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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직접 저평가 기업 '밸류업'?…“투자 손실만 키울 것”

본문

 

공표하겠다는 'PBR 1배 미만 기업' 실상은?

총수 일가 상속·증여세 아끼려 주가 묶어둬

저평가 상장사 상당수는 사업 전망 불투명

“결국 증시 거품만 조성…실효성 없을 듯”

스튜어드십 코드와 지배구조 개선이 먼저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이 소식에 일부 종목의 주가가 들썩이기도 한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실제 기업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상장사 주가를 올리겠다는 게 목표다. 구체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상장사를 대상으로 수익성과 투자지표, 기업 가치 개선 계획 등을 공표하도록 하는 것이다. PBR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의 장부가치와 주가의 비율이다. 1배 미만이면 시가총액이 장부가치만 못하다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수익성과 투자지표 등을 공시하도록 하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정책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저평가 근본 원인을 잘못 짚은 데다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일회성 이벤트로 끝난다면 작전 세력에 기회를 주고 특정 종목 주가의 단기 급등을 초래해 투자자들의 손실만 키울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왜곡시키고 그 결과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또 하나의 사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국거래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거래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금융당국은 지난 24일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한국 증시의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의 성공 사례를 거론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PBR이 1배 미만인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업 가치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 등을 공시하도록 했다. 이에 힘입어 저평가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고 증시 전체가 활기를 찾는 효과를 거뒀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이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현재 국내 상장사 가운데 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은 100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전체 상장사의 약 40%에 해당한다. 이중 500여 기업은 10년 넘게 PBR 1배 미만의 저평가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이처럼 저평가된 기업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해당 종목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벤치마킹 대상인 일본과 사정이 다르다는 점도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PBR 1배 미만인 기업 중 상당수는 미래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거나 대주주인 총수 일가가 3, 4세에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묶어둔 곳이다. 대주주와 경영진이 기업 가치가 저평가될 수밖에 없는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아무리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해도 이런 기업의 주가는 오를 수 없다.

코스피 종목인 고려제강은 10년 이상 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이다. 현재 PBR은 0.31배 수준이다. 자산 가치를 그대로 반영하면 주당 6만 6000원가량이 정상이지만 실제 주가는 2만 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이 정체됐으나 이 정도로 주가가 낮은 것은 이례적이다. 기업 가치를 중시하는 투자자라면 향후 주가 상승이 기대되고, 최소한 더 떨어지지 않을 매력적 종목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고려제강의 기업지배구조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회사 대주주는 창업 2세인 홍영철 회장과 그의 아들 홍석표 사장이다. 홍 사장은 고려제강 주가가 낮았을 때 홍 회장으로부터 증여받거나 장내 매수로 지분을 높였다. 경영권 승계 비용을 줄이려면 주가가 낮아야 했다. 굳이 주가를 올릴 필요가 없었다. 

이들에게 자산의 장부가치와 꾸준한 영업 실적 등을 보고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주주환원은 뒷전이고 오직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가 중요했다. 고려제강은 장기간 의도적으로 주가를 누르고 창업 3세인 홍석표 사장이 최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고려제강 10년간 주가 추이. 네이버 화면 캡쳐. 고려제강 10년간 주가 추이. 네이버 화면 캡쳐.

이런 상장사는 고려제강뿐만이 아니다. 3, 4세로 경영권 승계를 하려는 재벌기업은 똑같은 이유로 주가 부양에 소극적이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주가가 폭락하자 삼성과 현대차, LG, 롯데 등 재벌그룹 총수 일가 3, 4세들은 자사주를 대거 사들였다. 명분은 주가 부양과 책임경영을 내세웠으나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들에겐 증시가 침체할 때가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결국 한국 증시의 저평가는 재벌기업의 전근대적인 지배구조 탓이 작지 않다. 국내외 많은 전문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으로 재벌 개혁을 꼽고 있는 이유다.

경영권 승계 이슈가 없고 충분한 수익을 내고 있는데도 저평가된 상장사 역시 정부 주도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 가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재 수익을 내고 있어도 미래 성장성이 불투명하면 주가는 오를 수 없다. 저평가 종목으로 지정되면 ‘낙인 효과’ 탓에 오히려 주가에 부정적일 수도 있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 가치를 올리겠다는 발상은 그 자체가 난센스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등 기존 제도를 활용해도 얼마든지 한국 증시의 저평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대주주가 소액 주주를 무시하고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재벌기업의 지배구조를 개혁하는 것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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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

귀요미지훈님의 댓글

쪽바리 식민지 정부 아니랄까봐 이런거도 금새 쪽본 따라허네 에효~ ㅎㅎ

축하합니다. 첫댓글 포인트 1GOLD를 획득하였습니다.

장독대님의 댓글의 댓글

그렇지 않아도 경제전문가이신 지훈님 의견이 궁금했는데.....

귀요미지훈님의 댓글의 댓글

지들이 경제를 폭망으로 만들고 지정학적 위기를 부각시킨게 근본원인인디
쪽바리들이 하는 헛짓거리 따라하는거 보니 한숨만 나오네유 ㅎㅎ
지난 정권이었으면 중국에서 탈출한 자본이 일본이 아니라 한국으로 들어왔을거에유.
윤완용 븅신 때문에 좋은 기회도 놓치고 쪽바리들 좋은 일만 시켜주고 있는거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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