국 가부간에 선택이므로, 범민주당 200석을 막기 위해 국민의 힘 후보에 투표하는 사람이 생기게 되는 겁니다.

이건 우리나라 역사상 범 민주당 계열 정당이 200석을 차지한 경험이 없어서 막연한 두려움이 겹쳐서 생기는 현상이고, 전체 유권자의 2%만 이런 사람이 있어도, 접전 선거구의 결과는 2%의 2배인 4% 격차가 뒤집히는 겁니다. 이런 현상을 약화시키려면, 민주당 지도부가 200석이 넘더라도 자신들이 추구하는 변화가 이러이러한 것 뿐이다...라는 식으로 두려움을 완화시키는 노력을 했어냐 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결과론일 뿐이지만) 그 점도 아쉬웠습니다. 물론 제가 1번에서 언급한 대로, 이런 두려움을 상당부분 없앴더라도, 통계학적으로 200석 넘기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예전에 많이 활동하다가, 여러 문제가 겹쳐서 최근에는 눈팅만 하는 사이트가 엠팍인데, 엠팍에서 선거 전날인 4월9일에 guitarplayer라는 분의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총선 의석수에 대한 주관적인 전망"이라는 글인데, 실제 결과인 108석과 매우 근접한 예측인 106석을 예측했더군요.

단지 예측치가 잘 맞았다는 것뿐 아니라, 이 분이 보수정당 국민의 힘의 현재 모습에 대해 비판적일 뿐 아니라, 민주당에도 비판적이면서, 상당히 객관적으로 보는 분이라서 소개하는 겁니다. 특히 댓글을 자세히 읽어보면, 이른바 중도층(스윙보터)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고 생각되기에... 제가 글 막판에 소개합니다. 이 분 글과 댓글을 읽어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로 가보시면 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댓글이 백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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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2

부라보인생님의 댓글

참..어렵네요.

축하합니다. 첫댓글 포인트 1GOLD를 획득하였습니다.

축구love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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