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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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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만화’라는 단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는 ‘웹툰’(WEBTOON)이라는 신조어가 차지했다. ‘웹툰’이라는 단어뿐 아니라 모바일이나 PC 단말기 등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며 읽는 장편극화 연출방식 또한 우리나라가 종주국이다 보니 생겨난 현상이겠다. 웹툰은 만화의 여러 형식 중 하나일 뿐이지만 어쨌든 ‘만화’라는 단어를 완벽하게 대체했다. 


몇 년 전부터 K-웹툰이 K-컬처를 선도하는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각광 받고 있다. 웹툰 자체가 해외시장을 개척해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다국적 OTT 시장이 활성화되며 안 그래도 소재 고갈에 허덕이던 영상업계에서 웹소설과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을 잇따라 내놓고 이 작품들이 세계적으로 성공하며 그러한 평가가 더욱 높아지게 된 측면도 있다.

60~70년대는 말할 것도 없고 상업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던 80~90년대 만화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만화가들에게조차 대중들에게 소위 ‘재벌’(?)이란 인식을 주지 못했었다. 일반적인 사회적 인식에서 만화가란, 늘상 힘들고 배고픈 직업 취급을 받았더랬다.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네이버 웹툰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의 등장인물 모습을 한 댄서들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4.3.6 연합뉴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네이버 웹툰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의 등장인물 모습을 한 댄서들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4.3.6 연합뉴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성공적인 직업’ 뒤에 도사린 무한경쟁의 자기착취


하지만 2024년 현재, 웹툰작가란 어엿한 대중예술인이자 엔터테이너이고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직업군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한 배경엔 웹툰의 유통구조와 수익 창출의 변화가 있으며 이는 제작환경의 변화와도 연동된다. 


종이만화는 연재 편수와 지면에 물리적 제약이 따르지만 온라인은 이론적으론 지면의 제한이 없다. 그러니 만화가의 입장에서 웹툰의 시대란, 활동할 무대가 무한대로 늘어났다는 것과 같다. 독자들을 만날 기회가 확대되었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동시에 ‘무한경쟁’의 환경에 놓이게 됐다는 측면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상업작품에서 독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자기착취’의 굴레 속으로 작가를 몰아넣는 시스템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테면 실시간 순위 집계와 댓글은 웹툰작가들을 살인적인 작업량과 무참한 노동환경으로 내모는 시스템으로 기능하고 있다.

독자들의 즉각적 반응과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조회 수, 그에 따른 순위와 유료결제율은 작가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그러므로 다른 작품보다 한 컷이라도 더 그리는 분량 싸움이 시작되고 웹툰 초창기 시절 1회차당 평균 50~60컷이었던 웹툰 컷수는 현재 평균 80컷을 넘어 100컷까지도 흔한 지경에 이른다.

웹툰작가가 오롯이 작품을 창작하는 이른바 ‘오리지널’ 작품뿐 아니라 스튜디오에서 원작, 각색, 선화, 배경, 채색, 후 보정 등 각 파트를 여러 스텝이 집단으로 제작하는 소위 ‘노블코믹스’가 보편적인 웹툰 제작방식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현재의 회차당 평균적 웹툰 분량은 이미 개인이 감당하기엔 불가능한 영역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장르의 쏠림현상도 심각한 문제다. 대중적-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특정 장르가 현재 연재되고 있는 작품 중 대다수를 차지한다. 웹툰 관련 학과 학생들의 졸업작품을 보면 압도적인 수가 로맨스물과 판타지물에 몰려있다. 관련학과 교수들의 증언에 따르면 흔히 우리가 명랑만화라고 불렀던, 개그물은 아예 씨가 말랐다고 한다.

모든 구성원들 머리 맞대고 웹툰산업 ‘지속 가능성’ 모색해야

독자들의 선호가 분명하고 상대적으로 부와 명성이 확실한 장르에 작가와 작가 지망생이 몰리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장르의 다양성을 배려하고 진작시켜야 할 필요는 있다.

작가가 ‘자기착취’에 빠지지 않도록 가혹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과 특정 장르에 편중되지 않도록 장르적 다양성을 확장하는 것은 모두 웹툰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다.

대한민국은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는 고도의 압축성장을 이루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는 뒤집어 말하면 하루하루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며 살아왔다는 의미는 아닐까. 당장 부자들의 각종 세금을 깎아주는 대신 다음 세대의 먹거리라는 과학기술 분야 R&D 예산을 반토막내는 사회가 지속 가능할 리 없다.

매년 폭발적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는 웹툰. 이제는 웹툰산업계의 모든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웹툰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과 성찰,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권창호 만화가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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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2

짤몬님의 댓글

웹툰에 밀려난 만화가의 한풀이로 보이는건 멀까??????

축하합니다. 첫댓글 포인트 1GOLD를 획득하였습니다.

헬로가영님의 댓글

그래봤자 2차적 생산을 해내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님.
포케몬, 드래곤볼, 원피스는 아직도 미국에서 엄청나게 돈을 끌어모으고 있음.
도대체 그렇게 많은 웹툰과 실력으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음.
사람들은 아직도 손에 종이 책을 잡고 있는 걸 좋아함.
웹툰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지만 아직 종이를 무시할 때는 아님.
여기에 딱 맞는 말은 아니지만 견물생심임.
손에 잡아야 가치도 느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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