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뒷쪽 백악 기슭에 펼쳐진 평지를 경무대(景武臺)라고 한 기록은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한 뒤부터 나옵니다. ‘경복궁 신무문(神武門)을 구경하는 대’이거나 ‘무예를 구경하는 대’라는 뜻이었을 겁니다. 실제로 경무대는 과거가 폐지될 때까지 무과 시험장으로 자주 쓰였습니다. 1939년 조선총독부는 여기에 총독관저를 지었습니다. 총독관저는 해방 후 미군정사령관 관저가 되었다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에는 다시 대통령 관저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경무대’를 관저 이름처럼 썼습니다. 4.19 이후 새 대통령이 된 윤보선은 “경무대가 이승만 정권 때 폭정을 자행한 곳으로 국민들의 원한이 쌓여 있으니 이름을 바꾸자”며 청와대로 개칭했습니다. 

사실 이승만 자신이 ‘경무대(經無大)’이기도 했습니다. ‘경제에 무식한 대통령’이었죠. 그는 정부가 경제에 관여하는 게 공산주의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대통령이 경제에 무식한 데다가 모리배(謀利輩)들을 중용했으니, 부정부패가 한국 정치 문화의 특징처럼 되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 국힘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을 ‘경포대’라고 조롱했습니다. 언론들도 그 말을 유행시키는 데 열심이었습니다. 

RE100도 모르고, 중국과 러시아를 적대하면 어떤 경제적 피해가 생기는지도 모르고, R&D 예산을 삭감하면 경제 성장동력이 붕괴된다는 것도 모르고, 부자 세금만 깎아주면 서민 살림살이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물가가 왜 오르는지도 모르면서, 예산 확보 계획도 없이 전국 곳곳으로 다니면서 수백조 원에 달하는 공약(空約)을 남발하는 대통령은 ‘경무대’라고 불러야 마땅할 겁니다. 하지만 ‘경제에 무식한 대통령’을 비판하는 언론이 거의 없습니다. 용산 대통령실이 본래 국방부가 있던 곳인데다가 윤 대통령 이승만을 좋아하니, ‘경무대’라는 이름을 다시 붙여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