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대 병원에 갔다 왔음.

아침 일찍 가서 채혈을 하고, 오후에 주치의를 만날 때까지 4시간 정도 시간이 비게 됐음.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 광장을 갔음.  

2번 출구로 나가 보니, 외국인들이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음.

그 앞에 있는 측우기, 앙부일구, 혼천의를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역시나 외국인들이 모여서 사진찍으며 보느라 뚫고 들어갈 틈이 없었음.

세종대왕상 앞에 넓적한 돌이 있고, 그 돌 위에 뭔가가 적혀 있는 것 같아서 읽어보려 했지만

그 앞에는 세조대왕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외국인들이 줄 서있어서 

내가 돌 위에 있는 뭔가를 보기 위해 접근하면 그들의 기념 사진 속에 defect로 나올 것 같아서 포기.

그 외국인들은 이웃집 가듯이 쉽게 온 것이 아니라 마음 먹고 와서 기념 사진을 남기려는 것인데

그런 기념 사진에 defect로 남을 수야...

뭐 요즘은 사진 보정 기술이 워낙 좋아서 defect 쯤이야 쉽게 지운다고 하지만... 

돌 위에 적힌 것 보기를 포기하고, 동상 뒤에 있는 출입문으로 들어가

동상 밑의 지하에 있는 한글 박물관과 이순신 장군 소개관으로 가 봄.

이순신 장군 관련 유물을 전시해 놓았는데

그 중에는 명나라에서 이순신 장군에서 하사했다는 귀도 (鬼刀)라는 것을 전시해 놓았는데 

재료공학자 입장에서 보기에는 아무리봐도 현시대에 다시 만든 가짜로 보임.

칼의 표면 광택으로 보면, steel의 광택이 아니라 스테인리스 스틸의 광택으로 보임.

그리고 이순신 장군의 시대에는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 사용했다는 칼의 복제품을 전시해 놓았는데

역시 칼의 소재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보임.

나와서 경복궁으로 향함.

매표소 앞에는 기~~~인 대기 줄이 세 줄이나...

한참을 기다려 표를 받아서 입장.

대기 공간이나 흥례문을 지나 입장한 안쪽 공간이나, 사람들로 바글바글. 

그런데 그 사람들의 99%는 전부 외국인.

그 중의 절반은 한복을 입은 외국인, 나머지 절반은 평복을 입은 외국인.

대충 보니, 주류는 서양인들과 동남아 사람들, 그리고 일본인들도 꽤 있고.

나 같은 오리지널 한국인 관람객은 거의 보이지 않음. 

나 같은 한국인은 그야말로 희귀템...

음... 한복 입은 서양애들은 정말 이쁘긴 하더라.  

그런데 다들 경복궁의 역사를 살피며 차분하게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경복궁을 방문했다는 기념을 남기느라 사진 찍기에 바쁘고

심지어 유튜버들이 동영상 찍느라 카메라 앞에서 온갖 포즈 취하느라 정신들이 없음.

근정전 앞에는 근정전 내부를 사진 찍으려는 외국인들로 바글바글해서

아예 근정전의 열린 문 앞으로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음.

그래서 포기...

44년 만에 다시 찾아간 경복궁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그냥 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