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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용 칼럼. 저들이 이승만을 숭배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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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용의 역사에서 배우는 교훈]
박정희·전두환도 이승만을 '불의'라 해

이승만의 악행은 이루 헤아릴 수 없어

윤 정부 악행과 무능, 이승만과 닮아
불의에 항거하는 건 헌법상 '국민의 의무'


이승만을 평가한 박정희· 전두환

자칭 보수세력이 이승만 우상화 다큐멘터리 홍보에 열심이다. 영화 ‘서울의 봄’이 1300만 관객을 돌파했을 때는 관심도 보이지 않던 KBS가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관객이 18만 명을 넘어선 소식은 흥분해서 전한다. 국민의힘 정치인과 친윤(親尹) 유명인사들은 “영웅은 이제 외롭지 않다”는 둥,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는 둥, 심지어 “잘못 배운 역사가 한 둘이 아니다”라는 둥 하며 마치 자기들이 이제까지 ‘속아서’ 이승만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것처럼 회오(悔悟)의 감상을 토로한다. 도대체 누가 그들을 속였다는 말인가? 박정희가? 아니면 전두환이?

사진=YTN 동영상캡처사진=YTN 동영상캡처

우선 한 가지 짚어 두자. 1940~50년대에 활동했던 인물 중 이승만 말고 ‘영상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 시절에는 이승만 한 사람만이 대한뉴스나 기타 정부 홍보물의 단일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1980년대 대한뉴스나 KBS '땡전뉴스‘ 화면만 모아 편집하여 ‘전두환 다큐멘터리’를 만들면, 전두환은 ‘구국의 영웅’을 넘어 ‘내리는 비도 그치게 하는 반인반신’으로 묘사될 수밖에 없다. 그런 영상물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사람을 속이는 짓이며, 그런 영상물에 속는 것이야말로 자기 무식과 지적 나태를 고백하는 짓이다.

박정희가 5.16 쿠데타로 집권한 뒤 제정한 제3공화국 헌법 전문에는 ‘4.19와 5.16이념을 계승’한다는 구절이 들어갔다. 민주주의를 군홧발로 짓밟은 박정희조차도, 4.19의 정당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5.16 군사쿠데타가 4.19이념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강변했고, 이승만을 무능하고 부패한 노인으로 치부했다. 이승만 정권 아래에서 장군 계급장을 단 박정희조차도, 이승만을 비호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1987년 여야 합의로 제정된 현행 헌법 전문은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하여 아예 이승만을 ‘불의(不義)’로 확정했다. 당시는 이승만이 권좌에서 쫓겨난 지 30년이 안 된 때였고, 국민 대다수의 뇌리에 이승만에 관한 기억이 생생하던 때였다. 이승만이 ‘불의’라는 것은 당대의 상식이자 국민적 합의사항이었다.

이승만이 저지른 죄

이승만이 권좌에 있던 13년 동안 저지른 ‘불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민족사와 국민 생활에 끼친 해악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이승만은 자기가 권력을 잡기 위해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제창함으로써 통일 민주국가 수립을 기원했던 민족의 열망을 짓밟았다. 그가 구상하고 실현한 분단체제는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민족사의 비극’이 되었고, 남북한의 8천만 민족은 전쟁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수십 년째 살고 있다.

둘째, 이승만은 친일파, 민족 반역자, 기회주의자들과 손잡았고 그들을 후원했다. 해방 직후 한국인 절대다수는 최우선의 ‘민족적 과제’가 친일 잔재 청산이라고 생각했다. 총독부 관리 출신자들과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만이 이런 생각에 반대했다. 이승만은 권력을 잡기 위해 이들의 후견인 노릇을 했고, 국회가 반민족행위자처벌법을 제정하여 반민특위를 구성하자 경찰을 동원해 이를 와해시켰다. 그러면서도 독립운동가들은 홀대를 넘어 박대했다. 정부 수립 후 이승만에게 건국공로훈장을 받은 한국인은 이승만 본인과 초대 부통령 이시영뿐이었다. 물론 독립운동가 당사자나 그 후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셋째, 이승만은 잔인했다. 독재자가 모두 그렇듯이, 그는 수십, 수백만 명의 목숨보다 자기 권력을 더 중하게 여겼다. 제주 4.3, 국민보도연맹 사건, 국민방위군 사건, 전쟁 중의 숱한 양민학살 등 그는 대량 학살을 지시하거나 방조, 묵인했다. 한국전쟁 중의 전사자 말고도 그의 치하에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사람은 수만, 또는 수십 만 명에 달했다. 자기 권좌를 위협하고 자기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정적(政敵)을 빨갱이로 몰아 살해한 것은 오히려 작은 일에 속한다. 4.19 때 경찰이 어린 학생들을 총으로 쏴 죽인 것도 이런 ‘살인의 관행’ 때문이다.

넷째, 지나치게 무능하면서도 무책임했다. 그와 그의 일당은 내내 북한군이 전면 남침할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직무유기이자 무능이다. 전쟁이 나자 먼저 한강 다리를 건너 남쪽으로 도망친 후 “국군이 북진하고 있으니 서울시민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고 거짓말 방송을 했다. 그것도 모자라 하나뿐인 한강 다리를 폭파해 버렸다. 저 혼자 살자고 100만 서울시민을 북한군 치하에 버린 것이다. 그뿐인가? 서울 수복 후에는 부역자를 색출, 처단해야 한다며 자기 때문에 피란 가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서울에 남았던 시민들을 모질게도 괴롭혔다. 인간의 자책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극도의 무책임이다.

다섯째, 극도의 부정부패로 국민 절대다수를 생지옥에 밀어넣었다. 국회 프락치 사건, 발췌개헌, 사사오입 개헌 등 그는 자기 권력 유지를 위해 필요할 때마다 경찰과 정치깡패를 동원해 국회의 권한을 짓밟았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조차 체포되고 두들겨 맞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독재체제가 부패하는 건 역사의 철칙이다. 일본인들이 남겨 놓고 떠난 ‘귀속재산’, 대한제국 황실이 소유했던 ‘이왕직 재산’ 등 엄청난 재산이 이승만에게 아첨하는 모리배(謀利輩)에게 특혜, 정실 불하되었다. 휴전 이후 미국 등에서 보내준 원조물자들 역시 가난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기득권자들은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부(富)를 늘렸으나 가난한 사람들은 미군부대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들을 그대로 끓인 ‘꿀꿀이죽’으로 연명했다. 이승만이 통치하던 시절, 코를 풀었거나 가래침을 뱉은 휴지와 담배꽁초가 들어간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 가난한 사람들은 개돼지와 다를 바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영화 '건국전쟁'에 대해 "우리나라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은 영화 '건국전쟁'에 대해 "우리나라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권은  왜 이런 이승만을 흠모하나

이제 윤석열 정권 사람들이 왜 이토록 이승만을 흠모, 숭배하는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첫째, 남북대화를 파탄내고 반공 이데올로기를 권력 기반 확충에 이용하면서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둘째, 일본 전범 기업의 징용 배상금 대납, 후쿠시마 핵 폐수 방출 지지, 욱일기를 단 일본 함정의 한국 영해 진입 허용, 독도 분쟁 지역 표기 등 일본 정부조차 기대하지 않았던 굴욕적 친일정책을 일관되게 펴면서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들을 능욕하고 있다. 셋째,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절규를 들은 체도 하지 않는 반(反) 인도적 냉혈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넷째, 선진국에 진입했던 한국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총체적 무능과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채상병 사망, 잼버리 유치 실패 등 어떤 일에도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성을 태연히 과시한다. 다섯째, 정적을 집요하게 탄압하면서도 측근들의 부정부패는 관용을 넘어 비호한다. 수행 직원이 법인카드로 식사비 7만 8천원 결제한 줄 몰랐다는 이유로 야당 대표 부인을 기소하면서도, 대통령 부인이 직접 300만 원짜리 명품백을 뇌물로 받은 건 사과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증거도 없는 ‘대장동 사건’으로 야당 대표를 범죄자 취급하면서도, 고속도로가 대통령 처가 땅 쪽으로 갑자기 휜 건 합리적 행정이라고 강변한다. 야당 대표 살인미수 현장은 즉각 물청소해서 증거를 인멸하면서도, 여당 의원 피습 현장은 폴리스라인을 쳐서 보존하고 과학수사대를 보내 증거를 수집한다. 야당 대표 살인미수범의 신원은 절대로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대통령에게 큰 소리로 항의한 사람의 신원은 즉각 공개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부정식품 이하라도 사 먹을 수 있게 해야’한다는 말도 ‘꿀꿀이죽’ 시대의 생각 그대로다.

‘존경’과 ‘흠모’는 ‘닮으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윤석열 정권 사람들이 이승만을 흠모하다가 이승만처럼 되었는지, 아니면 본래 이승만 같은 성품과 사고방식을 가졌기에 이승만을 존경하는지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국가는 일차적으로 헌법 공동체다. 우리 헌법 전문은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 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라고 명시(明示)했다. 상식적·역사적 ‘불의’인 이승만을 추종하고 인간의 도리를 외면하며 동포애를 짓밟는 행태에 맞서 싸우는 건,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의무’다.

※ 필자인 전우용 교수는 우리 시대의 역사의식을 바로잡기 위해 정치 현안에 대해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는 역사학자다. <우리 역사는 깊다>, <내 안의 역사>, <민족의 영웅 안중근> 등의 저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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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요미지훈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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