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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스티어의 'AK47', 풍자일까 조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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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원본보기0000007686_001_20240301103101512.jpg?type=w540/사진=뷰티풀너드 유튜브

"AK47 맞고 사망한 외할머니 그 말대로 악 소리 47번 외치셨지." 

케이셉 라마, 포이즌 머쉬룸으로 구성된 힙합 크루 맨스티어가 발표한 신곡 'AK47'의 가사다. 이외에도 'AK47'의 가사는 상당히 파격적이다. 케이셉 라마는 수차례 등짝 공격을 날렸던 엄마에게 은행털고, 납치하고, 약 팔고 남긴 돈으로 호강시켜 주겠다고 약속하는가 하면 돌연 총기 합법화를 주장한다. 포이즌 머쉬룸은 '네 여친'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말을 거리낌 없이 꺼낸다. 훅 파트에서는 '우리 동네는 밤마다 울려, 총성'이라는 가사가 반복된다.

곡의 시작부터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제작 전반 과정을 공개한 'AK47'은 발매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그 인기를 증명하듯 'AK47'은 발매 직후 멜론 'HOT 100' 차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가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이 모든 것이 결국 '기믹'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맨스티어라는 크루 자체가 하나의 기믹이다. 맨스티어에 소속된 두 래퍼는 유튜버 뷰티풀너드(최제우, 전경민)가 만들어낸 부캐다. 처음에는 단순한 페이크 다큐멘터리에서 시작했던 두 부캐는 계속 이야기가 진행되며 실제로 음원을 발매하고 단독 콘서트까지 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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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신에서 기믹은 아티스트의 상징적인 장치, 혹은 음악 안에서의 캐릭터로 이해하면 쉽다. 에미넴의 또 다른 자아 슬림 셰이디부터 '한국 힙합 망해라'를 외쳤던 마미손까지 힙합과 기믹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했다. 그러나 외국 힙합의 영향을 받은 일부 래퍼들이 실력보다는 총, 마약, 여자 등의 자극적인 기믹만을 추구했고 맨스티어는 이렇게 기믹에만 매몰된 래퍼들을 저격하기 위해 탄생했다.

"난 담배는 절대 안 펴 근데 바람은 X나 펴"(은행을 털어)

"엄마가 끓여준 김치찌개 차돌박이 대신 들어간 돼지비계 우리 아빠 차 소나타 그런 똥차 탈 바엔 그냥 소나 타"(빈민가 소년)

맨스티어의 노래 중 화제가 된 노래나 가사는 소위 말하는 '힙찔이' 들의 행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아무런 맥락없이 은행을 털고 총을 쏜다는 케이셉 라마의 가사나 '여친이 너무 많아서 누가 누군지 헷갈린다'는 포이즌 머쉬룸의 허언은 터무니없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내용이다. 곱씹어보면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지만, 자신들이 매우 가난했고 랩으로 극복했다는 내용 역시 마찬가지다. 

가사뿐만 아니라 사운드 적으로도 많은 래퍼를 저격하고 있다. 음이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과격한 목소리의 케이셉 라마, 오토튠으로 목소리를 보정해 싱잉랩을 선보이는 포이즌 머쉬룸의 노래는 이미 많이 들어본 음악들이다. 자극적인 단어로 표현하자면 겉핥기로 탄생한 전형적인 '양산형 래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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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대중들과 힙합팬들의 반응은 이들의 모습을 잘 짜여진 풍자라며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힙합의 황금기에 대한 생각은 사람들마다 다르지만, 지금이 아니라는 사람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뷰티풀 너드가 맨스티어 콘텐츠를 통해 보여준 모습들은 대중들이 힙합이라는 장르에 등을 돌린 지점을 정확히 파악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본체 최제우, 전경민이 평소에도 힙합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풍자를 할 수 있다는 반응도 있다.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이들의 실력을 기준으로 삼으며 '직업이 래퍼라면 이들보다는 잘해야 한다'는 댓글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이들의 모습이 선을 넘는 조롱이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이런 반응은 힙합 장르를 좋아하는 마니아 층 일부에게서 보인다.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이미 힙합팬들에게도 배척받는 행태이며 진지하게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아닌 일부의 문제점을 전체의 모습인 양 확대해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들은 힙합이라는 장르에 관심을 가진 두 사람이 장르에 대한 애정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과장해 보여주는 것에 대한 적지않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피식대학의 김민수가 만든 부캐 '임플란티드 키드'가 힙합신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부캐 콘텐츠를 진행한 것과 달리 맨스티어는 대중들의 취향에 맞춰 일부를 침소봉대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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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너드와 맨스티어가 풍자인지, 조롱인지에 대한 판단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힙합이라는 문화가 풍자나 조롱의 대상이 될 정도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긴 것이 맨스티어 때문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많은 대중들에게는 힙합과 동음이의어로 치환되는 '쇼미더머니' 시리즈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 반응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아졌다. 이찬혁이 '쇼미더머니'에서 외친 '어느새 부터 힙합은 안 멋져'라는 가사는 이에 쐐기를 박는 일종의 선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를 즐기는 소비자에게 이 같은 판단은 크게 의미가 없다. 풍자라고 느낀다면 계속해서 감상하면 되고 조롱이라고 느껴진다면 소비를 멈추면 된다. 

오히려 경각심을 가져야 할 건 힙합을 생산하는 사람들이다. 맨스티어가 저격하는 대상은 힙합을 '듣는' 사람들이 아니라 힙합을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분명 한국 힙합신에는 이들이 저격하고 있는 행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래퍼들이 존재한다. 반대로 기믹이 아닌 진지한 음악성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래퍼 역시 있다. 한국 힙합의 발전을 위해서는 후자의 래퍼들을 더 돋보이게 하고 전자의 래퍼들을 덜 돋보이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할 수 있겠냐'는 것이 조롱과 풍자 사이를 아슬하게 넘나드는 맨스티어가 래퍼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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