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연말 시상식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 2021년의 첫 시상식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18일 열린 '2021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은 '미운 우리 새끼' 팀이 차지했다. 프로듀서상은 이승기('집사부일체', '편먹고 공치리')의 몫이었고, 새롭게 등장한 명예사원상의 주인공은 지석진('런닝맨')이었다.

최우수 프로그램상은 '골 때리는 그녀들', '런닝맨'이 호명됐고, 최우수상은 박선영('골 때리는 그녀들'), 양세찬('런닝맨'), 탁재훈('미운 우리 새끼', '신발 벗고 돌싱포맨')이 차지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대상 호명 후 무대에 오른 수상자들의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수상자들은 하나 같이 "이상민이 받을 줄 알았는데"라며 마음껏 기쁨을 드러내지 못했고, 베테랑인 신동엽은 "끝까지 시청해준 시청자들의 마음을 알고 있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냥 한 새끼만 주지'라는 생각을 하실 거다"란 말로 상황을 수습했다.

우유부단한 SBS는 이날 시상식 내내 '다 나눠주자'라는 포지션을 유지했다. '평생 단 한 번 받을 수 있는 뜻 깊은 상'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신인상은 5명이나 호명됐고, 올해 최대 흥행작인 '골 때리는 그녀들'을 챙겨주기 위해 예능 시상식에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감독상이 등장했다. 

대상 후보들에 대한 예우도 애매했다. 이상민과 함께 올해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된 지석진에게는 명예사원상이란 전대미문의 트로피가 주어졌다. 현장에서는 헛웃음이 들렸고, 온라인 상에서도 SBS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힘든 시기에 웃음을 전하기 위해 1년 내내 고군분투한 예능인들은 하나하나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트로피 대방출'로 스스로 권위를 떨어트린 SBS의 선택은 마땅히 이들을 향해야 할 박수까지도 길을 잃게 만들어버렸다.

<이하 '2021 SBS 연예대상' 수상자(작)>

▲대상 = '미운 우리 새끼' 팀
▲명예사원상 = 지석진('런닝맨')
▲프로듀서상 = 이승기('집사부일체', '편먹고 공치리')
▲최우수상 = 박선영('골 때리는 그녀들'), 양세찬('런닝맨'), 탁재훈('미운 우리 새끼', '신발 벗고 돌싱포맨')
▲최우수 프로그램상 = '골 때리는 그녀들', '런닝맨'
▲우수상 = 임원희('신발 벗고 돌싱포맨', '미운 우리 새끼'), 김준호('신발 벗고 돌싱포맨', '미운 우리 새끼'), '골 때리는 그녀들' 주장단, 이지혜('동상이몽2')
▲우수 프로그램상 =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라우드', '신발벗고 돌싱포맨'
▲특별상 = '백종원의 골목식당'
▲베스트 커플상 = 이수근x배성재('골 때리는 그녀들')
▲베스트 팀워크상 = '집사부일체' 팀
▲베스트 패밀리상 = '동상이몽2' 팀
▲넥스트레벨상 = 장도연('워맨스가 필요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감독상 = '골 때리는 그녀들' 시즌1 감독진
▲올해의 예능인상 = 신동엽, 탁재훈, 이상민, 이경규, 이승기, 박선영, 유재석, 지석진, 김종국, 김구라, 서장훈, 양세형
▲방송작가상 = 장정희 작가('골 때리는 그녀들'), 양효임 작가('런닝맨'), 김윤희 작가('김영철의 파워FM'), 황채영 작가('그것이 알고 싶다')
▲라디오 DJ상 = 이숙영('이숙영의 러브FM'), 붐('붐붐파워')
▲신인상 = 이승엽('편먹고 공치리'), 금새록('백종원의 골목식당'), 박군('미운 우리 새끼', '정글의 법칙'), 이현이('동상이몽2', '골 때리는 그녀들'), 박하선('박하선의 씨네타운') 

https://entertain.naver.com/ranking/read?oid=117&aid=0003563458 

방송3사 예능대상 시상식에서 최초로 대상을 단체로 줬던게 2007년 무도 출연진에게 줬을 때였죠..

그당시 무도는 MBC를 넘어서 모든 예능방송에서 탑을 찍고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던 시점였으니 그래도 어느정도 납득이 됐었는데..

그정도가 아니라면 대상을 어느 한 프로그램의 출연진들에게 단체로 주는 건 정말 안주느니만 못하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 밖에 없죠..

이번 SBS 예능대상에서 딱히 대상을 줄만한 후보감이 없었다는건 잘 알겠지만....그렇다고 그냥 너도나도 다 줘버리고 입닥는 모양새는

TV로 보는 시청자들에겐 이럴거면 그냥 방송내보내지 말고 지들끼리 모여서 사내 단합회겸 감사회 행사를 하지 뭐하러 시상식이라면서

이따위로 상을 남발하냐 싶은거죠....

몇년전 SBS예능대상에서 김구라가 총대메고 쓴소리를 했었지만....방송3사의 이런 연말 시상식 풍토는 전혀 달라진게 없어서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