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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드러내는 '메시아', 한동훈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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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의 '한동훈 한계론' 선거 위기감 드러내

야당 향한 독설 냉소 외엔 없는 빈약한 인식과 역량

그를 구세주로 떠받들던 언론 자신이 자초한 상황

'보수' 언론의 '한동훈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는 듯하다. '메시아'로 강림하듯 화려하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등장했으나 그의 한계를 우려하고 지적하는 기사들이 보수 언론들에 실리기 시작하고 있다.

이들 언론이 그의 말 한마디 움직임 하나하나를 ‘추종’하듯 따라가며 중계하는 것은 아직도 여전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총선 패배의 예상이 점점 짙어지는 국면에서 언론이 대변하는 보수 진영의 위기의식은 ‘한동훈 체제, 이대로 정말 괜찮은가’라는 불안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동훈 체제 이대로 괜찮은가' 불안감

하지만 이제 와서 다른 선택지는 없다. 지금 한동훈을 그가 아닌 다른 이로 대체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게 됐다. 물러날 수도 없으며, 돌아갈 수도 없다. '한동훈과 함께' '한동훈을 받들어' 직진하는 것밖에 다른 길은 없다. 그리고 그 외길은 애초에 보수언론 자신들이 자초하고 연출해 놓은 것이다. 여기에 보수 언론들 자신이 쳐놓은 거미줄에 스스로가 걸리게 된 ‘한동훈 한계론’의 딜레마가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후 경기도 오산시 오산오색시장에서 김효은 예비후보와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4.3.16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후 경기도 오산시 오산오색시장에서 김효은 예비후보와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4.3.16 연합뉴스


이 딜레마의 진실은 보수 언론과 한동훈, 양자가 서로가 서로를 피해자로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둘은 서로에게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것이다. 둘은 서로를 미혹에 빠뜨리고 함정에 빠지게 했다. 한동훈은 자기 자신을 몰랐고, 보수 언론들은 한동훈을 몰랐다. 한동훈은 보수 언론들이 그려준 그림 속으로 들어갔으며, 보수언론이 입혀준 옷을 입고 다녔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 그림 속에 머물 수는 없었고, 그 옷이 걷혀지고 실상이 드러나면서 이제 그 자신도 보수언론도 서로에게, 결국 자기 자신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與 기세 올리던 '한동훈 효과' 한계?…덩달아 커진 '반윤 포위망'>(중앙일보) <4대 난제 직면한 한동훈… ‘바람 키울 +α가 없다’ 위기감 커진 與>(서울신문) <국민의힘 ‘한동훈 효과 한계’ 지적, 안철수 등 ‘5인 체제’ 전망>(세계일보) 등 한동훈 위원장에게 ‘한계’라는 말이 수식어로 붙는 제목의 기사들이 보수 언론들에서 거의 동시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는 한동훈 위원장에 대해 성숙과 발전을 바라는 주문인가. 그러나 그건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애초부터 그는 '완성된'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절정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밑으로부터 차근차근 밟고 올라온 것이 아니라 위로부터 강림한 이였다. 그리고 그렇게 드높여주고 받들어준 것은 바로 언론 자신이었다.

언론들에 의해 처음부터 ‘완성된’ 상태로 출발했기에 그는 더 올라갈 필요도 더 나아질 필요도 없었다. 언론들이 비단옷에다 꽃길로 모든 것을 완비해 놓았기에 그는 스스로 갖출 게 없었다.

 한동훈 위원장을 이순신 장군에 비유한 발언을 옮겨 적는 언론 보도들. 민주언론시민연합 자료 화면
한동훈 위원장을 이순신 장군에 비유한 발언을 옮겨 적는 언론 보도들. 민주언론시민연합 자료 화면


보수 세력 구원자 사명 받고 현실정치에 '강림'

그는 이렇게 보수 세력 구원자의 사명을 부여받고 정치의 세계로 들어왔다. 들어왔다기보다는 메시아로서 그에게 청원하는 이들의 간청을 승낙해 정치의 세계로 ‘내려왔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전국위 의결을 거쳐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공식 취임했을 때 이 당의 상임고문이라는 이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마지막에 등판했는데…지금 우리 당 상황이 배 12척 남은 상황과 같아. 선거에서 진 다음에는 아껴서 뭐 하나"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을 이순신 장군에 비유한 것으로, 많은 언론은 이 발언을 실어 나르기에 바빴다. 신문지면과 방송뉴스, 시사대담프로그램에서 이 발언을 반복 인용했다.

'구원투수' '조선제일검' '여권의 히딩크'는 물론 급기야 ''보수의 메시아'라는 헌사까지 등장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을 구원할 임무를 부여받은 구세주의 등장이라는 영웅 서사를 서술하듯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 수락 소식을 전했다. "천의무봉(天衣無縫)의 수사력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수많은 재계 총수들을 구속시키며 '조선제일검'으로 불린 한 장관이 정치인으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는 어느 기사에서는 감격과 감읍의 표정이 넘쳐났다.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나가는 지금, 언론은 여전히 그에 대한 열광과 환호로 지면과 방송을 덮고 있다. 이들 보도를 읽어내고 보는 것은 적잖게 힘이 드는 일이다. 그것은 그런 미화와 찬양 보도들이 너무도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그 찬사와 미화의 내용들을 그의 말의 향연과 공연에 무조건 환호하는 열성팬이 아니라면 읽어내기가 여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2024총선미디어감시단이 14일 내놓은 종편 채널 선거방송에 대한 3차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힘 선거유세 현장을 실시간 생중계하는 화면과 함께 변호사라는 어느 패널이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어떤 옷차림 또 언어, 이런 것들이 사실은 이제까지 전에 정치인들에게 볼 수 없었던 그런 모습이다”라는 말을 하는 것을 ‘중계’하는 식이다. 한 종편은 한 위원장의 어린 시절 사진을 중요한 특종이나 된 듯이 ‘제보’받아 3분 30초간이나 띄웠다.

그러나 언론들이 지치지 않고 내보내는 이같은 열광과 환호의 풍경은 그 이면을 또한 드러내고 있다. 같은 장면의 끊임없는 반복과 재생은 그 외에 다른 것은 없다는 것을 드러낸다. 방송은 그를 둘러싼 군중의 운집을 보여주지만 그러나 그들은 공연장의 관객들처럼 표를 사서 극장에 들어온 관중들과 같은 것이다. 그를 에워싼 군중은 동시에 그를 그 사람 울타리 밖의 ‘현실’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그에 대한 환호는 그를 높이 띄워올려줌으로써 그의 발을 땅으로부터 떨어지게 했다.

그에 취하지 않으려면, 그 현혹에 빠지지 않으려면 사려와 분별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메시아를 받드는 이들은 구원자를 감히 볼 수 없어 눈이 멀 듯이 메시아는 자신이 메시아이므로 눈이 필요 없었고 사려와 분별을 갖출 필요가 없었다. 보수 언론들이 그를 위해 신성한 계약의 선포를 알리는 무지개를 하늘에 드리우고, 12척이 아닌 1200척의 대선단으로 그를 호위했다. 그래서 그는 내려와서 군림했던 것이지만, 그의 군림은 그를 땅 위가 아니라 구름 위에 머무르면서 지상을 내려다보게 했다. 그는 사실상 정치의 무대 위가 아닌 구름 위 객석의 구경꾼에 불과했다. 

그러나 보수 언론들은 이제 그를 구름 위의 군림으로 머물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다. 이들은 한동훈 위원장에게 요구하려 하는 듯하다. 메시아다운 '이적'을 제대로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구세주로 만들어준 만큼 그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정권심판론을 잠재우고 권력과 기득권 보수 진영의 철옹성을 지켜주는 기적을 보여줄 때라고 청구서를 내미는 것이다.

메시아다운 전지전능 보여줄 수 있는가

이로써 한 위원장은 비로소 공중에서 내려와 땅을 딛고 서야 하게 됐다. 공중부양에서 내려와 현실에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과연 그는 메시아다운 전능과 전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인가.

그러나 난처함과 곤경을 모면하려는 동문서답과 반문 외에 그가 보여주는 것은 거의 없는 듯하다. 그에게 1200척의 배를 마련해 준 보수 진영과 언론들, 기득권 동맹이지만 그는 대장군이기보다는 12척을 지휘하기에도 힘겨워 보인다. 그조차 벅찬, 장수라기보다는 병사의 수준에 가까워 보인다.   

“‘이재명 나빠요, 민주당 나빠요’ 이런 얘기만 하고 있다”는 언론의 지적이 드디어 나오고 있듯 그는 ‘이재명이 아니면 존재할 수 없는’ 이가 돼 있다. 어느 매체가 집계한 바로는 지난 2월 13일부터 3월 11일까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한 위원장이 ‘이재명 대표’를 언급한 것은 65번이라고 하는데, 그는 다른 이를 공격함으로써만 자신의 존재이유를 입증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야당을 상대로 할 때의 재치 문답과 독설은 그를 지금의 그로 키워준 것이지만 야당 아닌 국민을 상대로, 또 한국사회의 수많은 사안들을 얘기해야 하는 지금에도 그는 여전히 그런 말들에만 머물러 있다. 가령 15일 '5‧18 북한군 개입설' '난교' '대학생 폄하' 등 자당의 총선 후보들의 발언 관련 논란에 대해 기자들이 부실 검증 가능성을 지적하자 그에 대한 답변은 없이 "민주당은요?"라고 받아쳤다. 그는 이렇듯 내내 한결같은 언어, 행동과 표정, 몸짓만을 되풀이한다. 그것은 일관성이기도 하지만 늘 제자리에서 한뼘의 성숙도 없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것은 ‘제자리’조차 될 수가 없다. 현실은 자꾸 확장되고 커지는데 그는 그 생각과 몸체 그대로이기에 그는 더욱 더 왜소해지고 있는 것이다.

국힘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경제 관련 메시지가 나왔을 때 그가 한 말들은 “물가 문제로 인해서 국민들의 걱정이 크다. 정부 여당으로서 더 노력하겠다는 말씀 드린다. 우리 여당은 민생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식인데, 그는 “국민들의 걱정이 크다”고 했지만, 여당의 수장에게서 이런 정도의 말밖에 들을 수 없는 국민들은 오히려 그를 걱정하게 된다.

윤 대통령에 대해 수직적 아닌 '수족 관계'임을 드러내

김건희 명품백에 대해 “제가 언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던가요?”라고 했던 그는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도중 주호주 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사건에 대해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자 “그분이 내일이라도, 정말 필요하다면 공수처에서 부르면 안 들어올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말, "안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 그것도 ‘같지 않다’가 붙는 이 말에는 그가 어떤 문제를 정면으로 직면해야 할 때 취하는 오리무중의 인식과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감히 “돌아와야 한다”고 하지 못하는 그의 말은 대통령에 대해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족적’ 관계라는 것의 실상을 드러내는 것이며 간단한 말을 모호한 형식으로 만드는 그의 문제 대처 방식을 거듭 보여준다. 문제를 만나면 답변하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제로 돌리고 문제를 회피하는 한동훈식 문제 대응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의 대구 달서갑 공천으로 ‘탄핵의 강’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탄핵의 강은 굉장히 오래된 얘기”라며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불과 7년 전의 일도 오래된 과거가 돼버리는 것이다. 사람의 인식은 ‘현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만큼 그의 인식의 범위와 안목이 비례한다고 했다. 독설과 냉소를 능수능란하게 내뱉던 세 치 혀의 길이만큼이나 짧은 역사에 대한 시계(視界)다.

그 짧디 짧은 역사에의 시야는 현실과 정치, 한국 사회에 대한 그의 짧은 시야이기도 하다. 그것이 한동훈 한계론, 한동훈 딜레마의 근본 원인이며 뿌리다. 

그 딜레마는 사실 이제 와서야 새롭게 대두된 것이 아니다. 보수 언론들이 그의 출발 때부터 그를 화려하게 포장하고 현란하게 채색하는 대신에 제대로 보고자 하고 드러내고자 했으면 볼 수 있고 드러낼 수 있었던 실상이었다. 

그 실상이 서서히 드러나고, 그로 인해 보수 진영 자신이 곤경에 처하게 됐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듯한 지금, 그러나 이제는 돌아갈 길은 막혀 있는 상황이다. 보수 언론들의 머릿속에는 4년 전 ‘황교안 악몽’의 재연이 떠오를 듯하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 끝은 미미했던 궤적이었다.

한동훈을 위한 신전(神殿)이며 궁전이었던 것이 이제 그의 무덤이 될 것인가. 보수 언론들의 '한동훈 한계론'은 그 불길한 예감이 현실로 닥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점점 더 뚜렷하게 하는 듯하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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