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말고 쉬어라" 이재명 '실언'에 대한 비판과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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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의 투표 권리와 의무, 그리고 '능력'에 대해
이명재 에디터
선거전에서 극단적으로 해석 악용되는 말들
정치의 언어는 선거전에서 더욱 극단적으로 해석되고 악용된다. 앞뒤가 잘리고 비틀어지며 단편적으로 인용되며 증폭된다. 그 같은 선거전에서의 말의 위험을 생각할 때 이 말은 일단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앞서 '2찍 발언' 논란과 겹쳐 더욱 키워진 이 발언은 어떤 의도였든 간에 거두절미돼 그 전제는 사라지고 한마디만 토막으로 남는 것의 한 예를 보여준다. 상대 당이나 언론은 이에 대해 맹공을 퍼붓고 두고두고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빌미를 줬다. 특히 그의 말이 보수언론을 비롯한 언론으로부터 집중표적이 되고 포화를 맞는 상황이라는 면에 대한 신중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의 말은 깊이 생각해 볼 근본적인 점들을 제기한다. 그의 말은 민주주의제에서의 선거의 의의와 함께 그 취약성에 대해, 정치인의 말에 대해 제기하는, 투표권을 갖는 주권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다.
이 대표가 만약 “투표 말고 쉬어라”가 아닌 "투표하려면, 어떻게 하라"고 했다면 실언이라는 비판을 살 일은 없었을 것이다. 즉 배제와 부정이 아닌 권유와 참여로 이끄는 말이었다면 비판과 공격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선거는 축제를 벌이는 것이므로 그 잔치에 초대하는 언어가 필요했다. 그 잔치에 함께 어울리게끔 매력과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인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그의 말을 전체로서 보자면 그가 얘기하고자 했던 진정한 의도가 바로 거기에 있었던 듯하거니와 그가 유세장에서 얘기하는 많은 말들은 사실 그 같은 투표자의 ‘의무’에 대한 요구였다고 본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권자로서의 투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능력’에 대한 요구인 것이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인천 미추홀구 한 유치원에서 인천시선관위 주최로 열린 '4월 10일 엄마 아빠 투표해요' 어린이 모의사전 투표체험에서 한 어린이가 투표함을 들여다보고 있다. 2024.3.12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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