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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위기를 키우는 부동산 부양책을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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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PF대출을 받아 바로 사업에 들어갈 수 있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PF심사를 완화하고 전체 사업비의 70%까지 PF대출 보증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토건업자의 주머니를 채우려는 것이다.

기훈 경제칼럼니스트기훈 경제칼럼니스트


인플레 속 서민 고통에도 부동산 부양에만 올인

한국은행은 여기에 발맞추어 10월에도 금리를 동결했다. ‘인플레 파이터’라는 본래의 목적을 망각한 채 정부의 부동산 올인정책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인 고금리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은 좀처럼 잡히지를 않는데 정부와 통화당국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생활 물가에 얇아진 서민의 주머니는 커가는 고통에 힘겨워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오로지 부동산 부양에만 열을 올리고 이제는 세금까지 퍼붓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정부의 부동산 PF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정책인지를 지적하는 언론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다.

우리가 아파트에 입주할 때까지의 과정을 보자. 시작은 부동산 개발업자라고 부르는 시행사가 아파트를 지을 땅을 사는 것부터다. 개발업자는 특수목적 법인(SPC)을 설립하고 이 법인이 지주들에게서 땅을 산다. 지주들과 하나하나 접촉하며 계약금만 주고 땅을 매입하거나 또는 지주가 얼마에 땅을 팔겠다는 약정서를 체결한다. 이 매매계약과 약정서가 90% 이상 모이면 시행사가 이것을 근거로 대출을 일으키게 된다. 이런 대출을 PF로 가기 전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대출이라고 해서 ‘브릿지론’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아직은 시행사에게 지주들의 땅 소유권이 넘어온 것이 아니고 매매 계약서와 약정서뿐이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제1금융권에서는 브릿지론을 거의 취급을 하지 않는다. 시행사는 보통 제2금융권이라고 불리는 캐피털이나 저축은행 또는 증권사를 통해 높은 이자를 보장하고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시행사는 매매계약을 맺은 땅주인과 약정서를 체결한 땅주인에게 잔금 및 땅값을 브릿지론으로 지불하고 토지의 소유권을 획득하게 된다. 이어 인허가 절차를 밟아 아파트 시공사를 선정하게 되면 시행사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라 불리는 과정을 밟게 된다. 이 과정이 되어야 비로소 제1금융권이 참여하게 되고 대출금액은 브릿지론에 비해 수십 배가 커지게 된다.

PF는 브릿지론에 비해 그 규모가 수십 배 커지기 때문에 금융사 입장에서는 시행사가 마음대로 준공을 미루거나 분양대금을 가지고 장난치지 못하도록 PF대출금 전체를 시공을 맡은 건설사가 인수하고 책임을 지는 준공계약을 건설사와 따로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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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2023.10.22. 연합뉴스

 

1군 건설사마저 포기한 위험한 부동산 시장

그런데 지난 2월 울산의 주상복합 건물의 공사를 맡은 대우건설이 계약금 440억을 포기하고 시공권을 반납한 일이 발생했다. PF까지 차질없이 진행된 공사인데 시공을 맡은 국내 1군 건설사인 대우건설이 계약금 440억을 손실 처리하고 포기한 것이다. 그동안 ‘영끌’해서라도 부동산을 사라던 시장인데 이 시장에서 대우건설이 발을 뺀 것이다. 대우건설은 공사를 진행하게 되면 미분양으로 계약금보다 공사비 손실이 더 클 것을 우려해 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이 계약 포기로 인해 대우건설뿐 아니라 PF 대출을 해준 금융권들까지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치솟는 국채금리와 얼어붙는 유동성으로 부동산 시장은 침체가 불을 보듯 뻔한데도 정부에서는 부동산 대책으로 또다시 PF대출을 들고 나왔다. 더 큰 문제는, PF대출이 브릿지론에 비해 한 사업당 그 규모가 열 배 이상이란 점이다. 브릿지론이 약 천억이라면 PF대출 금액은 최소 1조 이상이다. 부동산 경기가 지금처럼 한치 앞도 안 보이고 국채금리는 하늘 높을 줄 모르고 고공행진을 하며, 공사에 쓰이는 각종 자재 값은 폭등하는데 정부는 PF대출을 보증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시행 단계인 브릿지론만 실행한 상태에서 시행사가 쓰러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구입하는데 든 땅 값, 인허가 비용, 그리고 PF로 가기 전까지의 금융이자 정도만 해결하면 위험은 크게 전이되지 않을 수 있다. 땅값은 다시 매각하여 상환하고 나머지 금융비용이야 대출해준 금융권 입장에서도 큰 문제가 안 되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 PF대출 보증

그런데 PF까지 가게 되면 상황이 달라지게 된다. PF를 일으켜 준공을 강행하고 미분양이 일어나게 되면 시행사뿐 아니라 거기에 참여한 건설사, 그리고 하도급을 받은 중소형 건설사, 브릿지론을 해준 제2금융권 및 PF를 일으켜 준 제1금융권, 시공사업에 참여한 노동자 등에게 피해가 번진다. 피해 규모는 브릿지론에서 막는 것의 수십 배가 늘어나게 되어있다.

즉, 브릿지론 단계에서 문제를 막으면 우리나라 경제에 큰 충격 없이 넘어갈 수 있겠지만, PF를 일으킨 뒤 미분양이 난다면 그 충격은 금융위기에 못지않은 수준으로 벌어질 것이 자명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물가와 경제는 나 몰라라 하고 오로지 부동산 부양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부동산 부양 정책을 버리고 부동산 가격의 하향안정화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더 늦는다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지게 될 것이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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