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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고 격투기 무대선 오직 실력…한국인 첫 UFC챔피언? 됩니다 [W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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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거구의 청년이 자신만만한 목소리와 함께 들어섰다. 195㎝, 93㎏. 세계 최고 종합격투기(Mixed Martial Arts·MMA) 무대 UFC, 그것도 라이트헤비급에서 5경기 4승 무패. 현재 한국인 선수들 중 나이도 가장 어려 잠재력도 풍부하다. 정다운(28)에게 거는 세간의 기대가 큰 이유다. 그는 지난해 11월 2연승 중이던 나이지리아 출신 선수를 압도적 파워로 1라운드 3분 만에 케이오(KO)시켜 국내외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다음 경기에서 승리하면 동양인 최초로 UFC 동체급 톱15 진입이 유력하다. "누구라도 좋으니 붙여만 주세요." '동양인의 불모지'라는 무대에서 연전연승하며 한국인으로서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그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코리안탑팀 체육관에서 만났다.

―승수를 쌓을수록 기대감도 커지는데 부담 안 되나.

▷솔직히 그런 부담은 느끼지 않는다. 사실 제가 되게 1차원적이다(웃음). 주변 분들이나 팬들의 관심과 기대는 감사하지만 그저 시합이 잡히면 거기에 맞춰 열심히 훈련하고 '옥타곤에 들어서면 빨리 승부를 지어야겠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것들만 계속 생각하고 집중하다 보니 다른 데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

―중량급이라 대전료가 많을 것 같다.

▷물론 경량급과 차이가 있다. 선수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보통 중량급이 최소 20%는 더 많다고 보면 된다. 체급이 올라갈수록 대전료도 오른다. 헤비급 타이틀전이라면 당연히 다른 경기들보다 많다. 현 체급에서 액수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그렇지만 경기를 할 때마다 뛴다고 보면 된다. 대전료와 승리 수당 이외에 멋진 경기를 한 선수에게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 같은 보너스가 7만5000달러씩 지급된다. 지난 경기 승리로 제가 받지 않을까 기대하신 분도 계셨는데, 그날 KO승리가 9경기나 나왔다. 다른 화려한 경기가 많았기 때문에 못 받은 거라 생각한다.

1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프로복싱에 비해 MMA의 역사는 매우 짧다. 곧잘 복싱과 비교되면서도 대중성과 거리가 먼 비주류 종목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UFC 같은 큰 단체를 필두로 선풍적 인기를 끌며 빠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2017년 영국 가디언은 "UFC 빅 이벤트의 경우 메이저리그 야구보다 많은 유료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다"며 "MMA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포츠"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UFC 선수들의 대전료 자체는 수익 배분 구조로 인해 여전히 복싱에 크게 밀린다. 하지만 전체적인 인기와 시장 규모에서는 이미 복싱에 버금가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UFC 두 체급 챔피언을 지낸 코너 맥그레거는 연간 총 1억8000만달러(약 2040억원)가 넘는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축구의 리오넬 메시, 테니스의 로저 페더러 등을 제친 스포츠 전 종목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수입이었다. 



―격투기 중량급에서 동양인은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인종적 차이는 상관없다고 본다. 동양인이 흑인이나 백인에게 안 된다는 생각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 고정관념이고 편견이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과거엔 어땠을지 모르지만 이젠 한국인들도 체격조건이나 근력이 서양인들 못지않다고 본다. 상대의 전적이 신경 쓰인 적은 있지만 단순히 흑인이라서 또는 백인이라서 걱정한 적은 없다. UFC에서도 그냥 잘하는 사람이 잘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국내 무대와 UFC를 보면 수준 차이가 난다.

▷수준 차이야 있다. UFC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군소 단체에서 경기를 많이 치르고 올라오고 챔피언급들이 오기 때문에 격차는 분명히 있다. 경험도 풍부하고 더 끈질기고 집요하다. 한 끗 차이지만 확실히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UFC에 아직 못 갔다는 것뿐이지 좋은 선수가 많다. 미국 무대라서 외국인들이 기회를 잡을 확률이 높을 뿐인 것 같다. 동등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많은 한국 선수가 진출할 수 있다고 본다.

―외국인 선수들이 약물을 자주 쓴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생각 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럴지도 모르지만 신경은 안 쓴다. 약물을 쓴다고 맷집이 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매시합 상대방을 KO로 이긴다고 생각하고 임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물론 부조리 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내가 바꿀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런 것 보단 시합에 집중한다. 언제나 판정까지 가면 지는거다 라는 각오로 나서고 있고 또 그렇게 생각하면 결과적으로 좋은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다.

―경기 전 두렵거나 떨리진 않나.

▷사람인데 없을 수 있겠나. 전혀 떨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거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땐 적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10만큼 떤다면 나는 2 정도라고 할까(웃음). 개인적으로 계체량 때 항상 상대에게 악수를 건네는데 그 손에서 떨림을 느끼곤 한다. 그러면 "아, 이 선수가 날 앞에 두고 떨고 있네? 겁먹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고 맘이 더 편해진다. 그리고 항상 긍정적 멘탈을 유지하려고 한다. 수없이 해왔던 훈련들, 반복했던 것들, 그런 것들을 떠올리면 용기가 더 생긴다.

―가장 힘들 때는.

▷사실 시합보다도 훈련할 때가 고되다. 지금은 괜찮지만 코리안탑팀에서 처음 훈련할 땐 사고가 정지되는 것처럼 힘들었다. 너무 힘들면 입맛도 없고 집에 오면 곯아떨어져 자기 바빴다. 훈련하다 기절도 하고 토한 적도 있다. 시합 때는 감량이 힘들긴 한데 그런 것만 빼면 나머지는 오히려 쉽다. 평소에는 매일 2타임(1타임은 1시간30분) 정도 훈련하는데 시합이 잡히면 3타임까지 훈련량을 늘린다. 가장 힘든 순간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감독님이 훈련을 더 시킬 때다(웃음). 이때가 시합과 훈련을 통틀어서 가장 힘든 것 같다. 그래도 관두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MMA 입문 계기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하고 떨어져 자랐다. 어머니가 무속인이다. 어머니 직업 때문인지 사회에서 부딪히는 일이 많았다. 어릴 땐 학교 친구들이 놀려대서 싸운 적도 많았다. 그럴 때 어머니를 지켜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딱히 격투기를 해야겠다기보다 몸을 단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도 체격이 컸다. 운동을 하고 있으면 운동부 감독님들이 와서 이것저것 권유한 적이 많았다. 사실 그때는 맞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정말 컸다. 그걸 극복하겠다고 택한 운동이 복싱이었다. 중학생 때였다. 하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아서 결국 그만뒀다. 연습할 때는 잘되는데 이상하게 시합만 뛰면 얼어서 경기가 풀리지 않곤 했다. 그러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군대를 갔다. 군대에서 진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역시 운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복싱을 관두면서 감정적·정신적으로 이겨내지 못한 것들이 항상 가슴 한편에 응어리져 있었다. 이걸 이겨내지 못하면 다음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 마지막으로 한번 털어보자. 그래서 전역하고 격투기에 입문했다. 이후 왜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맞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극복됐다.

―쉽지 않은 유년을 보낸 것 같다.

▷풍족하진 않았다. 친척 집을 전전하며 컸는데 솔직히 사소한 서러움들이 많았다. 학교에 다니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준비물을 챙기지 못할 때도 있었다. 보통 내 세대 주변 친구들이 겪지 않는 것들을 겪은 건 맞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막 비장할 것까진 없지만 적어도 내 아이한테는 그런 삶을 살지 않게 해주겠다는 생각도 자주 한다.

―가족애가 남다른 것 같다.

▷가족들이 훈련을 열심히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남부럽지 않게 살게 해주겠다는 생각이 삶을 지탱해주는 것 같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고, 또 좋은 자식도 되고 싶다. 어머니와의 관계도 매우 좋다. 어릴 적에도 어머니 직업이 부끄럽거나 싫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금도 집에서 개인적으로 향을 피울 정도다. 성인이 되고 나선 어머니 직업 때문에 놀리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는다. 내가 격투기에 입문하고 계속할 수 있었던 것도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합에 나가서 승리하면 가장 먼저 전화 드리는 사람도 어머니다. 물론 그다음에 바로 아내에게 전화한다(웃음).

MMA만의 매력은.

▷일단 오로지 승패만 존재한다. MMA에서 판정은 여타 투기 종목들과 다르다고 본다. 시합 자체가 깔끔하다. 물론 종합격투기도 판정으로 가면 선수들끼리 왈가왈부 말이 많아지는 건 맞지만 그런 여지가 여타 종목들에 비해 덜하다. 경기 중에 상황별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변수가 다 존재한다는 것도 매력이다. 15분짜리 시뮬레이션을 여러 개 만들고 시합 중 변수에 맞춰서 생각해 놓은 것들 중 골라잡아 시합을 가져간다. 혹자는 '몸으로 두는 바둑'이라고도 표현하던데 그 정도로 경우의 수가 많아 전략이 중요하다. 


―위험하고 폭력적이라는 이들도 있다.

▷어떤 운동이든 하는 방법과 방향성에 달린 거라고 본다. MMA 선수들은 가장 첫째로 부상을 안 당하기 위해 항시 주의하며 훈련하고 또 시합에 나간다. 사실 부상 위험만 따지면 축구나 복싱이 더 높다. 시합 후 사망하는 사건도 복싱은 드물게 있지만 MMA에선 내가 알기론 아직 없다. 복싱은 다운되면 다시 일어나 싸우는 게 보통이지만 MMA는 다운되거나 탭아웃(경기 중 항복)을 하면 즉시 끝난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위험하진 않다.

실제로 인터뷰를 하기 위해 체육관을 찾았을 때 남성 회원 못지않게 많은 여성 회원이 운동 중이었다. 특히 주짓수는 근력이 약한 여성이 남성을 제압할 수 있는 유일한 격투기로 알려져 호신용으로 인기가 많다.

―존경하는 선수나 롤모델은.

▷전 헤비급 챔피언 스티페 미오치치다. 소방관을 겸업하면서도 헤비급 타이틀 최다 방어 기록을 세웠다. 운동 능력 자체가 아주 좋은 선수는 아닌데 노력으로 극복하는 모습이 좋다. 다른 챔피언들을 보면 힘주고 다니고 자기 홍보(PR)에 여념이 없고 그러는데 항상 겸손하다.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모습도 존경한다.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뭐가 중요한지 아는 선수 같다. 많이 공부하고 모방하려고 한다.

―선수들도 자기 홍보를 잘해야 성공한다는데.

▷선수는 경기력으로만 말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자기 홍보를 해서 성공한 선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실력만 있으면 결국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선수가 되고 싶진 않다. 꾸준히 실력으로 말하면서도 평범한 그런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다른 국내 선수들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 같은데.

▷한국 선수들끼리는 두루두루 친한 것 같다. 막내라서 그런지 형들이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한다. 시합이 잡히면 연락해서 여러 조언도 해주고 멘토가 돼준다. 용돈을 챙겨준 적도 있다(웃음). 최근에는 동현이 형(김동현·전 UFC 웰터급 6위)이랑 얘기를 많이 했는데, 도움이 될 말을 많이 해줬다. 최고 베테랑 선수에게서 경륜이 쌓인 노하우를 듣게 되니 정말 감사했다.

―최종 목표는 챔피언인가.

▷물론이다. 목표를 세우고 거기 근접하다 보면 개인의 성장 같은 것도 따라오게 마련이라고 본다. 훈련에 지쳐서 눈뜨기 싫을 때도 있고 감량이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들을 얼마큼 극복하느냐에 따라 성적은 정해진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면 됐겠지 하고 타협하려는 순간이 오는데 그걸 이겨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렇게 하다 보면 챔피언의 꿈도 손에 잡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웃음).

▶▶정다운 선수는…

1993년생. 대구 출신으로 경북과학대 생활체육학과 졸업. 군 전역 후 2014년에 상경해 종합격투기에 입문했다. MMA 14경기 연속 무패 행진 중이며 2019년 MMA의 메이저리그 격인 UFC에 데뷔해 5전 4승 1무를 기록 중이다. 현재 한국은 물론 아시아 유일의 UFC 라이트헤비급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 게시물은 톡하고님에 의해 2022-08-27 03:15:39 일반스포츠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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