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밀, 천연가스, 목재, 옥수수를 비롯한 상품 가격이 2·4분기 들어 하락세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동안의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배경이었던 상품 가격 오름세가 꺾이면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하강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 상품 가격 하락
4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상품 가격이 아직 고공행진을 하고는 있지만 마침내 상승세를 끝내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천연가스 가격은 그동안 60% 넘게 폭등했지만 2·4분기 전체로는 3.9% 하락했다.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았던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월말 106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밀, 옥수수, 대두 등 곡물 가격 역시 3월말에 비해 6월말 가격이 하락했다.

면화는 가격이 폭락했다. 5월초 이후 30% 넘게 폭락했다.

건축 기초자재인 구리와 목재는 각각 22%, 31% 급락했다.

또 런던금속거래소(LSE)에서 산업 금속재 가격지수는 2·4분기 중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 " 인플레이션 꺾였다"
자산운용사 내빌리어앤드어소시에이츠의 루이스 내빌리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상품가격 둔화는 인플레이션이 식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흐름을 인플레이션 선행지표로 간주하고 있는 월스트리트에서는 투자자들이 주식시장 급락세 속에서 상품종목들에 대거 투자해 가격을 끌어올려왔다.

석유메이저 엑손모빌과 독립 석유업체 옥시덴털페트롤리엄은 2·4분기 중 주가가 각각 40%, 103% 폭등했다. 옥시덴털은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올들어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종목이다.

또 비료업체 모자이크가 20%, 곡물 중개업체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는 15% 급등했다.

■ 원자재 선물서 자금 이탈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꺾이고 있다는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의 판단은 선물시장 흐름으로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각광받으며 가격이 폭등했던 상품에서 돈이 빠져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JP모간체이스 상품전략가 트레이시 앨런에 따르면 6월 24일까지 1주일간 상품선물시장에서 약 150억달러가 이탈했다. 4주 연속 유출이다.

올들어 약 1250억달러가 상품선물시장에서 빠져나왔다. 사상최대 규모다.

스톤X그룹의 상품딜러 크레이그 터너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이 경제성장 둔화를 초래했는지는 모르지만 펀드매니저들은 그렇다는 쪽에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산유량 늘고, 작황 기대치 오르고
상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주로 공급이 늘어난 덕분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24일까지 1주일간 미 석유생산은 평균 하루 1210만배럴로 증가했다. 2020년 4월 이후 최대 산유량이다.

미국, 유럽, 호주 등의 작황 개선은 밀·옥수수·식물성기름 등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급 감소 우려로 뛰었던 이들 상품 가격을 다시 낮추고 있다.

목재, 구리 가격 하락세는 수요 둔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3%에도 못 미치다가 최근 6%에 육박할 정도로 급격히 오른 미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상승, 사상최고 수준의 집 값 등으로 주택수요가 둔화하자 주택 건축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다만 JP모간 등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원자재 재고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언제든 가격이 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JP모간은 곡물가격지가수 9월말 10%, 연말 5% 상승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4/0004862150?sid=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