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올라온 틱톡 영상 석달뒤 긴급심의

'사회질서 혼란 야기' 변칙 써가며 접속차단 요구

"대통령 심기 경호 국제적 망신 부를 것" 내부 비판

윤석열 대통령 풍자 틱톡 영상

가상으로 꾸몄음을 분명히 명시한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청할 수 없도록 시정요구했다. 명백한 풍자 영상에 대해 입을 틀어막는 ‘입틀막’인 셈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는 23일 긴급심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 게시물 22건에 대해 시정요구(접속차단)를 결정했다. 출석위원 만장일치다. 여당 추천 위원들로 독점된 방심위의 구성 상황에서 이번 결정도 이들 여당 추천 위원들만의 논의로 이뤄졌다. 심의에 회부돼서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도 속전속결이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가 21일 방통심의위에 심의신청을 하자 방통심의위는 하루 만에 긴급회의를 열기로 한 데 이어 이날 시정요구 의결까지 한 것이다.

방심위가 문제 삼은 영상은 틱톡 등에 올라온 <가상으로 꾸며본 윤 대통령 양심고백연설>로, 지난해 11월에 올라온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기존 연설 영상을 짜깁기한 이 영상에서 윤 대통령은 “저 윤석열, 국민을 괴롭히는 법을 집행해온 사람입니다. 무능하고 부패한 윤석열 정부는 특권과 반칙 부정과 부패를 일삼았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제목에서부터 “가상으로 꾸몄다”는 설명이 붙어 있어 누구라도 풍자 취지의 창작 영상임을 알 수 있다.

방심위 직원들 다수가 가입돼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지부는 윤 대통령 풍자 영상에 대한 긴급심의와 관련해 22일 <“대통령 풍자 영상에 대한 심기경호 호들갑 심의 부끄럽다”>는 성명을 내고 “가상으로 꾸몄다고 친절히 적어둔 쇼츠 영상을 두고,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이유로 경찰청에서 방심위에 삭제요청 공문을 보내는 것도 코미디이며 작년에 게시된 영상을 두고 하루라도 빨리 긴급심의를 열어서 사회적 혼란을 막겠다는 위원장의 호들갑이야말로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방심위가 이 영상에 대해 ‘사회질서 혼란을 야기한다’고 보고 관련 조항을 적용한 것도 변칙적이라는 지적이 위원회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21일 서울경찰청은 명예훼손 조항으로 해당 영상을 삭제 및 차단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류희림 위원장에게 보고한 다음 갑자기 딥페이크 정보이자 사회혼란 야기 정보 담당 부서에 공문을 접수하고 긴급 심의를 위한 소위원회가 소집됐다는 것이다.

방심위 내부 규정상 공인의 경우 명예훼손 심의신청은 당사자나 대리인만 할 수 있는데 ‘사회혼란 야기’ 조항을 적용하면 제3자도 심의 신청이 가능한 것을 이용한 것이다. 

방심위 노조는 “류희림 위원장은 대통령 심기경호에 몰두해 방송통신 심의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틱톡과 메타에서 방심위의 황당한 심의결정을 어떻게 바라보겠는가. 국제적 망신으로 비화되기 전에, 제발 대통령 심기경호 긴급 심의를 멈추기 바란다”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