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마크
톡하고

자유게시판

황당합니다. 로봇 심판이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야구 규칙을 바꿔 버렸습니다.

본문

오늘 고교야구 로봇 심판에 대한 기사가 올라와서, 그 내용을 살펴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니, 제가 이전에 여러번 야구 사이트 위주로 '혹시나'하면서 우려했던 것처럼, 로봇 심판이 적용하는 스트라이크 존 이라는 게, 모든 타자에 똑같이 일정한 크기의 박스를 홈플레이트 상공에 설정하고, 그 박스를 통과했는지 여부를 판단해서 스트라이크/볼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세한 것은 기사를 보시면 되고, 간단한 그림은 제가 첨부한 것을 보시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3567b9d483ca2a77803e4127445655b7_1681460217_5377.jpg
 

이 기사대로라면, 로봇 심판이 앞으로 심판을 볼 모든 고교야구대회에서 스트라이크존은, 하단이 지면으로부터 42.88cm, 상단이 101.31cm 위치가 되고, 이렆게 설정된 박스를 통과한 공은 모두 스트라이크가 선언되게 됩니다.

즉, 키가 2m인 타자도, 키가 160cm인 타자도, 모두 똑같은 스트라이크존에 따라 타격을 하게 되는 겁니다.

혹시 이게 뭐가 문제냐고 묻는 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엄청난 문제입니다. 바로 현재의 야구 규칙이 그렇게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야구 규칙은, 심판이 각 타자에 따라 다르게, 즉 해당 타자의 무릎뼈 하한선을 하단으로 삼고, 어깨선과 하의 벨트선의 중간 부분인 가슴선을 상단으로 삼아서, 그렇게 타자마다 다르게 설정한 스트라이크존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로봇 심판을 적용하기 위해, 야구 규칙을 바꿔 버린 겁니다. 본말이 뒤집힌 겁니다.

이제 투수가 키가 작은 타자의 좁은 스트라이크존 안에 제구하기 힘들어서 고생하는 장면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예전 MLB 타자인 리치 섹슨처럼, 키가 2미터 정도의 타자가, 심판이 적용하는 넓은 스트라이크존때문에 고전하는 경우도 없을 것이고요. 그냥 모든 타자가 똑같은 스트라이크존으로 적용받는데 그럴 일 자체가 없는 겁니다.

하나 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있습니다. 기사를 잘 보면, KBO의 로봇심판이 적용하는 스트라이크존과, KBSA의 로봇 심판이 적용하는 스트라이크존이 다르다는 겁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평균 키가 KBO가 고교야구 선수들보다 좀 더 크기 때문이랍니다. 황당하지 않습니까? 고교때 이미 키가 190cm인 선수도 있고, 프로선수이지만 키가 170cm인 선수도 있을 수 있습니다. 로봇 심판은, 190cm인 고교타자에게는, 고교생 평균 스트존을 적용해서 낮게 스트라이크존을 잡고, 170cm인 프로선수 타자에게는, 프로 선수 평균 스트존을 적용해서 높게 스트라이크존을 잡는다는 말입니다. 이게 우리가 아는 야구입니까?

MLB 타자들은 우리나라 KBO 타자들보다 키가 좀 더 크니, 더 높은 스트라이크존을 사용하겠네요. 그럼 모든 나라, 모든 레벨에서 높이가 약간씩 다른 스트라이크존을 쓰게 될 것이고, WBC나 올림픽 같은 큰 대회에서 야구를 할 때, 로봇 심판을 적용하는 경우, 어떤 나라의 스트라이크존 높이를 적용할 것이냐에 따라, 각 나라 타자들의 스트라이크존 판단 능력이 달라져서, 어느 나라가 불리했느니, 어느 나라가 유리했느니 하는 말이 나올 겁니다.

저는 정말 한때는 로봇 심판이, AI를 적용해서 타자의 타격자세 및 키에 따라 야구 규칙에 맞는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해서 판단할수도 있겠구나라고 희망적으로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희망은 물거품이 된 게 확실해 보입니다. 이건 야구 규칙 따위는 멀리멀리 던져 버린 이상한 기계일 뿐입니다. 인공지능(AI) 같은 건 전혀 없습니다.

당장 처음에는 '밉살맞은 인간 심판'이 없어져서 좋아보이겠죠. 하지만, 저처럼 로봇 심판의 본질이 야구 규칙과 동떨어져 있고, 모든 타자의 키와 타격 자세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하며, 리그 평균에 따라 획일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야구팬들이 로봇 심판을 보는 시각은 달라질 겁니다.

정말 황당하고 이상한 기계가 야구판에 들어오려고 하고 있는 겁니다.  
0 2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2

짤몬님의 댓글

앞으로 야구선수 덩치나 키는 일정해 지는건가..

축하합니다. 첫댓글 포인트 1GOLD를 획득하였습니다.

빛둥님의 댓글의 댓글

키가 큰 선수는 지금보다 유리해지고, 키가 작은 선수는 지금보다 불리해지겠죠.

일반적으로 키가 작은 타자는 스윙이 작아서 장타를 때리기 힘들고, 대신 민첩성이 좋아서 수비능력이 좋습니다. 그래서 보통 유격수, 2루수, 중견수 포지션에 그런 타자들이 많습니다. 그와 반대로 키가 큰 타자는 스윙이 커서 장타를 때리기 쉽습니다. 대신 민첩성이 나빠서 수비 능력이 나쁘죠. 지명타자, 1루수, 투수 중에 그런 타자들이 많습니다. 신발신고 179cm인 김하성의 장타력이 193cm인 오타니보다 부족할 수 밖에 없는게, 이런 이유가 있는 겁니다.

이렇게 신체조건에 따라 각자 나름대로 야구를 할 수 있는데... 스트라이크존을 모두 똑같이 일률적으로 만들어 버리면, 키가 큰 장타자는 약점(스트라이크존이 넓다는 것)이 없어져서 더욱 이득을 보게 됩니다. 그에 비해 키가 작은 타자는 더욱 불리해지죠. 야구라는 스포츠의 균형이 깨지는 겁니다.
전체 100,241 건 - 1953 페이지
제목
레벨 편돌이 619 0 0 2023.10.09
레벨 MoonRiver 338 1 0 2021.10.28
레벨 짤몬 411 3 0 2022.04.20
레벨 목풍 778 0 0 2022.09.06
레벨 편돌이 534 1 0 2023.10.10
레벨 스테판커리 47 0 0 2024.07.21
레벨 편돌이 302 0 0 2022.04.21
레벨 목풍 448 0 0 2022.09.07
레벨 편돌이 603 0 0 2023.10.11
레벨 스테판커리 82 0 0 2024.07.22
레벨 목풍 259 0 0 2022.04.21
레벨 삼촌 623 0 0 2023.10.12
레벨 편돌이 79 1 0 2024.07.24
레벨 보미왔니 343 4 0 2021.10.28
레벨 루틴 83 0 0 2024.07.25
레벨 스테판커리 307 0 0 2023.03.07
레벨 스테판커리 36 0 0 2024.07.26
레벨 목풍 517 1 0 2022.09.13
레벨 목풍 36 0 0 2024.07.28
레벨 집팔아개샀다 390 3 0 2022.01.19
레벨 곧휴가철이다 292 0 0 2022.04.25
레벨 헬로가영 676 1 0 2023.10.16
레벨 기타맨 457 0 0 2022.04.25
레벨 별찌 751 0 0 2023.10.17
레벨 집팔아개샀다 289 3 0 2022.01.20
레벨 행힝 416 0 0 2022.09.15
레벨 부라보인생 771 0 0 2023.10.18
레벨 편돌이 251 0 0 2021.11.22
레벨 목풍 308 0 0 2022.04.26
레벨 목풍 542 0 0 2023.03.11
레벨 목풍 502 0 0 2022.09.17
레벨 보미왔니 390 4 0 2022.01.21
레벨 삼촌 660 0 0 2022.09.18
레벨 목풍 49 0 0 2024.08.01
레벨 집팔아개샀다 298 0 0 2023.03.13
레벨 삼촌 1,397 0 0 2023.10.21
레벨 스테판커리 22 0 0 2024.08.02
레벨 힘든하루6 263 3 0 2021.10.29
레벨 불나방 269 4 0 2021.11.22
레벨 목풍 288 0 0 2023.03.14
레벨 짤몬 376 3 0 2022.01.22
레벨 유무 269 1 0 2023.03.15
레벨 보미왔니 296 2 0 2022.04.29
레벨 편돌이 883 0 0 2022.04.29
레벨 목풍 339 0 0 2023.03.16
레벨 목풍 441 0 0 2022.04.30
레벨 목풍 24 0 0 12시간 37분전
레벨 편돌이 228 0 0 2021.11.23
레벨 편돌이 371 0 0 2022.05.01
레벨 축구love 338 1 0 2022.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