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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가 본 이재명 암살 미수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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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새해 벽두에 제1야당 대표인 이재명을 암살하려다 실패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극우세력과 언론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이를 피습사건으로, 범인을 습격범으로 지칭했다. 심지어 상당수 언론은 범인을 습격을 당한 범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피습범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런 명칭들은 이번 사건을 유력 정치인을 암살하려고 한 사건이 아닌 단순한 증오범죄나 우발적 범행으로 왜곡하려는 시도이다.

암살미수 사건을 피습사건으로 둔갑시키려는 의도

이재명 대표에 대한 암살미수는 해방정국에서 발생했던 김구나 여운형 선생에 대한 암살과 맥을 같이하는 정치인 암살(미수)사건이다. 어떤 이들은 범인이 복면을 쓰고 공격한 것이 아니라 백주에 공개된 장소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공격한 것이므로 암살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안두희는 김구 선생을 공개적으로 살해했지만 역사는 왜 그 사건을 김구 선생 암살사건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나무위키는 암살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암살(暗殺)은 사상이나 이권, 정치, 군사적 이유로 정치,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을 비합법적으로 몰래 살해하는 행위이다. 몰래 한다는 것은 암살 계획 및 준비 단계에서 들키지 않는다는 의미 쪽이 강하며 따라서 실제 살해(미수)는 공개적으로 행했더라도 실행 직전까지 비밀을 유지했다면 대개 암살로 간주된다.

이 정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번 사건은 명백한 암살미수 사건이다. 즉 이재명 대표 살해 시도는 김구나 여운형 선생 같은 정치인에 대한 암살사건의 계보를 잇는 명백한 유력 정치인 암살(미수)사건인 것이다.

증오에 사로잡힌 극단주의자의 단독 범행이어야 했나?

극우세력과 언론은 처음부터 이번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고 시도했다.

첫째, 증오범죄나 혐오범죄로 몰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최근 들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신림동 무차별 칼부림 살인사건과 같은 증오범죄나 혐오범죄가 아니다. 증오범죄나 혐오범죄는 범죄 대상이 특정되지 않고 무차별적이다. 특정 대상을 지목하여 장기간 추적, 살해하는 증오범죄나 혐오범죄는 있을 수 없다.

둘째, 정신질환자의 범죄로 몰아가려고 했다. 이런 시도는 처음부터 곤경에 부딪혔는데, 그것은 누가 보더라도 이번 범행이 매우 치밀하고 계획적이었기 때문이다. 범인은 범행 대상자를 특정한 다음 장기간에 걸쳐 조사하고 추적했다. 그는 성공적인 범행을 위해 민주당에 위장 입당까지 하면서 이재명 대표의 동선을 조사했고 그 뒤를 따라다니면서 적절한 기회를 노렸다. 범인은 칼로 목의 경동맥 부위를 찔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깊이 찔러넣기 위해 한쪽 날만 있는 칼의 반대쪽 날도 갈아 양 날의 검을 만들었다. 나아가 범행의 성공을 위해 자기의 감정을 철저하게 감추고 통제함으로써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로 위장했고 타인들의 의심을 받지 않은 채 가깝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이처럼 치밀하게 계획적으로 범죄를 계획하고 그 계획을 철저하게 실행에 옮겼던 것, 높은 수준의 자기 통제력(특히 감정 통제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등은 범인이 정신질환자일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셋째, 정치적 광신자, 극단주의자의 단독 범행으로 몰아가려고 했다. 극우세력과 언론은 이번 사건을 왜곡된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극단주의자가 저지른 단독 범행이라면서 극단주의자를 양산하는 증오의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극단주의자의 단독 범행으로 추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극단주의자는 무엇보다 정신건강이 좋지 않아서 이번 사건과 같은 치밀하고 계획적인 범행을 단독으로 실행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극단주의자는 마음속이 분노로 이글거리는 사람이어서 평소 자기 감정을 잘 통제하지 못해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며 그로 인해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극단주의자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생활을 한다. 극단주의자는 또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사고능력이 부족하고, 의지력이 박약하여 실천에서 동요가 심하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극단주의자는 테러조직의 통제와 지원 없이 단독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성공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한마디로 단독 범행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전문적인 암살자일 가능성은 없나?

나는 이번 사건이 극단주의자의 단독 범행이 아니라 전문가의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범인이 아마추어 혹은 초범이 아니라 프로 혹은 전문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범인은 위장술이 뛰어나다. 범인은 이재명 대표의 동선을 파악하고 접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민주당에 위장 입당하여 장기간 민주당원 행세를 했다. 심지어 그는 범행 현장에 가기 위해 민주당 지지자의 차에 동승했고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이동했다. 놀라운 것은 이 과정에서 그가 타인들에게 의심을 살만한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일 그가 초범이었다면 심리적 평정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즉 평범한 사람이 처음으로 하는 살인, 그것도 제1야당 대표를 살해하러 가는 길이었다면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불안과 초조, 타인들에 대한 경계심, 심적 동요 등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범인은 애초부터 그런 심리상태를 경험하지 않았거나 그것을 완벽하게 통제함으로써 위장에 성공했다. 범행 장소에 도착한 범인은 경찰과 대화를 했지만 의심받지 않았고 이재명 지지자로 위장하여 접근할 때도 의심받지 않았다. 이러한 뛰어난 위장술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자기통제력은 범인이 흔히 간첩이나 스파이로 불리곤 하는 전문가가 아닐까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둘째, 범인은 마치 살인기계처럼 범행을 저질렀다. 범인은 군중이 밀집해 있는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장소에서 미소를 띤 채 이재명 대표에게 접근한 다음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칼을 꺼내 단번에 목의 급소를 찌르는데 성공했다. 평범한 사람 혹은 초범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전문적인 칼잡이가 아닌 이상 첫 범행에서 정확하게 사람의 목을 찌를 수 있으려면 최소한 목의 경동맥 부위를 찌르는 전문적 훈련을 받았거나 반복적으로 연습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범인이 반복적으로 연습을 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의문이 또 남는다. 혼자서 반복적으로 연습을 하는 것과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노인이 골문 근처에서 단독 드리블을 하다가 골을 넣는 연습을 수백 번 했다고 해서 그가 축구 시합에 나가자마자 골을 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습과 실전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연습을 많이 하더라도 평범한 사람들은 막상 살인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심적 혼란이나 갈등, 주저함이나 동요, 강한 정서적 흥분 등을 피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연습 유무와 상관없이 평범한 사람이 첫 범죄 시도, 그것도 살인을 실수 없이 한 번에 성공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셋째, 범인은 정치적 주장을 하지 않았다. 경찰 발표대로 범인이 정치적 이유로 단독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면 그는 범행 이후에 사람들에게 자기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했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극단주의자들은 범행을 하기 직전이나 직후에 구호를 외친다. 자기가 저지른 범죄가 정당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주고 지지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범인은 자신의 범행 동기를 정당화하거나 대중에게 알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더욱이 그는 범행 직후만이 아니라 체포되어 끌려가면서도, 체포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을 때에도 입을 거의 열지 않았다. 범인은 마치 청탁받은 일을 직업적으로 수행하다가 실패한 사람처럼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런 모습은 그가 정치적 이유로 살인을 저지른 극단주의자가 아니라 미국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당신에게 사적인 감정은 없어”라고 말하는 킬러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윤 정권의 이상 행동과 언론의 기괴한 침묵

이재명 대표 암살미수 사건이 발생한 직후 국무총리실 산하 대테러종합상황실은 심각한 자상이었음에도 ‘열상’과 같은 가짜뉴스를 살포했고 언론들은 이를 부지런히 퍼날랐다. 대테러종합상황실은 왜 이런 이상한 짓을 했을까? 현 정부가 배후이거나 그렇지 않다면 범인에게 공범이나 배후가 있으며 그것이 윤 정권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국무총리실(윤 정권)이 믿었거나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경찰의 소극적인 은폐, 축소, 왜곡 수사는 이런 추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고 이선균 배우 사건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과거에 검경과 언론은 범인의 신상은 물론이고 범행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사적인 통화내역까지 공개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경찰은 범인의 신상 공개를 거부했고 신상 공개를 안 하는 이유도 공개를 안 하겠다는 황당한 말을 했다. 피해자가 아닌 범인을 보호하면서 그가 외부와 접촉하는 것을 차단하려고 한다는 의심을 살만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의 행태는 더 이상하다. 김구 선생 암살사건과 본질적으로 같은 중대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언론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만약 이재명 대표 암살 시도가 성공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반윤석열 투쟁을 이끌어야 할 야당의 지도자,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를 잃은 국민들은 낙담하고 좌절하여 무기력해졌을 것이고 민주당은 사분오열 되었을 것이다. 벼랑 끝에 몰렸던 국힘당과 극우세력은 기사회생하여 총선에서 승리하고 장기집권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 암살미수 사건은 윤 정권의 탄생이 정적에 대한 끊임없는 악마화, 무리한 구속 시도를 넘어서서 암살을 감행하는 단계까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후퇴시켰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국민들은 한국의 역사가 정치테러와 암살이 난무했던 이승만 시기로 되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리고 검찰독재정권에 저항하면 암살을 당할 수도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서 이번 사건을 덮어버리려는 시도를 절대로 용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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