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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들은 전문성 있다” 왜곡된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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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흔히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들은 대단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존재로 이해한다. 적지 않은 언론매체들이 그러한 시각으로 기사를 쓰고, 국회의원들 역시 여야를 막론하고 마찬가지다. 자칭타칭 ‘진보정당’으로 자부하는 정의당 관계자도 “(정치인들이) 전문성으로 무장한 공무원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등의 논리를 계승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대단히 예외적인 상황이나 특수한 경우에서 타당할 수 있지만, 대부분 잘못된 ‘선입견’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대로 말하면 관료에 대한 정치권(특히 진보 진영)의 ‘열등감’의 반영이다.

통상적으로 전문성이란 “개인이 조직에 들어오기 전 그가 사회화 과정을 겪으면서 취득하는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의미한다. 이를 ‘개인적 전문성’이라 한다. 이 ‘개인적 전문성’ 외에도 “조직에 들어와 업무를 수행하게 됨으로써 그 업무를 통하여 획득하게 되는 전문적 지식”을 뜻하는 ‘업무상 전문성’도 존재한다. 그런데 이 나라 공무원들은 우선 ‘개인적 전문성’을 기준으로 선발된 것이 아니라 공무원 시험을 통해 선발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1, 2년을 단위로 계속하여 여러 부서를 옮겨 다니며 순환 근무하기 때문에 ‘직업적 전문성’을 축적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관료들은 전문성이 있다”는 시각은 우선 공무원들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최소한 정보 접근성이 압도적으로 용이한) 객관 조건에서 비롯된다. 절차나 규정 또는 수속 등의 행정업무 분야에서 공무원들이 전문성의 장점을 지닌다고 주장한다면 최소한 그러한 측면에서는 일정하게 설득력을 지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밖의 관련 분야의 전문지식이나 분석력 등 순수한 의미의 ‘전문성’ 측면에서 관료집단은 근본적으로 결여되어 있거나 혹은 대단히 미흡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이 높은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는 ‘잘못된’ 선입견과 시각은 우리 사회의 강고한 관료주의를 유지시키는 주요한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고 있다.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 주최로 열린 수험생 정책제안서 발표식에서 참가자들이 사법시험, 행정고시, 경찰간부시험, 각종 공채 시험 폐지에 반대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7.4.27 연합뉴스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 주최로 열린 수험생 정책제안서 발표식에서 참가자들이 사법시험, 행정고시, 경찰간부시험, 각종 공채 시험 폐지에 반대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7.4.27 연합뉴스




우리 공직 사회가 이렇게 전문성이 부재하기 때문에 항상 교수들을 끌어모아 무슨 무슨 위원회를 만들고 여기에서 언제든지 관료들의 입맛에 맞는 글이 나오는 외주 보고서가 남발된다. 이렇게 하여 정부의 공조직은 전문가 집단이 아니라 아마추어 집합소로 전락될 뿐이다. 한편 이러한 시스템과 과정을 통해 교수 집단은 관료들에 길들여지면서 관료들과의 인맥쌓기에 열중하게 되고 전반적으로 관변·어용의 성격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전문적’이지 못한 ‘전문위원’

사실 우리 사회에서 국회를 비롯하여 감사원, 대법원, 정당 등 국가의 공공 시스템과 기관 중 어느 곳을 막론하고 자기의 명칭에 명실상부하게 부합하는 위상을 지니고 그 역할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기관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를테면 ‘국회 전문위원’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각 분야별로 대단한 ‘전문가’들이 임명되어 그 업무를 수행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국회 전문위원’이란 사실은 공무원 시험으로 국회에 취직해서 열심히 순환 근무하는 국회 공무원들이다. ‘전문위원’이란 명칭에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대의권’을 지닌 국회의원의 입법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검토하는 ‘검토보고’라는 막강한, 그러나 명백히 월권인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미국 의회의 각 상임위원회에 근무하는 전문가 스태프는 학문적 전문성과 현장 전문성을 겸비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 스태프의 27%는 행정부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있고, 약 25%는 의원실 근무 경력이 있다. 이들은 입법과 행정부 감시를 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여 입법과 감시의 틀을 만들고 로비스트나 관련 이익집단의 인사들을 접촉하거나 청문회를 조직하고 증인들을 섭외하는 등 업무를 통해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을 작성하거나 정부 감시를 위한 주요 정보를 준비한다. 이들은 모두 정당에 소속되어 있으며, 상임위원회 스태프들이 다수당에 2/3, 소수당에 1/3 비율로 배속되어 복무한다. 상임위원회 보좌관들은 1946년 「의회재조직법」에 의해 모든 상임위에 정식으로 고용되기 시작했으며, 다수당 스태프 2/3는 위원장이, 1/3은 소수당 간사가 임명권을 가진다.

한편, 독일 의회에서 이들 정책 ‘전문위원’은 독일 사회의 각계 전문가 출신으로서 자부심이 높은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역시 정당 소속이다. 그렇게 분야별 최고 수준의 정책 전문위원들이 정당에 소속되어 의원과 정당을 긴밀하게 지원, 보좌하고 있는 것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의원과 정당은 입법 과정의 주체로서 반드시 그 역할이 원상회복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공무원에 의한 검토보고 제도가 혁신되어야만 정당정치가 살아날 수 있고, 의회정치가 부활할 수 있다. 미국 의회 소속기구인 법제실의 법제관은 변호사나 법학박사 등 모두 법제 전문가로 구성된다. 반면 우리 국회의 경우, 모두 순환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또 미국 의회예산처의 처장은 주로 경제학을 전공한 인사가 임명된다. 그러나 우리 국회는 주로 국회사무처 공무원인 수석 전문위원 출신이 임명된다. 거꾸로 된, 부실하고 왜곡된 우리 입법지원 기구의 모습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통령 직속인 감사원이 진정한 감사원일 수 없으며, 법원행정처라는 이름으로 법관들의 상위에 군림하는 사법 현실 또한 우리 사회의 기이한 공직사회 모습이다.

우리 공무원과 달리, 분야별 최고 전문가인 미국의 공무원

이를테면, 미국 환경청(EPA)에서 산하 공무원들의 자체 업무보고서는 미국 전체 학자들과 기업들이 언제나 인용하고 참고하는 수준이다. 이렇듯 미국 사회에서 공무원은 최고 수준의 전문가 집단으로서 우리와 전혀 달리 민간기업과 교수 집단에 앞서는 것이다.

외부에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 자체가 우리 공직 사회가 전문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항상 외부 전문가들의 보고서가 필수적으로 된 것 역시 비능률의 표본이자 비정상적 행태로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현장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전문성 결여를 근본적으로 심화시키는 순환근무라는 제도는 과연 어떠한 이유로, 왜 굳이 시행되고 있는 것일까?

공무원 빈번한 순환근무가 부정부패 방지 위해? 아니, 고위직 승진을 위한 제도!

우리가 공공기관을 가보면 항상 짜증이 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궁금하기도 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갈 때마다 담당자들이 바뀌는 바람에 또다시 처음부터 다시 힘들게 얘기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현상이다. 실제 2015년 인사혁신처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직사회에서 국장급의 한 보직 재직 기간은 평균 1년이고, 과장급은 1년 2개월, 4급 이하는 1년 8개월에 지나지 않았다.

누구를 위해 이렇게 바쁘게 순환근무를 하는 것일까?

이렇듯 짧은 기간 순환근무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 일반적으로 이렇게 빈번하게 순환근무를 하는 이유는 공무원이 한자리에 장기간 근무하게 되면 부정부패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그렇게 믿는다. 공직사회 스스로도 이 제도가 공직자들의 능력 개발 및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홍보한다.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여 조직 전체의 시각에서 담당 업무에 대한 문제를 파악하고 처리할 수 있는 일반 행정가를 양성하기 위한 순환보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홍보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측면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선 분명한 사실은 우리나라처럼 공무원들이 이렇게 짧은 기간 순환근무를 하는 나라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빈번한 순환보직이 문제가 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스페인이 유일하다. 그 외의 국가에서는 순환보직이 골칫거리가 아니라 오히려 보직 이동을 권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로 이 지점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 있다.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는 이 빈번한 순환근무 제도가 실은 공무원의 능력 개발을 위한 것이 아니며 더구나 부정부패 방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순환근무 제도란 바로 공무원 자신들의 승진을 위한 주요한 통로이자 수단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그것도 우리 공직 사회 상층에서 군림하는 고시 출신들을 위한 시스템으로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무원 인사제도는 한 분야에 10년 이상 몸담아 직무의 전문성을 높이는 외국과 달리 고작 1~2년마다 직무를 바꿔가며 경력을 관리하는 개인 위주로 운영된다. 이는 조직관리를 위해 다양한 업무 경험이 필요한 고위직에게 적합한 방식이다. 근본적으로 전문가 공무원이 나올 수 없는 구조다. 이렇듯 빈번한 순환 시스템이 유지되는 데에는 우리 관료집단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관료집단의 최상층 피라미드에 자리잡고 있는 고시 출신들을 위해서다. 5급에서 출발하는 고시 출신들이 고위직이 되기까지 짧은 시간에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기 위해선 한 분야에 오래 몸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위직들의 빠른 승진을 위한 꼼수, 순환 근무

공무원 사회에서 보직(補職)은 승진이 빠르거나 권력이 센 보직과 그렇지 못한 보직으로 철저히 서열화되어 있다. 그리고 그 좋은 보직을 차지하고 있어야 원하는 바의 고속 승진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짧은 주기로 그 좋은 보직을 차례대로, 그것도 매우 빠른 고속으로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잦은 주기의 순환근무가 시스템화되는 것이다. 물론 좋은 보직들은 모두 공직 사회의 주류, 성골인 고시 출신들에 의해 철저하게 독점된다.

결국 이렇듯 잦은 인사이동의 순환 근무를 통해 고시 출신들은 좋은 보직을 빠른 시간 내에 ‘독점적으로’ 두루 거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이들의 빠른 승진을 위한 결정적 토대로 작동된다.

지금 이 나라 공직 사회에서 고속 승진을 위해 설계된 이러한 순환 근무라는 시스템은 업무의 잦은 인수 인계에서 초래되는 비효율 및 업무 공백, 전문성 축적 기회의 결여, 책임성 저하, 정책의 일관성 및 연속성의 부재 등 많은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다. 이로 인한 공직사회의 전문성 결여는 필연적 결과이며, 특히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대외 협상 분야에서도 큰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빈번한 순환근무 제도를 위해 기관마다 조직 확대로 자리를 만들거나 아니면 공무원 조직 외부, 즉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해외공관, 국제기구, 지자체 등에 ‘유휴 인력’이 대기하고 있게 된다. 또 각종 연수나 유학 등으로 ‘공석’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 공직사회에서 이러한 인원들은 ‘인공위성’이라 칭해진다. 이러한 ‘인공위성’이 조직 외부에 떠돌면서 공무원들의 승진과 순환보직은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이를 위해 공무원들에게는 정년 1년 전에 공로 유급휴가 1년도 제공된다. 물론 이 모든 과정과 경비는 철저하게 국민의 혈세로 추진된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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