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경제 제재가 잇따르면서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고, 이로 인해 러시아 물가가 급상승하는 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시민들에게 러시아 은행 시스템은 안전하고 언제든 은행에서 예치된 돈을 찾을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불안감 다독이기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중앙은행이 러시아의 은행 시스템은 안정적이고 예금주들이 맏긴 모든 자금은 언제든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25일 현금 수요가 평소보다 높다고 밝혔지만 지난 주 내내 러시아 은행들이 언제든 현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다짐했다.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러시아 대형 국책은행과 민간은행들을 제재했으며, 일부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제재를 추가로 단행했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외환보유고 접근이 제한되는 제재를 받았다.

미국 등 서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두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러시아군의 진입을 명령한 직후부터 다양한 제재를 단행하고 있다. 러시아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러시아의 주요 산업이 첨단 기술이 동원된 서방의 물품을 공급받지 못하도록 수출통제를 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서방은 스베르방크(Sberbank)와 VTB 등 러시아 주요 은행들이 해외 자산에 접근할 없도록 하고 해외 금융기관과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제재했다. 특히 지난 26일에는 일부 러시아 은행들을 스위프트에서 배제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6430억달러(약 775조원) 규모의 보유고에 대한 접근도 제한시켰다. 미국 언론들은 러시아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는 러시아 정부의 재정 운용 및 통화 정책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방의 러시아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로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러시아 금융기관에서 예금자들이 대거 현금을 인출하는 ‘뱅크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의 통화인 루블화 가치 하락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 은행들은 이날 1달러 당 110~120루블의 환율을 고시했다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1달러 당 루블화는 75루블이었고, 서방의 러시아 은행 스위프트 배제 발표가 나오기 전에는 83루블로 거래됐다고 전했다.

루블화 가치 하락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진다. 1990년대 후반 러시아 중앙은행 고위직으로 근무했고,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세르게이 알렉셴코는 루블화 가치가 30~40% 하락하면 물가를 5%포인트 가량 상승시킨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밝혔다. 알렉셴코는 지난 1월 러시아 물가는 8.7%나 상승해 이미 러시아 중앙은행의 물가 통제 목표인 4%를 훨씬 뛰어넘었다면서 러시아 금융기관 제재로 인해 물품 공급에 따른 결제 시스템이 교란되면 더욱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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