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마크
톡하고

자유게시판

급조된 총선용 청년 지원책…“또 다른 부자 감세일 뿐”

본문

출산 장려금·생활 지원 수혜 중산층 집중

총선 앞두고 청년 표심 노린 선심성 지원

천문학적 예산 필요…실행 가능한지 의문

조세 원칙·형평성 파기로 세수 기반 훼손

"부자 감세 탓에 윤 정부 경제정책 점수 F"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민생토론회를 빙자해 내놓은 청년 지원 정책은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데도 재원 마련 대책은 빠져있다. 최근 반도체 수출이 회복되고 있으나 여전히 경기가 불투명해 올해도 세수가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조 원이 필요한 청년 지원 예산을 확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당장 지원해줄 것처럼 호언장담했는데 실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청년의 힘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린 열일곱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3.5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청년의 힘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린 열일곱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3.5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제시한 정책은 실효성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문제투성이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청년 표심을 얻기 위해 지원 대상과 방식에 대해선 전혀 고민하지 않고 급하게 정책을 쏟아낸 티가 역력하다. 무엇보다 청년마다 생활 수준과 형편이 다른데도 피상적인 지원책만 열거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중산층에 수혜가 쏠리고 조세 원칙과 형평성을 파기하는 정책이 되고 말았다.

가장 주목을 많이 받은 기업 출산 장려금 비과세 정책은 부영그룹이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 자녀에게 1명당 1억 원씩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게 계기가 됐다. 윤 대통령과 정부, 일부 전문가는 저출산을 극복할 묘안처럼 말하고 있으나 현실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현행 제도에서는 기업이 1억 원의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면 근로자는 소득세나 증여세 등 어떤 식으로든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기업이 저출산 극복을 위해 선의를 베푸는 상황에서 정부가 과도한 세금으로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에 편승해 정부는 전액 비과세하겠다는 것인데 이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선 대다수 기업은 부영그룹처럼 거액의 출산 장려금을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여력이 없다. 특히 영세한 기업에 근무하는 청년들은 이 제도의 혜택을 볼 확률이 거의 없다. 현재 국내 사업체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조금 넘는다. 나머지 90%는 중견 또는 중소기업이다. 청년 근로자 대부분이 출산 장려금 비과세 혜택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취업 대신 사업을 택한 청년 자영업자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기업 출산 장려금 비과세는 일부 중산층 청년만 수혜자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중소기업보다 월급이 2배 이상 많은 대기업 근로자가 출산 장려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까지 누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기업 출산 장려금 비과세는 부자 감세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의 선의에 정부가 부응한다는 그럴듯한 청년 지원책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선심성 청년 정책 주요 내용.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선심성 청년 정책 주요 내용. 연합뉴스

출산 장려금 외에도 세금을 감면해줘야 할 분야는 많다. 과세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을 훼손한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여론에 따라 이렇게 주먹구구로 면세 조항을 추가하면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세법이 더 누더기가 될 수 있다.

기업들이 출산 장려금 비과세 제도를 악용할 수도 있다. 세금이 있는 급여를 줄이고 출산 장려금을 주는 식으로 조세를 회피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악용 사례를 감시하겠다지만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행정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조세 제도의 또 다른 비효율성이 추가되는 것이다. 

저소득 청년의 목돈 마련을 위한 청년도약 계좌의 가구 소득 요건을 중위 180% 이하에서 250% 이하로 완화하겠다는 것도 본래의 정책 설계와 상충된다. 요건을 완화하면 고액 연봉자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정책이야말로 총선을 앞두고 청년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지원책을 총선을 한 달 앞두고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것이 선거 개입이 아니고 무엇인가.

국가장학금과 근로장학생 수혜 대상 확대와 주거장학금 신설 등 생활 지원 정책은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게 문제다. 하지만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과 정부는 예산 마련 방안에 대해선 한 마디 언급도 없었다. 연 240만 원까지 지원하겠다는 주거장학금만 해도 1조 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 국가장학금과 근로장학생 수혜 대상 확대도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건전 재정을 위해 세출을 줄이겠다면서 이처럼 많은 예산이 필요한 정책을 남발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경제개혁연구소는 6일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2009년 창립 이후 정기적으로 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계열로 보면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윤석열 정부 등 보수 성향 정부에서 대기업과 부자 중심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많았다. 이런 흐름은 이번 조사에서도 바뀌지 않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경제 정책’ 학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가장 낮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C 학점 비중이 가장 높은 데 비해 윤석열 정부는 F 학점 비중이 가장 높았다. A~F 학점을 4~0점으로 환산한 점수에서도 이명박 정부가 평균 1.7점, 박근혜 정부 1.6점, 윤석열 정부 1.4점으로 가장 낮았다. 문재인 정부는 2.4점을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 경제 정책이 낙제점을 받는 이유는 ‘부자 감세, 서민 증세’ 정책을, 그것도 거의 즉흥적으로 남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료 : 경제개혁연구소. 보수 성향 정부의 경제 정책 성적.  자료 : 경제개혁연구소. 보수 성향 정부의 경제 정책 성적. 
 
0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68 건 - 5 페이지
제목
레벨 장독대 120 0 0 2024.03.07
레벨 장독대 91 0 0 2024.03.07
레벨 장독대 123 0 0 2024.03.06
레벨 장독대 280 1 0 2024.03.06
레벨 장독대 188 2 0 2024.03.06
레벨 장독대 159 0 0 2024.03.06
레벨 장독대 144 0 0 2024.03.06
레벨 장독대 131 0 0 2024.03.06
레벨 장독대 111 0 0 2024.03.06
레벨 장독대 162 0 0 2024.03.06
레벨 장독대 230 0 0 2024.03.06
레벨 장독대 142 0 0 2024.03.06
레벨 장독대 249 0 0 2024.03.06
레벨 장독대 206 2 0 2024.03.06
레벨 장독대 156 0 0 2024.03.06
레벨 장독대 182 1 0 2024.03.06
레벨 장독대 122 0 0 2024.03.06
레벨 장독대 131 0 0 2024.03.06
레벨 장독대 207 0 0 2024.03.06
레벨 장독대 125 0 0 2024.03.06
레벨 장독대 138 0 0 2024.03.05
레벨 장독대 125 2 0 2024.03.05
레벨 장독대 132 0 0 2024.03.05
레벨 장독대 121 0 0 2024.03.05
레벨 장독대 111 0 0 2024.03.05
레벨 장독대 142 2 0 2024.03.05
레벨 장독대 259 0 0 2024.03.05
레벨 장독대 222 3 0 2024.03.05
레벨 장독대 224 2 0 2024.03.04
레벨 장독대 179 0 0 2024.03.04
레벨 장독대 191 2 0 2024.03.04
레벨 장독대 192 0 0 2024.03.04
레벨 장독대 196 1 0 2024.03.04
레벨 장독대 273 0 0 2024.03.04
레벨 장독대 247 0 0 2024.03.04
레벨 장독대 155 3 0 2024.03.04
레벨 장독대 251 0 0 2024.03.03
레벨 장독대 237 0 0 2024.03.03
레벨 장독대 194 1 0 2024.03.03
레벨 장독대 207 0 0 2024.03.03
레벨 장독대 244 0 0 2024.03.03
레벨 장독대 219 2 0 2024.03.02
레벨 장독대 164 0 0 2024.03.02
레벨 장독대 257 0 0 2024.03.02
레벨 장독대 140 0 0 2024.03.02
레벨 장독대 119 0 0 2024.03.02
레벨 장독대 153 0 0 2024.03.02
레벨 장독대 220 0 0 2024.03.02
레벨 장독대 141 0 0 2024.03.02
레벨 장독대 181 0 0 2024.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