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이 하드'에서 형사 존 맥클레인으로 열연한 미국 영화배우 브루스 윌리스(67·사진)가 최근 실어증 진단을 받아 은퇴한다고 그의 가족이 밝혔다.

브루스 윌리스의 딸 루머 윌리스는 지난 30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버지가 건강 문제를 겪고 있으며 최근 인지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실어증 진단을 받았다"면서 "많은 부분을 고려해 브루스의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루스 가족은 이어 "지금은 우리 가족에게 정말 힘든 시기로, 브루스가 여러분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기에 소식을 전한다. 브루스가 항상 '인생을 즐기라'고 말했듯이 우리는 그것을 함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1955년 서독 출생의 미국인 브루스는 몬트클레어주립대 연극학과를 중퇴하고 1980년 영화 '죽음의 그림자'로 데뷔했다.

한국에 이름을 널리 알린 건 1988년 개봉한 영화 '다이 하드' 시리즈였다. 브루스가 뉴욕 경찰 맥클레인으로 열연한 이 영화는 그해 연간 한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거뒀고, 제6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4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대중과 비평계를 동시에 사로잡았다.

브루스가 열연한 '다이 하드' 시리즈는 당시 유행했던 '영웅 서사'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꿨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980년대 할리우드 영화는 '람보'의 실베스터 스탤론이나 '코만도'의 아널드 슈워제네거 등 비현실적인 근육질 스타가 영화관을 장악한 뒤였다.

두 영웅의 '2파전' 속에 등장한 브루스는 가슴 근육도 없고 따발총도 없는, 그야말로 누가 봐도 머리가 막 벗겨지기 시작한 흔한 일반인 남성의 모습이었다. 관객 외모와 별로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일반인 남성이 위기에서 시민과 도시를 구할 때 객석은 환호했다. '다이 하드'는 해외 영화 리뷰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93%를 기록하고 있다. 신선도지수가 100%에 가까울수록 호평받은 영화로 여겨진다.

이후 브루스는 핵탄두로 소행성을 두 동강 내야 하는 굴착 전문가 해리 스탬퍼(영화 '아마겟돈'), 억울하게 죽은 자들과 소통하지만 정작 자신의 처지를 몰랐던 정신과 전문의 말콤 크로우(영화 '식스 센스') 등 캐릭터로도 인상적인 연기를 남겼다.

브루스는 첫 번째 부인 데미 무어와 2000년 이혼했으나 이후 절친한 친구로 지냈다. 두 사람은 새로 생긴 애인들을 데리고 함께 여행을 간 사진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무어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린 루머와 동생 스카우트 윌리스, 털룰라 윌리스의 엄마로 이번 인스타그램 글에 서명한 5명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브루스는 골든글로브상, 에미상 등을 받았고 2006년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