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v.daum.net/v/20211103053005502

D램 세대교체가 본격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삼성전기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 적용이 확대되면 관련 전자부품 수요도 늘어난다. 삼성전기의 패키징 기판 사업이 수혜 분야로 꼽힌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 기판사업부는 최근 장기계약 요청을 받는 횟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판이 일반적으로 3개월 전 발주가 진행되는 단기 수주 부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객사의 재고 확보 의지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으로 기판 수급 상황이 빠듯한 데다 내년부터 DDR5를 탑재하는 기기가 본격적으로 늘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PC 시장에서는 인텔이 오는 4일 선보이는 12세대 코어 엘더레이크가 처음으로 DDR5를 지원한다. 애플이 최근 공개한 M1 프로, M1 맥스 칩셋도 DDR5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DR5는 현재 PC와 노트북, 서버 등에 널리 쓰이는 메모리 규격인 DDR4를 대체할 차세대 메모리 규격이다. DDR4보다 성능이 2배 이상 뛰어나다. 업계에서는 향후 데이터 전송속도가 7200Mbps(메가비피에스)까지 확장될 것으로 본다. 30GB(기가바이트) 용량의 초고해상도(UHD) 영화 2편을 1초에 처리할 수 있는 속도다.

DDR5 시장이 커지면 메모리반도체 관련업체의 공정 역시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부품업계가 구조적 수혜를 입는다. 삼성전기의 패키징 기판 사업이 여기에 포함된다. 기판은 반도체 후공정인 패키징 작업에 쓰인다. 절연판 위에 회로를 형성하고 그 위에 장착한 부품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부품이 기판이다.

삼성전기는 PC용 시장에서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를 주력으로 제조한다. 이 기판은 반도체 칩과 패키지 기판을 플립칩 펌프로 연결해 전기 특성을 향상시킨 고집적 패키지다.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 모두를 대상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패키징 기판은 내년 공급이 가장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DDR4가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1년여가 걸렸지만 DDR5는 더 빨리 안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최근 D램 업황 침체 우려를 뒤집을 기회로 DDR5를 점찍으면서 기술 성숙도와 가격 경쟁력 등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서버용 기판 시장 진출 위한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다수의 거래선으로부터 참여 요청을 받고 협업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빠르면 내년 하반기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버 시장에서도 D램 세대교체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고용량·고성능·저전력 구현으로 차세대 컴퓨팅, 대용량 데이터센터, AI(인공지능) 등 첨단산업 발전의 핵심 솔루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텔이 내년 초 DDR5를 지원하는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를 출시하면 시장 성장이 본격화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기가 수요 확대에 대비해 FC-BGA 대규모 라인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나온다. 삼성전기는 이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을 풀가동 중이다. 최근 매각한 베트남 생산법인의 RFPCB(경연성인쇄회로기판) 사업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삼성전기는 지난주 3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실적 설명회(콘퍼런스콜)에서 "FC-BGA와 관련해 보완투자와 제품 믹스 개선으로 생산능력 개선에 나선 상태"라며 "단계적 캐파 증설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구체적 투자 계획이나 방안에 대해선 "현 시점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