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아이들에게 '이런 거'나 하는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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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를 하면서 듣게 되는 말과 시선이 그리 달갑지 않다. 그래도 이 직업이 나와 가족을 먹이고 살린다. ⓒ 픽사베이
"이런 거 하면 얼마나 벌어요?"
가끔 택시를 탄 손님들이 대뜸 던지는 질문이다. 묻는 사람은 '얼마나'에 방점을 찍겠지만 택시 운전사 입장에서는 '이런 거'에 방점이 찍힌다. 이런 거라니. 마음이 심란해진다.
우리 사회에서 택시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이 질문 안에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생전 처음 보는 직장인에게 대뜸 '연봉이 얼마예요?'라는 질문을 먼저 하지 않는다. 무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상식의 문제다.
택시 운전사에게 함부로 말하는 '얼마나'는 그 사람의 가장 내밀하고 민감한 정보다. 그런데 그걸 택시 운전사에게는 함부로 묻는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생전 처음 본 사람이 대뜸 얼마나 버냐고 묻는다. 그리고 이런 거라니.
'이런 거'라는 말 아주 오래전에도 들었었다.
30여 년 전, 스물일곱이었던 1992년 겨울에서 1993년 봄 사이 3개월 짧은 기간 스페어 택시 기사로 일했던 그때도 그랬다.
택시를 타면 너나없이 어떤 말이든 주고 받던 시절이었다. 나는 그때도 검은 뿔테 안경을 썼고, 다른 택시 기사들에 비해 새파란 나이였고, 아직 대학생 티가 가시지 않은 인상이었다. 그 짧은 기간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젊은 사람이 왜 이런 걸 해요?"
"이런 거 하지 말고 다른 걸 찾아봐요."
기본요금이 900원이던 때 짠한 마음에 천원 팁까지 얹어주며 했던 말이 30년 전에도 '이런 거'였는데 다시 시간을 거슬러 8년 전 제주에서 5개월 택시 운전사로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거 할 사람으로 안 보이는데…"
"제주에는 이런 거 말고는 할만한 게 없긴 하죠."
직업에 대한 뿌리 깊은 사회적 편견
30년 전이나 8년 전이나 지금이나 택시라는 직업은 '이런 거'라는 사회적 속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긴 작년 9월 개인택시를 사서 직업으로 삼기 전 택시에 대한 내 관념도 썩 유쾌하진 않았다. 택시 하면 냄새와 노인이라는 두 단어가 먼저 떠올랐었다.
택시가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아무나 할 수 있는 문턱 없는 직업이긴 해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다양한 직업을 고려한 '어여쁜 말장난'이 아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의 근원은 사람이다. 사람이 하는 일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다. 근본적으로는 그렇다.
사회에서 직업에 귀천이 있고 없고는 교과서적이냐 현실적이냐에 따라 답변이 극단적으로 갈린다. 교과서적인 답변을 원한다면 없는 거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말한다면 분명하게 있다. 그러니까 '이런 거'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말의 주인공이 남녀노소이고 악의도 없다. 생각 없이 무의식에서 나오는 '이런 거'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 내재된 시민의식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 예컨대 택시를 타고 가는 손님들이 전화 통화를 할 때 유형이 있는데 크게는 택시 운전사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사람과 존재로서 의식하는 유형이 있다.
굳이 계량하자면 없는 사람 취급하는 유형이 더 많은데 외부인이 듣기에 민망한 얘기들을 큰소리로 아무렇게나 한다. 택시가 아닌 카페 같은 곳이라면 남이 들을 새라 조용하게 나누었을 내용이다.
그 말을 듣고 있는 것도 민망하고 괴로운데 말하는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택시 운전사는 없는 존재다. 불륜 상대와의 민망한 전화 통화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곳이 택시 안이다. 때론 모멸감까지 드는 내용도 서슴없다.
과거 건설 목수 일을 할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현장에서 못 주머니를 차고 일을 하는데 어린 아들과 엄마가 길을 걸으면서 나누는 대화가 귀에 들렸다. "너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 얘길 들어보면 다들 이런 비슷한 경험이 한 번씩은 있다.
목수든 택시든 진입장벽이 낮고 몸으로 하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뿌리가 깊다. 내가 그걸 스스로 실감한 사례가 있었다. 8년 전인 2016년, 다양한 국적의 해외입양인들을 만나 심층 인터뷰한 글을 당시 포털 다음의 '스토리펀딩'에 연재했다.
인터뷰 당시 양부는 벽돌공이고 양모는 초등학교 교사라는 프랑스 입양인의 말에 순간 신기한 마음이 들면서 놀란 나는 "교사하고 벽돌공요?"라고 되물었었다. 그 입양인의 반응이 '그게 왜?'라는 식이어서 한 번 더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프랑스에서 초등학교 교사나 벽돌공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그 나라의 직업의식은 무엇인지 모르지만 내 무의식에 교사와 벽돌공은 부부가 될 수 없었다. 나 역시 사회적 편견이 던진 그물 속에 살고 있었다.
조화로움을 완성하는 수많은 직업
▲ 조화로운 사회 안에는 조화로움을 완성하 수많은 직업이 있다. ⓒ 픽사베이
침을 뱉은 후 밀봉해서 보내면 유전자를 분석해 주는 시장이 있다. 수십만 원 하는 비용을 내면 인종, 혈통, 예상 질병, 탈모 등이 포함된 수십 가지 DNA 정보를 분석해 주는데 놀라운 건 대상자의 키와 몸무게뿐 아니라 직업 유형까지도 맞춰낸다. 단지 침을 뱉어 보냈을 뿐인데.
댓글목록 7
원형님의 댓글
축하합니다. 첫댓글 포인트 1GOLD를 획득하였습니다.
써니님의 댓글
타인들이 보는 시선이 불편하지만, 같은 업종의 종사자중 더한 갑질..... 안겪어본 사람은 모름...
예전 사업 말아먹고.. .. 한동안.. 물류창고, 공항 캐트링 센타 일한적 있는데..
본사( 항공사) 직원 갑질, 인력 외주 반장의 더한 갑질... 겪어보면서.
이래서... , 범죄 경력외는... 이력서 보지도 않는 이유가 있구나..... 생각한적 있음
아이유짱님의 댓글
가치관이 없으니 우리 사회는 천민자본주의만 팽배한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장독대님의 댓글의 댓글
가져오다 보니 무거운 주제가 되었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아이유짱님의 댓글의 댓글
헬로가영님의 댓글
잘못된 교육에의해 만들어진 잘못된 사회구조 속의 잘못된 부의 분배.
만약 시스템의 질이 좋지 않아 노동직에 부의 분배가 안 된다면
적어도 가정교육과 공교육을 통해서라도 그 노동층에 대한 차별은 극소화 할 수 있음.
근데 사회적 복지 시스템도 노동직을 돕지 않는데
더 나아가 인간들까지 자식들에게 어릴때부터 저소득층이나 노동직에 대한 차별을 가르침.
아이유짱님의 댓글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