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의 품격은 아카데미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을 때도 여전했다.

윤여정은 28일 오전(현지시간 27일 오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섰다. 지난해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로 한국 배우 최초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던 윤여정이 올해에는 시상자로 초청받은 것.

그레이 헤어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우아한 블랙 드레스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오늘 할리우드에 다시 오게 돼서 기쁩니다"라고 말문을 연 윤여정은 "제가 할리우드 사람은 아니지만, 저희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뿌린 대로 거둔다' 거뒀다. 제가 엄마 말을 잘 들었던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윤여정은 이어 "작년에 제가 사실 제 이름이 제대로 발음 안되는 것에 대해서 한 소리를 했는데 죄송하다"며 "왜냐하면 제가 이번에 후보자님들의 이름을 보니까 참 이름 발음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래서 제가 미리 발음 실수에 대해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위트 넘치는 조크를 했다.

윤여정의 품격이 더 돋보인 건 그 이후였다. 이날 남우조연상 후보는 '벨파스트'의 키어런 하인즈, '코다'의 트로이 코처, '파워 오브 도그'의 제시 플레먼스, '리카르도 가족으로 산다는 것'의 J.K. 시몬스, '파워 오브 도그'의 코디 스밋-맥피.

이 가운데 청각장애인 부모 아래에서 자란 주인공이 음악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다'의 청각장애인 배우 트로이 코처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는 청각장애인 부모 아래 태어난 자녀를 가리킨다. 주인공의 아버지로 열연을 펼친 그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게 된 두 번째 청각장애인, 남성으로선 최초의 수상자가 됐다. 

윤여정은 수상자를 발표하는 순간 먼저 말로 발표하는 대신 수어로 호명하는 배려 가득한 모습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양손을 들어 수어로 축하 인사를 건네며 트로이 코다를 맞이했다. 트로이 코다가 양손을 써서 수어로 수상소감을 발표하는 동안 내내 트로피를 들고 지켜보는 것도 윤여정의 몫이었다. 

트로이 코처는 "많은 농아 연기자들이 있는데 모든 동료분들께 감사드린다. 감사하다. 제가 최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책을 읽었는데 감독의 정의는 아주 능력 있는 커뮤니케이터라는 거다. 우리 숀 감독님도 최고의 커뮤니케이터다.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을 이끌어냈고 연결다리 역할을 해줬다"고 감사를 전했다.

그는 "저희 아버지는 최고의 수어 기술자다. 그런데 사고로 목 아래로 마비가 오셨고 더이상 수어를 구사할 수 없게 되셨다"면서 "당신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아버지는 제 영웅이다"라고 감사를 돌렸다. 이어 "제 가장 큰 팬인 제 아내와 딸에게 감사하다. 이 상은 모든 농아인 분들, '코다' 팀 분들, 모든 장애인들에게 바치겠다. 우리의 순간이다"라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시상식 이후엔 포토월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한 윤여정과 트로이 코처의 모습이 지켜보는 이들을 미소짓게 했다. 

한편 이날 윤여정은 난민 구호 메시지를 시상식 드레스에 담아 시선을 집중시켰다. 골드 버튼 디테일이 돋보이는 블랙 드레스와 블랙 펌프스, 블링블링한 미니 클러치를 선택한 윤여정은 유엔난민기구에서 이끌고 있는 '#WithRefugees'(난민과 함께) 캠페인을 상징하는 블루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아 패션과 메시지를 함께 완성했다. 

https://entertain.naver.com/ranking/read?oid=477&aid=0000349558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시상자로 참석하셨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